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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찬바람이 불어 옵니다
김필곤목사 조회수:4745 추천수:10 112.168.96.71
2002-10-31 16:30:54
가을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거리의 나무들이 저마다 여름내 준비한 색깔들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그 어떤 화가도 그려낼 수 없는 색깔들입니다. 차를 타고 간다는 것이 왠지 서글픈 거리입니다. 겨울을 재촉하는 바람이 세차게 불어 옵니다. 아무도 반기지 않는 가을 바람입니다. 매몰차게 몰아치는 가을 바람이 이미 익은 낙엽들을 털고 있습니다. 거리는 잿빛으로 변하였습니다. 비가 금방 오려는가 봅니다. 잿빛 거리를 떨어진 낙엽이 굴러다닙니다. 배회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동댕이쳐져 몰려다닌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합니다. 아파트로 절벽을 이룬 동네에서 낙엽이 갈 곳은 거리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달리는 차 속으로 기어들어 옵니다. 피할 수 없습니다. 빠른 속도로 흐르는 낙엽의 행렬을 흩으며 차는 꼬리를 이어 달립니다. 차바퀴에 으스러지는 낙엽의 비명이 차창 안으로 기어 들어오는 것 같지만 엔진 소리는 낙엽의 마지막 비명소리를 삼켜 버립니다. 아마 이것이 낙엽의 마지막 비명 소리는 아닐 것입니다. 새벽이면 한 쪽 귀퉁이에 몰려있는 으깨어진 나무의 시신들을 미화원아저씨들이 거두워 갈 것입니다. 그리고 호곡하는 사람 아무도 없는 어느 후미진 공터에서 활활 타오를 것입니다.

김 형!
매몰찬 가을 바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해마다 좋아하는 사람 없다하여도 바람은 불어 오고 그 바람은 마지막 남은 익지 않은 잎 하나마저 따내어 갑니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고 그것이 거역할 수 없는 세상의 순리인 것 같습니다.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는 생물은 없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젠가 환영하지 않는 차가운 바람이 몰아칠 것이고 거리에 떨어져 뒹구는 낙엽처럼 살아질 것입니다.

옛날 로마의 도시 폼페이는 화산 폭발로 망해버린 도시입니다. 1748년 이태리 남부에서 땅 속에 묻힌 도시가 발견이 되었습니다. 이 때 수많은 놀라운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 중 하나는 큰 기둥에 쇠사슬로 발목이 묶여 용암에 묻힌 네 죄수의 시신이었습니다. 열쇠가 그들의 뻗혀진 손끝에서부터 겨우 손가락 한 개의 거리에 놓여 있는 상태에서 매몰된 것입니다. 그들은 간수가 던져준 열쇠를 잡으려고 미친 듯 비명을 지르다가 밀려오는 용암에 매몰되었을 것입니다. 찬바람 부는 가을 마지막 문턱에서 주님은 부르고 있습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주님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원한 쉼이 있는 우리 주님 품으로 오십시오.

" 가을, 찬바람이 불어 옵니다. "/김필곤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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