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은 높이 쌓아야 물이 넘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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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곤목사 조회수:5625 추천수:20 112.168.96.71
- 2013-07-21 07:02:13
베를린 대학 관계자들이 근처 식당에 점심을 먹을 때였습니다. 웨이터가 메모를 하지 않고 주문을 받았는데 정확하게 음식이 나왔습니다. 그들은 웨이터의 기억력에 감탄했고 식사를 마치고 그 중 한 명이 두고 온 물건을 찾으러 다시 식당에 갔습니다. 그런데 웨이터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조차 기억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에 전부 잊어버릴 수 있는지 물어보자 웨이터는 음식이 나와 서빙을 할 때까지만 기억한다고 말했습니다.
심리학과 학생이었던 블루마 자이가르닉과 그녀의 스승인 쿠르트 레빈은 이때의 경험을 곰곰이 생각하였습니다. “인간의 기억은 완성된 일과 완성되지 않은 일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었습니다. 블루마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은 이것을 실험하기 위해 실험 참가자 164명을 A와 B 그룹으로 나누고 그들에게 각각 간단한 과제를 내 주었습니다. 과제는 시 쓰기, 규칙에 따라 구슬 꿰기, 연산하기 등 15~22개로 이를 수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실험의 핵심은 A그룹이 과제를 수행할 때는 아무런 방해를 하지 않고, B그룹은 도중에 중단시키거나, 하던 일을 일단 놔두고 다른 과제로 넘어가도록 했다는 겁니다. 과제를 마친 뒤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해야 했을 때 B그룹의 실험 참가자들이 A그룹보다 무려 두 배 정도 더 많이 기억을 해 냈습니다. 한편, 그들이 기억해 낸 과제 중 68%는 중간에 그만둔 과제였고, 완수한 과제는 고작 32%밖에 기억해 내지 못했답니다. 마치 웨이터가 계산을 끝낸 손님의 주문은 더 이상 기억하지 못했듯이 말입니다.
이렇듯 완성한 것보다 완성하지 못한 것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을 그녀의 이름을 붙여 자이가르닉 효과(Zeigamik Effect)라고 합니다. 끝마치지 못하거나 완성하지 못한 일은 마음속에 계속 떠오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단 그 일을 완성하거나 목표를 달성하면 마음속에 남았던 미진함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미처 못한 일, 이루지 못한 첫 사랑은 잘 잊히지 않고, 시험에서 못 푼 문제, 클라이맥스일 때 끝나 버린 드라마, 작심삼일이 되어 가고 있는 새해 계획들, 과거에 실패한 모습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끝마치지 못한 일이 있으면 심리적으로 긴장하게 되고 줄곧 남아 있는 일에 미련을 두기 때문에 더 오랫동안 기억하게 된다고 합니다. 미련 없이 살려면 주어진 일 매듭짓고 살아야 합니다. 바울처럼 마지막에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딤후4:7)”라는 고백이 있어야 합니다.
열린편지/열린교회/김필곤목사/2013.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