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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는 선택과목이 아닙니다.
김필곤목사 조회수:4712 추천수:3 112.168.96.71
2002-10-31 15:45:27
작가 권태현씨의 재미있는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회사원 k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주 건망증이 심한 사람입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와 롤러 스케이트를 타러 나갔다가 혼자 들어오고 매일 만나는 관리인 아저씨를 보고 "새로 오셨군요. 잘 부탁합니다"라는 말을 하는가 하면, 아래층 꼬마를 보고 "엄마가 걱정하신다. 어서 집에 가거라"라고 하며 손을 잡고 엉뚱한 곳으로 데려 간다는 것입니다. 장마철이 되면 집에 있는 우산을 모조리 회사에 가져다 놓고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내가 우산을 주지 않으니까 아내에게 빌었습니다. "맹세할게.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우산을 갖고 올게. 만일 내가 오늘도 우산을 잃어버리면, 개 같은 내 인생이구나 하며 개처럼 비를 맞고 다닐게. 사랑하는 여보, 제발 부탁해. 이렇게 빌게." 아내는 남편에게 만약 잃어버리면 병원에 가야 한다고 다짐하고 우산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하루 종일 우산을 생각하며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날 따라 부서에 회식이 있다고 하여 동료에게 집에 급한 일이 있다고 사정을 하여 빠질려고 했답니다. 그 때 이유를 안 동료가 그의 허리띠에 우산의 손잡이를 끼워주었습니다. 회식을 끝내고 자랑스럽게 집에 들어 와 아파트 초인종을 눌렀답니다.

변함없이 우산 손잡이가 허리띠에 걸려 있었습니다. "여보, 나 우산 안 잃어버렸어. 봐, 여기 있잖아." 그런데 그 순간 아내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앙칼진 음성이 그에게 퍼부어졌습니다. "아니, 도대체 이게 뭐예요?" 고개를 떨구고 우산이 매달린 곳을 내려다보니 우산의 몸체는 간 곳이 없고, 손잡이만 달랑 매달려 있었답니다.

우리는 참 잘 잊어버립니다. 잊지말아야 할 것을 잊고 잊어야 할 것을 잊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쉽게 잊어 버리는게 사람의 특징 중의 하나입니다. 나이가 들면 자신의 손자 손녀 이름도 자신의 결혼 날짜도 나이도 잊어버리고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백화점 쇼핑을 갔다가 지하 주차장에 주차해 놓은 사실을 깜박 잊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도 있고, 딸의 결혼식 날 미장원에 들렀는데 퍼머할거냐고 묻는 미용사의 말에 아무 생각 없이 해달라고 말해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주부도 있습니다. 아파트 계단을 오르던 중 이웃을 만나 잠시 얘기를 나눈 후 다시 가려고 할 때 내려가는 길인지 올라가는 길인지 몰라 헤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주일 날 설교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낚시 가다가 교인을 만나 어디 가시냐고 물으니 교회 간다고 하여 그제서야 주일인지 안 목사도 있다는 소리를 들어 보았습니다. 사람은 잊어버리기 잘 하기 때문에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념일로 정해 놓습니다. 감사를 생각하는 민족 명절인 추석, 감사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감사는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감사하는 삶은 풍요로움을 줍니다.

감사는 선택 과목이 아닙니다./김필곤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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