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과 신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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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곤목사 (yeolin) 조회수:4094 추천수:0 112.168.96.71
- 1999-06-06 07:06:11
나라마다 자신의 나라를 위해 산화한 애국자를 기리는 날이 있습니다. 영국 사람들은 현충일(顯忠日)을 1차 대전이 끝난 11월 11일(Armistice Day, 휴전기념일)에서 가장 가까운 일요일로 잡아 행사를 치릅니다. 이들은 그 날을 포피 데이라 하여 종이로 만든 양귀비꽃(poppy)을 가슴에 달고 전몰 장병을 위령합니다. 1차대전 중 가장 격전지였던 플란더즈 전장(戰場)의 장병의 핏자국 마다에서 양귀비 꽃이 피어났다하여 이 꽃을 사서 다는데 이날 판 꽃값은 상이 군인이나 재향 군인을 위해 쓰이게 된답니다.
미국의 현충일(Memorial Day)은 5월 마지막 월요일인데 원래 Decoration Day라고 부르던 것을 1882년 Memorial Day로 개명하였고, 최근엔 장병뿐 아니라 오늘을 있게 해준 가까운 친지들과 조상을 기리는 행사까지 겸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1956년 국무회의가 현충일을 6월 6일로 잡은 이후 이날을 현충일로 지키고 있는데 이 날을 현충일로 잡은 뚜렷한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날은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애국 선열과 국군 장병들의 넋을 위로하고, 충절을 추모하는 날입니다. 이 날이 되면 대통령 이하 정부요인들, 그리고 국민들도 국군묘지를 참배하고, 이날 오전 10시에는 전국민이 사이렌 소리와 함께 1분간 묵념을 올려 고인(故人)들의 명복을 빕니다.
나라마다 날짜는 다르지만 전몰장병을 기리는 의의는 모두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시대 마다 소수의 헌신된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사람들이 있었기에 많은 다수가 평안하게 사는 것입니다. 시대마다 이런 값진 생을 산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오늘 이 시대는 다수가 지배하는 시대처럼 보입니다. 물량이 숭배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교회에서까지도 숫자가 우상시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의 중심에는 참으로 그 시대를 이끌어간 소수가 있었습니다. "테크노헤게모니"란 책에는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를 이끌어 가는 국가가 있는데 그 국가는 기술의 주도권을 가진 국가이다. 바로 기술(Technology)의 주도력(Hegemony)을 지닌 국가가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이다. 영국이 16세기에 들어 산업혁명을 먼저 일으키게 된 것도 영국이 당시에 먼저 기술력을 선점하였기 때문이다. 영국 다음에 독일이 강대국이 되었던 것도 독일이 화학공업과 기계공업을 중심으로 당시에 첨단기술을 확보하였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20세기에 들어 미국이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된 것도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을 쌓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영국, 독일, 미국이 기술의 헤게모니를 잡게 된 원인을 밝혀 주고 있습니다. 그 원인을 종교개혁 직후에 모여진 개신교 신자들의 창조정신과 개척정신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습니다. 창조적인 사고방식, 개척정신과 모험심, 합리성과 과학정신을 가진 개신교 신자들이 영국 산업혁명을 일으키는 불씨가 되었었고 독일 산업화와 미국 건국의 초석이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도 해방 이후 많은 창조적인 신앙인들이 나라를 이끌어 왔습니다. 경제적으로 많은 발전을 하였지만 도덕적으로는 그렇게 썩 발전하지 못하였습니다. 사회의식이 성숙되지 못하였습니다. 국민의식이 발전되지 못하였습니다.
우리민족이 일본의 억압통치 아래서 고통을 겪을 때 춘원 이광수는 1922년 "민족개조론"을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76년 전인 1922년의 일이다. 한국인은 거짓말을 잘하고 게으르고, 겁이 많고, 이기심이 강하여 남과 어울려 큰 일을 도모하는 사회성이 결여되었고, 신용. 신의가 없는 약점 투성이의 성격을 가진 민족이라고 그는 질타하였습니다. 그는 우리민족이 살아남기 위해선 남을 속이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공리. 공론에 빠지지 않고 표리부동의 반복없이 충성. 신의를 지켜야 한다고 충고하였습니다. 개인보다 단체, 즉 사회에 대한 봉사를 생명으로 하는 성숙한 민족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광수의 주장은 오늘날도 효용이 있습니다. 별로 변한 것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날 우리 민족이 이렇게 된 것은 민족의 정`신을 바로 잡는 소수의 희생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억측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라를 위해 총칼 앞에 목숨을 던진 사람들처럼 지금 이 시대는 민족의 윤리 의식을 갱신시킬 희생적인 인물이 필요한 때입니다. 보다 성숙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신앙인은 이 일에 쓰임 받아야 합니다 ●
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 목사/199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