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신문에서 "부치지 못한 16세 아들의 편지"를 읽어보았습니다. 내용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떠나신지 벌써 보름이 다 돼갑니다. 그 동안 저는 "왜 이렇게 가족들을 힘들게 하실까" 하고 아버지 원망을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했습니다. 지난 연말부터 터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는 아버지의 두 어깨를 더욱 짓눌렀습니다. 부도 이후에도 아버지는 언제나 가족들 앞에서 밝은 모습만 보이셨습니다. 그러나 TV에서나 보던 빨간색 압류딱지가 집안 살림살이에 붙고 아버지는 결국 범법자란 불명예를 지고 외국으로 떠나 버리셨습니다. 이제 어머니께서는 많이 강해지셨습니다. 밤늦게 걸려오는 채권자들의 전화도 태연하게 받으십니다. 저의 수학여행까지 신경써 주셨지만 저는 포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어머니의 짐을 덜어드리고 싶었거든요. 빠른 시일 안에 저희 곁으로 돌아오실 거라고 믿습니다.
그 동안 저희 세 식구 아버지께 실망시키지 않게 열심히 살겠습니다. 절대로 쓰러지지 않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IMF한파로 가정의 안정을 위협하는 사회적 환경이 갈수록 심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어려운 처지를 비관한 일가족의 동반 자살이 매주 거르지 않고 신문지상의 한 모퉁이에 걸쳐 있고 하루에도 1만 명씩 직장 잃은 수많은 가장들이 실의에 잠겨 일자리를 찾아 거리를 헤매고 있습니다. 부모의 가출과 이혼으로 아이들만 남은 가정, 뿔뿔이 흩어진 도심의 폐가 현상, 아예 노숙까지 하는 등 생이별 생활을 하고 있는 가정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양육할 수 없는 아이들이 길거리에 버려지고 있고 부양할 수 없는 노인들이 방치되고 있습니다.
효와 자애, 보살핌과 사랑이라는 가족의 일차적인 유대도 어두운 경제의 그림자 속에서 함몰되어 가고 있습니다. 지난 시절 가족단위로 손잡고 어려움을 헤쳐왔던 한국 가정의 "한솥밥" 정서가 경제난과 함께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대량실업의 태풍은 우리들의 안식처요 둥지인 가정마저 붕괴시키고 있습니다. 가계의 소득감소와 자산가치 폭락이 개인파산 사태를 부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6.25 이후의 최고의 국난이라는 '신 보릿고개'의 긴 터널에 입구에 막 들어섰는데 벌써 우리의 가정은 지진을 만난 듯 흔들리고 있습니다.
정부의 "산업동향 분석"을 참조하지 않을지라도 몇 년간의 길고 긴 복합 불황의 터널은 이어질 것이고 이 장기적인 시련은 가정해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정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요 최소 단위입니다.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 역시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각 가정들이 건강하게 서 있어야 만 합니다. 건강한 가정이란 어떤 가정입니까?
"건강한 가정이란 부부의 관계와 부모. 자녀관계가 건강하고 나아가 다른 가정들을 튼튼히 하고 사회정의를 세우며,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사역집단으로서 역할을 하는 가정이다."이라고 정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건강한 가정의 특징을 연구하기 위하여 Dolores Curran(l983)은 500여명의 전문가들에게 설문조사를 하였습니다. 그 전문가 집단에 포함된 사람들은 학교장, 교도교사, 일반교사, 교회목사, 교육담당 전도사, 소아과의사, 가정의사, 정신과의사, 사회사업가, 간호사, 가족상담및 가족치료사, 그리고 자원봉사단체 지도자 등이었습니다. 그들이 응답한 건강한 가정의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공통된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생활하는 가정, 둘째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대화하는 기회를 자주 가지고, 자발적이고 진솔하게 대화하는 가정, 셋째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인정하고 지지해 주는 가정, 넷째 가족 구성원들이 유모어 센스를 가지고 생활하고 함께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가질 줄 아는 가정, 다섯째 가족 구성원들에게 윤리와 도덕을 가르치고 실천하는 가정, 여섯째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점을 존중하고 개성을 인정해 주는 가정, 일곱째 가족 구성원들이 동일한 전통과 풍습을 공유하고 긴밀한 유대감을 유지하는 가정, 여덟째 가족 구성원들에게 이웃과 인류에 대한 봉사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실천하는 가정, 아홉째 가족 구성원들이 저마다의 책임과 공동책임을 자각하고 감당하는 가정, 열째 가족 구성원들이 그들의 문제나 결점을 인정하고, 필요하면 도움을 청할 만큼 개방적인 가정 등이었습니다. 가정은 경제적 기능, 교육적 기능, 가족 보호의 기능, 자녀 양육의 기능, 신앙적 기능, 휴식의 기능, 애정의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이 있습니다.
가정이 건강하려면 이러한 기본적인 기능을 잘 수행하여야 만합니다. 경제적 부가 반드시 가정의 행복지수나 건강 지수를 올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의 문제는 경제를 잃으면 다 잃은 것으로 생각하는데 있습니다. 경제는 건강한 가정의 한 부분에 불구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울수록 더욱 가정은 신앙 안에서 애정과 휴식의 기능을 회복하여야 하고 서로를 보호하며 사랑하여야 할 것입니다. 프랑스의 철학자이며 평론가인 알랭(1868~1951)은 "남보다 나은 점에서 행복을 구한다면 영원히 행복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누구든지 남보다 한 두 가지 나은 점은 있어도 전부가 뛰어날 수는 없기 때문입
니다. 행복이란 남과 비교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하는 데서 얻는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성경은 "마른 떡 한 조각만 있고도 화목하는 것이 육선이 집에 가득하고 다투는 것보다 나으니라(잠 17:1)"라고 말씀합니다●
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 목사/9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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