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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상품화와 교회
김필곤목사 (yeolin) 조회수:3689 추천수:3 112.168.96.71
1999-09-01 07:27:57
반상회를 갔다온 아내가 집에 들어와 "이 번 옷 로비 청문회는 S교회와 H교회, B교회 삼파전이라고 B 교회 다니는 어느 권사님이 자랑스럽게 말하며 자신의 교회에 나오는 모 권사님을 위하여 온 교회가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고 말씀하더라고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 마음이 답답해졌습니다. 어떤 대화 속에서 나온 말인지, 전후 문맥이 무엇인지는 자세히 물어 보지도 묻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 말속에 담겨진 의도성이 답답한 한국 교회의 얼굴 일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침울하였습니다.

옷 로비 사건인지 옷값 대납 요구 사건인지 그 속에 나오는 중심 인물들이 교인들이고 형님 아우하면서 봉사활동을 같이 하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설령 그동안 모르고 있었더라도 그들이 청문회에 나와 진실을 입증하기 위해 서로 반대되는 증언을 하면서도 "하나님, 성경, 신앙 생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며 시청자는 교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입니다. 어느 여인은 몇 차례나 "성경에 손을 얹고 맹세한다. 하나님은 알고 계실 것이다"면서 자신이 모 여인에게 옷값 대납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20년 동안 선교사업을 해왔다고 말하는 어느 여인은 "하늘에 대고, 땅에 대고 맹세하지 말란 말이 있다"는 성경구절을 인용하면서 "나는 평생 주님만을 위해 살아왔다. 옷 값 대납 요구는 사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있기 전만해도 형님 동생처럼 지내던 그들은 대질 신문에서 서로 삿대질을 하고 눈을 부릅뜨면서 네 탓임을 말했습니다. 아마 이 번 청문회를 통하여 가장 수난을 당하신 분은 하나님이시고 성경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반상회에서 자랑스럽게 삼파전이라고 말하며 전교인이 자신의 교회에 속한 권사를 위해 기도한다고 말씀했다는 어느 권사님의 말씀은 거기 모인 많은 사람들에게 또다시 웃음거리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 권사님의 말 속에 들어있는 숨은 의도는 이런 것이었을 것입니다. 먼저는 자기가 다니고 있는 교회에 대한 프라이드입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내노라고 하는 큰 교회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교회의 교인이라는 사실을 은근히 말하려고 한 것일 것입니다.

두 번째는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그녀와 같은 거물이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선전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세 번째는 조금은 억측같이 보이지만 그 청문회 현장을 어떤 대결로 바라보면서 그 삼파전에서 자신의 교회에 속한 권사가 이기기를 바라고 있음을 권사님의 말속에서 의미탐구를 할 수 있습니다.
악이 상품화 된지는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단적인 예로 영화에서 더 허구적이며, 더 선정적으로, 더 폭력적으로 사건을 이끌어가면 더 많은 관객이 생기고 더 많은 돈이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공식처럼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기발한 방법으로 악을 개발하여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관객은 그것을 통하여 희열과 쾌감, 대리 만족을 맛보고 있습니다. 영화속에서 사람을 악랄하게 죽이는 것을 보며 도덕성을 논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자본주의가 발달됨에 따라 교회는 선을 상품화하여 교회의 규모를 확장시켰습니다. 큰 것이 좋고 많은 것이 힘이라는 생각에 충실한 교회는 선을 상품화하여 그것을 선전함으로 구도자가 아닌 많은 종교 소비자를 이끌어 들였습니다.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일부 사람들이 구제하는 것도, 선교하는 것도, 좋은 일하는 것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상품화의 도구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인들의 의식자체가 선보다는 선을 어떻게 만들어 낼까에 관심을 가지고 하나님이나 하나님의 뜻보다는 하나님이나 하나님의 뜻을 이용하여 나를 쌓고 내 뜻을 어떻게 이룰 것이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하나님, 성경, 진리들이 다른 목적을 위한 도구화가 되어지고 거짓의 자리, 악의 자리에서도 서슴없이 하나님, 성경이 자신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되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에 이미 습관화된 교인들은 하나님이 능욕되는 현장을 보면서도 수치를 느끼고 회개하며 부끄러워하는 것보다는 그 악의 현장에 자신의 교회가 끼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포장하여 다시 자신과 자신의 교회를 상품화하는데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마치 악을 상품화하여 돈을 버는 영화와 같은 것입니다. 교회는 선을 상품화해서도 안되지만 결코 악을 상품화해서는 더욱 안됩니다. 그것은 이미 교회가 아닙니다. 악을 상품화하여 목적을 성취하는 집단은 교회라기 보다는 종교집단이고 건전한 종교집단이기 보다는 사이비 종교집단에 불과합니다. 오늘 우리는 타락한 백성들을 향하는 이사야의 부르짖음을 들어야 합니다. "주께서 가라사대 이 백성이 입으로는 나를 가까이하며 입술로는 나를 존경하나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났나니 그들이 나를 경외함은 사람의 계명으로 가르침을 받았을 뿐이라 (사 29:13)"●

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 목사/199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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