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은 빌릴 수 있어도 정은 빌릴 수 없습니다
2021년 봄, 안산의 택시 기사 손용준 집사는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아버지 손경진 성도(당시 66세)가 말기 신부전으로 하루 네 시간씩 혈액투석에 매달려야 한다는 진단이었습니다. 두 다리는 붓고 호흡은 가빠졌습니다. 무엇보다 신앙의 기쁨이 시들어 가는 모습이 아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아버지가 주일예배 대신 투석 의자에서 시간을 보내시는 걸 더는 볼 수 없었습니다.” 손 집사는 ‘생체 신장이식 적합성 검사’에 지원했고, 결과는 “매우 이상적”이었습니다. 그는 직업 특성상 긴 회복 기간이 부담스러웠지만, 머뭇거리지 않았습니다. “택시 기사 아들이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2021년 7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8시간에 걸친 이식 수술이 진행되었습니다. 의료진은 “이식 직후 소변이 잘 나오면 예후가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술방에서 막 나온 아버지의 몸이 회복실에 도착하자마자 혈액이 돌기 시작했고, 의료진은 “기적 같은 속도”라고 말했습니다. 수술 6개월째, 손 성도는 손주들과 동네 운동장을 한 바퀴 걸었습니다. 투석기에 의지하던 삶에서 ‘손자 손잡고 산책하는 삶’으로 바뀐 것입니다.
투병 중 신앙이 식어 있던 아버지는 “아들의 칼자국에 예수님의 십자가가 겹쳐 보였다”고 고백하며 다시 예배당으로 돌아왔습니다. 첫 주일 간증에서 그는 “하나님이 새 신장뿐 아니라 새 마음을 이식해 주셨다”고 눈물로 말했습니다. 수술·입원 비용은 건강보험과 교회 성도들의 모금으로 충당됐습니다. 그러나 손 집사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비용은 마련할 수 있어도, 칼자국은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사랑의 증표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CBS〈새롭게 하소서>에서 “아버지에겐 아들이 있었다”라는 타이틀로 방영되었습니다.
효도도 외주화 되고 상품화되어 실버타운·간병보험·AI 돌봄 기기가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돌봄은 외주할 수 있어도 자기 몸을 내어 주는 사랑은 결제할 수 없습니다. 손 집사의 헌신은 그 사실을 또렷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성경은 말씀합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가 잘되고 장수하리라”(엡6:2–3). “사랑은 자기 것을 구하지 아니하며… 모든 것을 희생한다”(고전13:5–7, 의역). 손 집사의 선택은 부모 공경이 복음적 자기희생과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그는 신장 한쪽으로 아버지의 몸을 살렸고, 신앙 공동체는 그 사랑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습니다. 손 집사가 부모에게 전한 것은 결제된 서비스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살아 있는 마음, 기도로 적신 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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