이 가을 어떤 노래를 부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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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곤목사 조회수:4600 추천수:2 112.168.96.71
- 2002-10-31 16:31:58
한 나그네가 광야 길을 걷다가 갑자기 맹수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맹수를 피하여 도망치던 그 나그네는 살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마침 한 웅덩이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는 급히 밑으로 내려 놓인 덩굴을 잡고 웅덩이로 몸을 피했습니다. 그런데 한 참 내려가고 있는데 밑을 보니 큰 뱀이 혀를 날름거리며 똬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나그네는 겁이 났습니다. 위를 쳐다보니 맹수가 자기를 집어삼킬 듯 노리고 있고 밑엔 큰 뱀이 있어 아슬아슬한 죽음의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한 참 시간이 지났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위를 바라보니 자신이 붙들고 있는 덩굴을 흰 쥐와 검은 쥐가 번갈아 가며 갉아 먹고 있었습니다.
이제 덩굴이 끊어지면 뱀에게 죽임을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웅덩이 벽을 보니 꿀벌이 꿀을 실어 놓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위기에 처한 것도 잊은채 꿀을 혀로 핥아 먹었습니다. 흰 쥐와 검은 쥐는 계속해서 덩굴을 갉아 먹고 있었으나 이 나그네는 자기가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기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단 꿀만 빨아먹고 있었습니다. 톨스토이는 참회록에서 이런 우화를 말하면서 "인생은 어리석은 것, 나도 어리석었지 이 세상 향락에 취하고, 이 세상 욕심에 취하고, 죽음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아무런 생각없이 나는 지금까지 살아왔노라."라고 고백하였습니다.
가을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머지 않아 찬바람 일렁이는 겨울이 우리 앞에 다가올 것입니다. 어느 순간 문득 깊은 잠을 자는 인생의 겨울도 다가 올 것입니다. 이 가을 무엇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혹 꿀에 묻혀 겨울을 잊고 사시지는 안으신지요. 인생의 겨울은 반드시 오고야 맙니다. 성경은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라고 말씀하며 "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히 9:27)라고 경종을 울려주고 있습니다.
김현승 시인은 가을에 이런 노래를 불렀습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이미 거리의 나무들이 떨고 있습니다. 이 가을 이런 노래를 부르고 싶지 않으십니까?
이 가을 어떤 노래를 부르십니까? /김필곤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