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잔잔한 감동을 주는 글 한 편을 읽었습니다. 문인의 글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출세한 사람의 출세기도 아니었고 어떤 권력자의 무용담도 아니었습니다. 하루 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한 소시민의 글이었습니다. 글의 내용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부부가 동대문 의류 시장에 갔습니다. 그곳에 가면 으례이 물건 값을 깎아야 한다는 사전 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부부는 1만 3천원짜리 바지는 1만 1천원으로, 3천원짜리 t-shirt는 천 5백원으로 깎아 샀습니다. 그들 부부가 쇼핑을 끝내고 흥인 상가를 빠져 나왔을 때 인도 노점상들 사이 조그만 좌판 위에 진열되어 있는 시계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부부는 얼마 전부터 아들 녀석에게 시계를 하나 사주어야지 하는 마음을 먹고 있던터라 만화가 그려져 있는 어린이 시계를 집어 들고는 가격을 물었습니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2천원이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그러나, 동대문에서 물건값을 깎지 않는 사람은 바보라는 말이 또
다시 기억나서 얼마를 받겠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결국 백원을 깍아 1천 7백원에 샀습니다.
바보가 안되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오랬만의 외출이라 그들 부부는 시장 앞에 늘어서 있는 포장마차에 자리를 잡고는 떡볶기랑 오뎅, 순대 등을 시켜 먹었습니다. 한참 맛있게 먹던 중 남편은 떡볶기 5백원, 오뎅 5백원이라고 씌여진 가격표가 눈에 띄었을 때 갑자기 속이 막혀 더이상 음식을 씹을 수가 없었습니다. 시계장수 아저씨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상가 점포도 없이 기껏 노상에서 2천원짜리 시계 하나 팔아서 다 남는다고 해도 2천원 밖에 남지 않을 텐데, 그렇게 하루에 3개씩 판다고 해도 주일 빼고 나면 한 달에 15만원의 이득 밖에 없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머리에는 혹 내가 깎은 3백원때문에 오늘 장사를 망치지나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저씨에게 3백원은 인색하였으면서도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해서는 1, 2천원을 우습게 여기는 그의 꼴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아내에게 음식을 먹다 말고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아내도 동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들 부부는 그 시계 아저씨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는 3백원을 되돌려 드리면서 내가 무리하게 깎은 것 같으니 용서해달라고 했습니다. 그 아저씨는 단돈 백원이 남아도 이득이 있으므로 준 것이니 받을 수가 없다며 한사코 거절하셨습니다. 할 수 없이 부부는 근처 구멍 가게에 들러 3백원짜리 비스켓을 사들고 다시 그 아저씨를 찾아가 이번에는 깎은 돈을 되돌려 드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아저씨가 좋아서 선물하는 것이니 받으시라고 말했습니다. 몇 번이나 그것마저 사양하시던 아저씨가 마침내 웃음을 띠고 비스켓을 받으시면서 말했습니다. "시계 고장나면 언제든지 오시오. 내 새것으로 바꿔드리리다.”
태평양보다 더 넓은 마음을 그리며 그들은 집으로 돌아 오면서 앞으로 어떤일이 있어도 노상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의 물건값은 절대로 깎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올해는 건국 50년이 되는 해입니다. 비록 경제 난국과 수해로 나라가 어렵지만 여러 가지 축하 행사를 하는가 봅니다. 제 2의 건국을 위해 도약의 해로 잡고 힘쓰자고 합니다. 세계 무대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스포츠 스타들을 앞세워 그들 처럼 우리도 일어서자고 홍보를 합니다. 온통 관심의 초점은 경제 도약입니다.
다시 한번 경제 부흥을 이룩하여 잘 살아 보자는 것입니다. 경제 회생이야 말로 정부 수립 50주년을 맞은 우리 민족의 최대의 과제일 것입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한 소시민의 마음처럼 남을 생각해 주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바로 이 마음이 희년의 생각이라고 느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희년의 정신이 실제의 삶에서 구현된 생각이라는 말입니다.
구약 성경에 보면 50년이 아주 의미 있는 해로 강조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 해를 희년이라고 합니다. 레위기 25장에 의하면 이스라엘 민족에게 있어서 해방되어 땅을 분배 받은지 매 7년마다 안식년이 되고, 안식년이 일곱번 지난 다음에 곧 50년째를 희년이라고 했습니다. 이 때는 전 국민에게 자유를 선포하고, 종들이 자유를 얻어 가족들에게로 돌아갑니다. 모든 토지는 원래 소유자에게 돌려주고 사람들은 자기 기업으로 돌아갑니다. 모든 부채도 탕감받고 땅도 1년 동안 경작을 하지 않고 쉼을 얻게 됩니다. 이 해를 신약 성경에서는 은혜의 해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지금 이렇게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정신적 원리는 우리의 삶 가운데 적용되어야 합니다. 모든 만물의 주인은 하나님이십니다. 좀더 넓은 마음을 가지고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할 때 민족이나 인생은 참된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제 건국 50년이 되었습니다.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희년의 원리를 삶의 구석, 구석까지 적용해야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 민족과 우리 가정의 미래는 좀더 행복한 미래를 약속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섬기는 언어/열린교회/980816 희년 생각 김 필 곤 목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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