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흘러가면서 맑아집니다
2019년 7월 8일 뉴욕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아시아나항공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미국에 사는 8살 소녀가 어머니와 함께 뉴욕에서 인천으로 향하는데 이륙 후 1시간 30분 정도가 지났을 때 갑자기 고열이 났고 복통을 고소했답니다. 승무원들은 응급조치를 취했고 함께 탑승한 의사의 진료를 받았는데 의사는 최대한 이른 시간에 진료와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냈답니다. 기장은 곧바로 회항을 결정했고 항공기가 착륙할 때는 착륙 장치가 활주로에 닿으면서 100톤에 가까운 충격이 더해지기 때문에 항공기 안전을 위해서 중량을 최대한 줄여야 했다고 합니다. 그 비행기는 2층 구조의 초대형 항공기인 A380으로 800명도 넘게 탈 수 있는 현존하는 여객기 중에 가장 큰 것이었답니다. 그래서 많은 항공유를 처리했고, 이미 북극 항로에 들어섰기 때문에 그 항로 인근에는 공항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답니다. 1,200마일, 1,930km 떨어진 앵커리지 공항에 착륙할 수 있다는 회신을 받았고, 착륙 무게를 맞추기 위해 약 9톤의 항공유를 버려야 했답니다. 항공유 가격으로 1,700만 원 어치에 해당하는 기름이었답니다. 그 비행기는 재급유 후에 이륙하여 예정 시간보다 4시간 늦게 인천공항에 도착했답니다. 그날 그 항공기에는 승객이 470여 명 타고 있었지만, 회항에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답니다. 항공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하고서 기장이 항공기 지연 도착을 사과하는 방송을 하자 승객 대부분이 손뼉을 치며 화답을 했답니다.
공광규 시인의 ‘아름다운 회항’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습니다. 그 내용이 이러합니다. “멀리 순항하던 비행기가/ 갑자기 비상착륙을 하려면/ 항공유를 모두 버리고 무게를 줄여/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와야 한다//안전한 착륙을 위하여/정상 항로에서 벗어나서/비싼 항공료를 모두 바다에 버리고/돌아와야 하는 것이다//사람도 그럴 때가 있다/갑자기 자신을 비우고/출발했던 곳으로/돌아와야 할 때가 있다” 인생 항해에서 뜻하지 않는 일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버려야 할 것을 과감하게 버려야 합니다. 삶을 버려야 할 것으로 채우지 말아야 합니다. <스쳐지나갈 것들로 인생을 채우지 마라(고은미 저)>라는 책에서 저자는 덧셈보다 뺄셈을 잘 할 때 인생은 풍요롭다고 말합니다. 흘려보낼 일은 흘려보내고 털어버릴 일은 털어버리라는 것입니다. 간직할 것은 꼭 필요한 것,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 순으로 우선순위를 정하라는 것입니다. 생명은 이 땅 사는 동안에 꼭 필요한 것입니다. 생명을 해치는 것들은 그것이 미움이든, 감정이든, 탐욕이든, 억울함이든 흘러보내야 합니다. 흘러 보내다 보면 언젠가 맑아집니다.
열린편지/열린교회/김필곤목사/202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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