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몰려오면 돌아갈 집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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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곤목사 조회수:5753 추천수:3 112.168.96.71
- 2002-10-31 15:53:28
동화 작가 강소천의 "꿈을 파는 집"은 작가 자신의 고향 상실을 그린 대표적인 동화입니다. 북쪽 고향에 처자식을 두고 온 동화작가가 친구로부터 한 쌍의 새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는 늘 고향 산천이 그리웠고 무엇보다 처자식이 보고 싶었습니다. 어느날 새를 따라 산 속으로 들어갔던 동화작가는 길을 잃고 헤매다가 우연히 '꿈을 파는 집'을 찾게 되었습니다. 꿈을 파는 집에는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할머니의 권유에 따라 그는 이북에 두고 온 아이들의 사진을 주고 알약을 얻었습니다. 알약을 먹으니 그는 한 마리의 새가 되었습니다.
새가된 그는 그렇게도 그리던 북의 고향을 찾아 갔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가 찾은 곳은 그토록 그리던 정겨운 고향이 아니었습니다. 옛날의 정겹던 마을, 그리운 얼굴들이 아니었습니다. 헐벗고 굶주림에 떠는 차마 올 곳이 못되는 곳이었습니다. 더욱 기가 막힐 일은 기쁨조에 뽑힌 딸 금주양의 증언이었습니다. 누구를 위한 기쁨조인지 한번 뽑히게 되면 허리를 가늘게 하기 위해 체력 단련을 해야 하고 하반신에 상처가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한 기쁨조로 선발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것이 끼니를 잇는 방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고향은 분명 마음을 사로잡는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향은 사람의 마음에 신비한 힘을 주는 장소입니다.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는 명상 훈련법에 '고향 상상법' 이란 게 있습니다. 이 때 드볼작의 '신세계 교향곡' 제 2악장을 들려 주면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의 아름다운 선율은 사람들을 고향의 뒷동산으로 달려가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런데 마음의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생기를 빼앗긴 사람들입니다. 가고싶지 않은 고향입니다. 가 보았는데 실망한 고향입니다. 백인들의 온갖 학대에 시달리면서도 "내 고향으로 날 보내 주 오곡 백과가 만발하게 피었고 종달새 높이 떠 지저귀는 곳 이 늙은 흑인의 고향이로다"라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흑인들은 그래도 삶의 활기가 있었을 것입니다. 어느 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었습니다. 해가 서산마루를 넘어가자 아이들은 하나 둘씩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웃음 소리도 가물 가물 사라져 버린 운동장 한 구석에 한 아이가 홀로 덩그러니 서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선생님이 물었습니다. "얘야, 너는 왜 여기 홀로 서 있니?" 아이는 힘없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돌아갈 집이 없어요." 그리운 고향이 있습니까? 어둠이 몰려오면 돌아갈 집이 있습니까? 실망할 수 밖에 없는 고향을 만들어 놓고 살고 있지 않습니까? 마지막 인생의 어둠이 몰려오면 돌아갈 집이 있습니까? ●
어둠이 몰려 오면 돌아갈 집이 있습니까?/김필곤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