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열린말씀 열린편지

열린편지

게시글 검색
가장 위대한 유산은 삶으로 남습니다
김필곤목사 조회수:35013 추천수:1 218.147.218.173
2025-09-07 13:58:50

가장 위대한 유산은 삶으로 남습니다

 

1939년 생, 신영오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 명예교수의 삶은, 학문과 헌신이 어떻게 한 사람의 존재를 빛나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 같습니다. 그는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토양학을 전공했고, 귀국 후에는 국내 토양 분류 체계를 새로 세워 학문의 뼈대를 다졌습니다. 또 연세유업의 전신인 농업개발원 원장으로 일하며 낙후된 낙농 현장에 우유 보급의 기틀을 놓았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한 잔의 우유 뒤에는 그의 땀과 수고가 배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진짜 빛을 발한 순간은 삶의 끝자락이었습니다. 지난달 22, 85세로 세상을 떠난 그는 평생 살던 집과 부지, 추산 200억 원대의 재산을 연세대와 대한성서공회에 신탁 기부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시신마저 의학 교육과 연구에 내어주었습니다. 자녀들에게는 일찍이 너희에게 물려줄 재산은 없다고 말했지만, 그 말 뒤에는 내가 보여주는 길이 바로 너희에게 줄 가장 큰 유산이라는 깊은 메시지가 숨어 있었습니다. 연세대는 그의 아내에게 교내 기숙사 에비슨하우스를 평생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배려를 넘어, 신 교수가 남긴 나눔의 정신에 대한 사회적 응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인 딸이 아버지는 본인 시신이 교육과 연구에 쓰이길 바라셨다고 말했을 때, 그 바람은 이미 교정의 해부학 실습실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흔히 자녀에게 남겨줄 유산을 돈이나 집, 땅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신 교수의 마지막 행보는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얼마나 남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남길 것인가가 더 중요하지 않냐고. 그는 삶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진정한 유산은 재산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정신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신 교수 시신은 연세대 의대 실습이 끝난 뒤 화장해 다른 가족들이 묻힌 경기 남양주시 영락교회공원묘원에 묻히겠지만 그의 정신은 많은 사람의 마음 속에서 살아 있을 것입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이 무엇을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갈라디아서 6:7). 신 교수는 땅에 씨앗을 심은 과학자였을 뿐 아니라, 사랑과 나눔의 씨앗을 심은 인생의 농부였습니다. 이제 그 씨앗은 교정과 교회, 그리고 우리 마음속에서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그의 삶은 조용히 묻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심고, 어떤 흔적을 남기겠습니까?” 세상에 모든 것을 주시고 떠난 예수님은 말씀합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요한복음 12:24)

열린편지/열린교회/김필곤목사/2025.9.7.
SNS 공유

댓글[0]

열기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