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열린말씀 열린편지

열린편지

게시글 검색
손에 쥔 모래알은 쥘수록 빠져나갑니다
김필곤목사 조회수:5121 추천수:2 218.147.218.173
2025-08-03 13:10:40

손에 쥔 모래알은 쥘수록 빠져나갑니다

 

진나라의 승상, 이사(李斯)가 연 최고의 연회였습니다. 그의 아들은 공주와 결혼했고, 딸들은 왕자에게 시집갔으니 온 집안이 황실과 사돈이었습니다. 축하객으로 문턱이 닳을 만큼 인파가 몰렸고, 천하의 부귀영화가 모두 그의 발아래 놓인 듯했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웃고 떠드는 그 순간, 이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나지막이 탄식했습니다. “아아, 사물이란 극에 달하면 쇠하는 법인데나는 장차 어디로 돌아가야 한단 말인가?” 가장 높은 곳에서 그는 가장 깊은 불안을 느꼈습니다. 최고의 영광이 실은 가장 위험한 칼날 위이며, 무수한 시기와 원망의 표적이 됨을 직감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훗날 그는 머리가 잘리고 삼족이 멸하는 끔찍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역사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마천은 사기를 통해 이사처럼 권력이라는 신기루를 좇다 스러져간 수많은 영혼의 비극을 기록했습니다. 진시황의 '중부(仲父, 아버지 다음가는 어른)'라 불리며 권세를 휘두른 여불위를 보십시오. 한낱 장사치였던 그는 비상한 지략으로 한 나라의 운명을 쥐락펴락했지만, 만족을 모르는 탐욕과 물러설 때를 몰랐던 오만함은 결국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토사구팽(兔死狗烹). 이 네 글자에 피맺힌 절규를 남긴 명장 한신의 마지막은 또 어떻습니까? 버려진 자신을 알아봐 준 유방을 위해 평생을 바쳐 칼을 휘둘렀고, 마침내 천하를 그의 발아래 바쳤습니다. 그러나 그는 교활한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를 삶는다는 말과 함께 버려집니다. 쓸모와 이익으로만 맺어진 관계가 얼마나 차갑고 허무하게 끝나는지, 그의 삶이 오늘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기가 실패한 인생들만 조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월나라를 구해낸 명재상 범려(范蠡)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다른 길을 보여줍니다. 그는 구천을 도와 오나라를 멸망시킨 후, 모두가 성공에 취해있을 때 홀연히 모든 부와 명예를 버리고 떠납니다. 그는 "명성이 너무 드높은 곳에 오래 머무는 것은 상서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이후 그는 이름을 바꾸고 장사꾼으로 변신해 막대한 부를 쌓았지만, 그마저도 주변에 모두 나누어주고 평온한 삶을 누렸습니다. 여불위의 과욕, 이사의 불안, 한신의 비극, 그리고 범려의 지혜는 먼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권력은 손에 쥔 모래알처럼 움켜쥘수록 더 빨리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갑니다. 손에 남는 것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과 더 큰 불안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붙잡아야 할까요? 성경은 말씀합니다.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과 바꾸겠느냐(16:26)”

열린편지/열린교회/김필곤목사/2025.8.3.
SNS 공유

댓글[0]

열기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