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날의 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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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곤목사 (yeolin) 조회수:4697 추천수:1 112.168.96.71
- 1999-11-10 07:35:56
늘 처음 가는 길에는 기대와 설레임이 있습니다. 노회 일이 있었지만 조목사님의 목사 안수식이 전북 봉동에 있어 성도님들과 함께 축하해 주기 위해 떠났습니다. 봉동이라는 곳은 난생 처음 가는 동네입니다. 미리 조목사님이 준 지도를 보고 가는 길을 알아 놓고 출발하였습니다. 찾아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봉동 도착하여 교회를 찾지 못하여 한차례 곁길로 간 일을 제외하고는 순조롭게 찾아갔습니다.
10시 30분에 식이 있다고 하여 8시 30분에 출발하였는데 거의 12시가 되어서야 식을 시작하였습니다. 안수식이 다 끝이 나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에 식사 대접을 한다고 전주 시내로 안내하였습니다. 여러차례의 좌회전과 우회전을 거듭하여 구 시가지 골목길에 들어섰습니다. 조목사님의 부친께서 멀리서 왔다고 이름난 비빔밥 집으로 모신 것입니다. 거의 2시가 다되어서입니다. 이름있는 고관들이 들리는 집 중의 하나라고 했습니다. 30여분 달려 왔지만 바로 음식이 나온 것은 아니였습니다. 기다림에 지칠 즈음 미리 비벼서 나오는 특이한 비빔밥이 나왔습니다.
모두들 맛있게 식사를 한 후 분당으로 오는 길이었습니다. 2년전 전주에서 개척하여 지금은 100여명의 성도와 함께 아름다운 목회를 하고 계시는 분이 있어 올라오는 길에 전주에 왔다간다고 전화를 하였습니다. 전화를 하고 바로 고속도로를 타려고 하였는데 전화를 받자 그 목사님이 가는 길이니까 꼭 한번 들린 후에 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성도님들과 함께 그 교회를 향하였습니다. 한 100여평 가건물로 아담하게 지어진 교회였습니다. 교회에 도착하니 성도들이 전도하러 나가기 위해 준비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들어서자마자 교회가 살아 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열심있는 교회는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목사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신개발지이기 때문에 근방에 많은 교회들이 들어 왔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교회를 커다랗게 짓고 들어온 교회들이 꽤 있다고 하였습니다. 기존의 교회들을 팔고 아파트가 많은 새로운 지역에 들어와 교회 부흥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교회는 아직은 건물만 있지 텅비어 있다고 했습니다. 그 목사님의 교회는 그래도 열심히 전도하여 그근방에서는 꽤 부흥된 교회라고 했습니다.
요즈음 부흥되었다는 교회처럼 다른 교회 다니다 이동하여 온 성도들에 의해서 된 것이 아니고 거의 70%가 불신자를 전도하여 교회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회에 대하여 말씀을 하시던 목사님은 "전주에까지 왔으니까 좋은 곳 들렸다 가시지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교인들에게 여기까지 내려왔으니 남원이나 마이산이나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을 관광하고 가자고 제안하였지만 성도님들은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누군가 강경에 들려 젓갈을 사가지고 가자 하니까 모두다 대 환영이었습니다. 젊은이들 같으면 젓갈보다는 이왕 왔으니 구경하며 정서의 풍요로움을 누리고 싶을 텐데 역시 중년은 현실적이었습니다. 움직이기도 싫고 눈의 즐거움보다는 입의 즐거움이 우선이고 낭만보다는 살림이 우선이었습니다. 식구들의 입을 책임진 주부들인지라 집에서 아이들이 기다릴 것을 생각하면 조급함도 있을 법한데 강경 행을 반대하시는 분은 한 분도 계시지 않았습니다. 초행길이지만 이미 가보신 집사님의 안내를 받아 강경 젓갈촌에 도착을 했습니다. 젓갈촌에 들어서자 마자 호객하는 젓갈집 종업원들이 차를 세우라고 했습니다. 이미 정해진 집이 있어 그들의 손짓을 물리치고 [영진 상회]로 향했습니다. 다른 상점보다는 규모가 좀 작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주인이 모교회에 다니는 권사님이시라고 안내한 집사님이 소개해 주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권사님에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얼굴은 초면이지만 지난 봄에 그 권사님께서 가난한 목회자라고 집사님 편에 젓갈을 보내어 주어 감사하게 먹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감사를 표했습니다. 단지 목사라는 이유 하나로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에게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은데 믿음이 좋으신 분일 것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막상 만나보니 무뚝뚝하고 웃음이 별로 없으신 굳는 표정같이 보였습니다. 성도님들이 물건을 다 사고 떠날 때였습니다. 집사님 편에 교회에 감사 헌금하라고 헌금을 보내왔습니다. 차에서 내려 본 교회에 하시라고 거절하자 받아주시라고 간곡하게 말했습니다. 물론 거절을 하였지만 가실 때 식사하라고 따로 집사님에게 돈을 주시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무료로 또 다른 것들을 개개인에게 싸주었습니다. 구제를 하는지 장사를 하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차를 타고 출발하는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드는 둔탁한 손바닥에 비록 작은 규모지만 그 집에 유독 사람이 많은 이유가 적혀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떠나는 차를 향하여 한참 동안 서 있는 염색하지 않은 충청도 아줌마의 가느다란 미소 속에 그 날 찾으려 했던 계산없는 낭만과 예수님의 마음이 새어나왔습니다●
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 목사/1999.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