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마일과 26.2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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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곤목사 (yeolin) 조회수:3928 추천수:2 112.168.96.71
- 2001-04-23 09:11:19
제105회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이봉주가 우승을 하였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뛴 결과입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황영조의 그늘에 가려 있을 때, 그는 묵묵히 연습을 했습니다. 1993년 호놀룰루 마라톤 우승 후 변변한 성적을 못 냈을 때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연습했습니다. 그러다가 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96 후쿠오카 마라톤 우승, 98 로테르담 마라톤 2 위 등 승승장구하며 세계 톱 랭커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앞 길은 평탄치 않았습니다. 자신을 길러준 코오롱과 결별의 위기를 맞이하였습니다. 그 때도 그는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소속팀 없이 오인환 코치, 몇몇 후배들과 함께 시골 여관을 전전하며 재기를 노렸습니다. 지난 2월 일본 도쿄마라톤에서 2시간 7분 20초의 한국기록을 수립하며 위기를 넘겼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의 마라톤 질주는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삼성전자 입단 후 당차게 도전했지만 결과는 시드니올림픽에서 24위에 머물렀습니다. 30대 나이 포기할 만도 할 때였습니다. 그런데도 그에게는 좌절이 없었습니다. “시드니의 한을 꼭 풀겠다”며 자신과 어머니에게 수없이 다짐했다고 합니다. 작년 12월 후쿠오카 마라톤에서 2위를 차지하며 일어선 그는 이번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서 월계관을 쓰게 되었습니다.
시드니 올림픽 부진 이후 거의 달리기를 그만두려 했던 그였습니다. 그는 마라토너로서 불리한 신체 조건을 가진 선수입니다. 짝짝이 다리로 달립니다. 키도 작고 다리도 짧습니다. 어눌한 말씨며 숫된 몸짓, 쌍꺼풀 수술을 했다지만 여전히 답답하게 치뜬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불리한 제반 조건과 세상의 냉소를 탓하지 않고 마라톤에 집념을 가지고 야박한 세상에서 포기하지 않으면 인생은 좌절과 고난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었습니다.
1만 3천 여명이 42.195㎞를 완주한 보스턴 마라톤에서 이봉주가 제패하던 날 또다른 월계관을 쓴 사람이 있었습니다. 캐서린 가브리엘 린치입니다. 그가 이번 대회에서 달린 거리는 마라톤(26.2마일·42.195㎞)의 초미니 축소판인 26.2피트(7.98m)로 보통 사람이 10걸음이면 갈 수 있는 짧은 거리입니다. 출발한 지 1분여 만에 그녀가 결승선을 통과할 때 그녀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관중들은 눈물샘을 터뜨리면 환호성으로 그녀의 완주를 축하했습니다. 린치는 태어날 때부터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병을 앓아 키 71.1㎝, 몸무게 15.9㎏에서 성장이 멈춰버린 왜소증 장애인입니다. 게다가 호흡장애와 척추통증까지 있어 휠체어가 없으면 거동조차 불가능한 사람입니다.
그는 그렇게 26년을 이 땅에 살았습니다. 그리고 마라톤에 도전하였습니다. 다른 참가자들처럼 운동복과 운동화 차림에 등 번호까지 달았습니다. 그녀가 가장 많이 멀리 걸어본 거리는 1.5m로 지난해 대학졸업식 때 학위증을 직접 받고 싶어 걸었다는 것입니다. 7.98m 거리는 그녀에게 있어서는 멀고 먼 거리였습니다. 결국 그녀는 완주를 했고“오늘보다 더 즐거웠던 날은 없었다”며 감격했습니다. 린치가 밝고 희망차게 살 수 있게 된 것은 그의 어머니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그의 어머니는 그의 딸이 친구들의 놀림감이 될 수 있음을 감수하면서 특수학교가 아닌 공립학교에 보내었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늘 자선기금 모금행사나 각종 자원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며 사회성을 길러 주었고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 웨이랜드 고등학교와 리지스 대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하여 어머니의 은혜에 보답했습니다. 고등학교 때에는 레슬링팀과 실내 육상팀의 매니저역할을 맡기도 했고 현재는 힘든 몸을 이끌고 보스턴 아동병원 가족센터에서 어린이 환자와 그 가족을 돕는 상담역 겸 변호인으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이 세상에‘장애인’이란 없습니다. 사람마다 타고난 능력이 조금씩 다를 뿐입니다”
20일은 '제21회 장애인의 날' 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장애인은 89.4%가 각종 재해로 인한 후천성 장애인인데 장애인에 대한 시각은 곱지 않습니다. 최근 한국 갤럽이 장애인에 대한 의식을 조사한 결과‘편견’은 15년 간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편견을 탓하며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인생을 살 수는 없습니다. 또 그것을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26.2마일의 인생을 사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26.2피트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봉주는 26.2 마일을 왼발이 248㎜, 오른발이 244㎜. 게다가 거의 평발에 가까운 발로 25번이나 풀 코스로 완주하였습니다. 남들은 15번이면 은퇴하는데 말입니다. 린치는 26.2피트를 보통 사람은 10걸음이면 갈 수 있는 7.98m의 짧은 거리이지만 힘겹게 완주하였습니다. 그렇다고 26.2 마일보다 가치 없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마라토너 못지 않은 질주였고 아름다운 승리였습니다. 다수를 위한 세상이라 하지만 모두가 주어진 길이 있습니다. 그 길을 완주할 때 세상은 아름답고 인생은 감동적입니다. 바울은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니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니라 (딤후 4:7-8)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 목사/2001.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