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열매만 있는 것이 아니고 꽃도 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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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곤목사 조회수:5368 추천수:4 112.168.96.71
- 2002-11-09 13:15:52
봄이 되면 꽃이 피고 가을이 되면 열매를 맺는 것이 계절의 법칙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가을에도 꽃은 많이 핍니다. 농촌에 가면 길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빨강, 분홍, 흰, 노란빛을 띤 키다리 코스모스가 솔솔 부는 바람을 따라 한들한들 나부낍니다. 가을 교정이나 정원 화분에는 계절의 여왕꽃이라 하는 탐스러운 국화꽃이 가꾸는 이의 정성과 함께 예술처럼 피어 있습니다.
가을 동산에 오르면 봄철의 진달래처럼 어느 곳에나 볼 수 있는 향기 그윽하고 독특한 들국화가 있습니다. 해변 양지 바른 곳에서 탐스럽게 피어나는 해국도 있고, 꽃향기 진한 갯국화, 돌담에 노랗게 피어 오르는 털머위, 화려한 빛깔로 개량된 리베라도 있습니다. 시골 가을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궁화꽃을 닮은 부용도 있습니다.
아침에 필 때는 흰색에 가깝게 피지만 저녁이면 분홍빛깔로 변하는 꽃입니다.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오랫동안 연달아 피는 꽃은 청초하고 다양하며 우아하고 아름답니다. 가을답지 않는 여름의 정열을 느끼게 하는 꽃도 있습니다. 정열의 가을꽃 맨드라미입니다. 꽃이 마치 닭이나 칠면조 볏 모양을 닮은 것 같습니다. 빨강, 노랑, 희색의 아름다운 무늬를 뿜어내며 사람의 마음에 여름의 정열을 불질러 댑니다. 가을 꽃하면 끈끈한 생명력을 가지고 늦가을 서리 내려도 계속 피어나는 달리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꽃 모양은 국화를 닮은 듯하지만 빨강과 흰색이 뒤섞여 알록달록한 자태로 크게 피어오르는 달리아는 가을 화단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가을 꽃 하면 오래 도록 추억을 간직하게 하는 꽃이 꽈리입니다. 꽈리 열매의 씨앗을 꺼내고 빈 껍질을 혀 위에 올려 놓고 입천장으로 지그시 누르면 꽈리 속에서 공기가 빠져 나오면서 ‘꽈르르륵 꽈르르륵’ 소리가 납니다. 가을산엔 단풍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꽃이 있습니다. 우리 민요에 나오는 도라지는 심심 산천이 아닐 지라도 낮은 야산 어느 곳에서나 흰빛, 연보랏빛 꽃을 피워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 한 곳에 향수를 만들어 줍니다.
가을 언덕에는 억새꽃이 만발합니다. 가을 억새가 우거진 언덕에 서면 일렁이는 억새밭이 마치 바람에 흰 파도를 일으키는 듯합니다. 싸리비, 싸리문을 만들던 엷은 홍자색의 싸리꽃, 꽃향기가 좋은 샐비어, 가을 화단이면 어느 곳에나 있는 몸 전체에 터이 나 있는 금잔화 등은 가을의 추억을 더욱 감미롭게 하는 우리가 볼 수 있는 일상의 가을꽃들이 입니다. 가을이라고 열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을은 시작하기에 늦은 때가 아닙니다. 열매를 위한 시작인 꽃도 있습니다. 가을에 피어 가을에 열매를 맺는 꽃도 있습니다. 가을에 꽃을 피우고 싶지 않으십니까? 지금 늦지 않았습니다.
가을엔 열매만 있는 것이 아니고 꽃도 핍니다./김필곤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