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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없는 날
김필곤목사 (yeolin) 조회수:4174 추천수:5 112.168.96.71
2000-02-07 07:50:45
얼마 전 중고 텔레비전을 샀습니다. 결혼 후 처음 산 텔레비전입니다. 결혼할 때도 혼수품 중에는 텔레비전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동안 텔레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래전 아는 목사님이 선교사로 나가기 위해 외국으로 공부하러 갔는데 개인적으로 약간의 후원을 하였습니다. 그 목사님이 고맙게 생각했는지 쓰던 텔레비전을 외국에 나가면서 저희 집에 주었습니다. 그 동안 잘 보았는데 아이들에게 화면이 큰 텔레비전을 사주기 위해 중고 텔레비전을 아는 분을 통하여 구입하였습니다. 중고 텔레비전이지만 겉은 멀쩡하니 새 것과 같았습니다. 아이들은 중고 텔레비전인지도 모르고 다른 집처럼 화면이 큰 텔레비전을 보며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사 놓은지 몇 달이 안되어서 그만 고장이 났습니다. 교회에 갔다 저녁에 들어오니까 텔레비전이 나오지 않는다고 아이들이 말을 했습니다. 텔레비전이 고장이 났다는 것입니다. 텔레비전을 보지 못하도록 리모콘을 아내가 감추어 놓았는데 막내 아이가 손으로 텔레비전에 부착된 리모콘 센서를 작동하였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막내를 성토하듯이 텔레비전 고장원인의 화살을 막내에게 쏘았습니다. 그 말을 들을 때 속으로는 "잘되었다. 너희들이 텔레비전에 빠져 있으니까 그렇지" "며칠만이라도 텔레비전 없이 지내보아라"라고 생각하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가끔 보면 아이들이 텔레비전 코앞에 앉아 밥먹기도 잊고 텔레비전에 심취해 있는 것을 볼 때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별 고장이 아니고 무엇인가 작동을 잘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작동법에 아직 미숙하여 나오지 않으니까 고장났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아이들이 방으로 다 들어간 후 고장난 곳을 확인하기 위해 텔레비전 앞으로 갔습니다. 리모콘을 찾아 작동을 해보았지만 전원 자체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선에 이상이 있나 살펴 보았지만 역시 선도 이상이 없었습니다. 텔레비전에 대하여 별 지식이 없지만 그래도 단순한 고장일 것이라고 리모콘 센서를 열어 보았습니다. 손으로 이것 저것을 만져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단순한 고장이 아닌 것 같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겉은 멀쩡하였지만 8년이나 된 텔레비전이었습니다. 아내의 이야기에 의하면 서비스하는 사람이 와서 지금은 오래되어 부품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더라는 것입니다. 텔레비전이 고장난 다음 날 밤, 교회에서 오자 아이들은 모여 라디오를 열심히 듣고 있었습니다. 어린이 성경 동화책을 내어놓고 보며 성우가 읽는 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아 아무 생각 없이 프로그램의 유혹에 푹 빠져 있어야 할 시간인데 아이들이 모여 앉아 성경 동화를 읽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현대인들은 텔레비전 없이는 못산다고 합니다. 그만큼 텔레비전은 현대인의 삶에 영향력을 주고 있고 삶의 필수도구가 되었습니다. 텔레비전은 긍정적인 기능이 많이 있습니다. 텔레비전은 적당히 긴장을 완화시켜 주고 현실을 망각하게 해주며 외롭고 곤궁한 사람들에게 심리적 보상을 해주는 오락적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학습기능을 통하여 대응력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줍니다. 취학전 어린이의 언어 발달에 도움을 두고 인지 기능, 어휘습득, 개념학습, 문제 해결 방법의 습득, 표현 방식의 학습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생활 적응에 유용한 사회인으로서의 사회적 행동을 습득하게 하는 사회화 기능과 인간 생활에 필요한 각종 정보 제공기능, 문화적 감수성을 훈련시키고 즐기고 탐구할 수 있는 문화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텔레비전의 부정적인 기능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텔레비전의 과다한 시청은 시력의 감퇴, 창의성 저하, 독서력 저하, 폭력적 행동, 학습의욕 상실, 소극적 성격으로의 변화 등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 텔레비전 세계와 현실 세계와의 거리감을 상실하여 잘못된 세계관이나 가치관 등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 쉽습니다. 특히 가치관이 채 정립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무분별한 언어, 행동, 가치의 모방을 가져오게 할 수 있으며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상업적 프로그램의 폭력성, 선정성, 허구성 등은 자라는 아이들의 정서를 심각하게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미국 보스턴 타프츠대학의 아동교육연구소 스트라스 버거 교수는 텔레비전이 자녀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보고했습니다."미국 아이들은 매주 평균 23시간을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다.1년 평균 성적인 장면은 1만 4천 회,술 광고 2천 번을 보게 된다.최근 나오는 음악 비디오의 75%는 성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50%는 폭력을 주제로 삼는다.자녀를 망가뜨리려거든 부지런히 텔레비전을보게 하라" 텔레비전은 우리 삶에 필요한 도구임에는 틀립이 없습니다. 그러나 텔레비전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TV의 종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가정마다 일주일에 하루쯤 TV 없는 날을 선포하여 참 자유를 누리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그 날 온가족이 모여 예배드리며 삶을 나눈다면 더욱 좋은 날이 될 것입니다 ●

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 목사/20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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