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있어 나무는 거목이 됩니다
거친 숨소리가 바람을 가릅니다. 누군가는 기록을 위해, 누군가는 자신과의 싸움을 위해 달리지만, 여기 한 남자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해 달립니다. 그의 심장은 두 사람의 몫으로 뛰고, 그의 두 다리는 네 개의 다리가 되어 땅을 박차고 오릅니다. 바로 ‘철인 아버지’ 딕 호잇, 그는 40년간 아들이 탄 휠체어를 밀며 세상 가장 위대한 경주를 펼쳤습니다. 아들 릭은 태어날 때 탯줄에 목이 감겨 전신마비와 뇌성마비를 안고 세상에 나왔습니다. 움직일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아들을 보며 아버지는 절망 대신 아들의 세상이 되어주기로 결심합니다. 휠체어는 아들의 몸이자, 아버지의 심장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아들의 단 한 마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77년, 어느 자선 달리기 대회를 마친 후였습니다. 릭은 특수 컴퓨터 장치로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을 담아 아버지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아빠, 달리고 있을 때면 제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잊게 돼요.” 그 한 문장은 아버지의 남은 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습니다. 아들의 세상에 바람을 불어넣어 줄 수만 있다면, 그 길이 아무리 험난해도 좋았습니다. 아들의 자유와 기쁨이 아버지의 존재 이유가 된 순간이었습니다.
마라톤 42.195km의 고독한 길 위에서 그는 휠체어를 밀었고, 트라이애슬론의 거친 파도 속에서는 허리에 밧줄을 묶어 아들이 탄 고무보트를 끌었습니다. 180km의 자전거 코스에서는 아들을 앞에 태우고 바람을 가르며 페달을 밟았죠. 무려 1,130개가 넘는 대회를 완주하는 동안 세상은 그의 경이로운 체력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늘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아들이 없었다면, 저는 이 길을 달릴 이유가 없습니다.”
그에게 경주는 기록과의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휠체어에 앉아 세상의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환하게 웃는 아들의 얼굴, 그것이 아버지에게는 세상 가장 빛나는 금메달이었습니다. 그는 단순히 휠체어를 민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들의 닫힌 세상과 꺾인 꿈을 자신의 온몸으로 밀어 올린 것입니다. 13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릭은 1993년에는 보스턴 대학 특수 교육 분야에서 컴퓨터 전공으로 학위를 받았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삶에는 저마다 밀어주어야 할 휠체어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때로 가족의 아픔일 수도, 소외된 이웃의 무거운 짐일 수도 있습니다. 잠시 나의 편안함을 내려놓고 기꺼이 누군가의 다리가 되어주기로 결심하는 순간, 우리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위대한 힘을 경험하게 됩니다. 성경은 말씀합니다. “너희 각 사람은 자기 일을 돌아볼 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빌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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