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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추억
김필곤목사 (yeolin) 조회수:4893 추천수:2 112.168.96.71
2004-12-19 14:32:25

성탄절 추억

 

성탄절이 되면 한달 전부터 부지런히 성탄준비를 합니다. 교회 유리창을 잘 그리지 못하는 그림 솜씨로 목동과 동방박사, 경배 드리는 마리아 부부의 모습과 마구간, 양, 번쩍이는 별 등을 그려 주간마다 유리창과 벽에 조금씩 부칩니다. 그리고 밤이면 아이들이 이 마을 저 마을에서 모여 크리스마스 캐롤을 배우고 연극을 준비하고 무용을 준비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20분 걸어서 오기도 하고 30분이 넘게 산과 밭과 논을 넘어 오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 하나 그 먼 거리를 불평하는 사람들이 없었고 늦게까지 연습한다고 찾아오는 부모도 없습니다.

지금과 같이 난방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은 시골 교회이기 때문에 장작을 가져다 난로에 집어넣고 그 장작 타는 연기 속에서 준비하는 것이었지만 그 누구 하나 추위로 투덜거리는 사람도 새어 나오는 연기로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성탄 준비하다가 눈이 오는 날이면 모두 밖으로 뛰어나가 교회당 마당 눈 속에 묻혀 한바탕 뛰어 놀고 그 날 연습은 끝입니다. 어쩌다 달 빛 머금은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이면 교회당 마당에 있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 신작로 길을 걸으며 하얀 발자국을 남겨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크리스마스 장식은 추리가 최고의 위치를 차지합니다.

해마다 교회당 안에는 소나무 추리를 해 놓고 교회당 입구 대문에는 대나무추리를 합니다. 소나무 두 그루 위에 눈을 가장해서 솜을 뿌리고 각자가 가지고 온 각종 장식을 답니다. 버선, 모자, 아기, 낙타, 양, 방울, 썰매 등 각종 장식품이 풍성한 과일처럼 주렁주렁 열리고 네온이 올라가면 요즈음과 같은 상품 추리보다 더 값진 추리가 됩니다. 교회당 대문 위로 대나무 추리를 만듭니다. 대나무를 10여 개 잘라서 대문 위로 아치형으로 대나무 숲을 만들고 그 위에 각종 장식을 합니다. 24일 저녁 시간이 되면 유치부 어린이로부터 노인들까지 교회 온 식구가 함께 모여 축하 잔치에 참여합니다.

각각 분장을 하고 예쁜 한복과 천사의 옷을 입고 마이크도 그럴듯한 음향시설을 갖춘 음악도 없고 발표할 무대도 변변치 않아 강대상을 치우고 치르는 행사이지만 교회당 안은 나무난로의 열기만큼 기쁨과 감사의 열기로 가득 찹니다. 발표회가 끝난 후 각 부서는 끼리끼리 모여 선물 교환을 하고 놀이를 하며 온 밤을 새우다가 새벽이 되면 모두가 천사가 되어 각 가정을 방문하여 주님의 탄생을 알리는 찬양을 합니다. 모두가 모여 새벽을 깨우는 찬양을 몇 차례 합창하고 떠납니다. 거의 성탄절이 되면 산에도 들에도 길에도 눈이 쌓이기 때문에 눈 덮인 시골길은 걸어가기에 편한 길은 아닙니다. 앞서 간 사람이 눈에 미끄러지는 날이면 모두다 일렬로 쓰러지고 맙니다. 대원들은 경건보다는 장난기 어린 모습으로 가짜 천사가 되어 촛불을 들고 가지만 정작 이들을 맞이하는 교인들의 가정은 그렇지 않습니다.

시골의 인심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교인들은 대부분 떡과 과자, 차를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장의 지휘에 따라 대열을 가다듬고 대원들은 [기쁘다 구주 오셨네, 저 들 밖에] 등 성탄절 찬양을 두서너곡 부릅니다. 그러면 교인은 나오셔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집으로 불러들여 따끈한 생강차와 떡을 대접합니다. 대원들은 장난치던 때와는 달리 서로 권하며 빈배를 채우고 얼은 몸을 잠시 녹인 후에 다른 집을 향해 떠납니다. 그리고 나올 때면 주인은 준비한 과자를 잊지 않고 주십니다. 과자를 받아 미리 준비해간 쌀자루에다가 담아 가지고 다른 집을 향해 떠납니다. 한 동네가 다 끝나면 과자 자루는 가득 채워집니다. 나무가 빽빽한 으슥한 산길에 이르면 장난기 있는 아이들은 미리 앞서가서 산 속에 숨어 있다가 소나무를 흔들어 눈 세례를 주기도하고 마음 약한 여자아이들을 놀려주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모두 다 산 속에 흩어져 한바탕 눈싸움을 합니다. 눈을 들어 등뒤에 집어넣는 아이들도 있고 눈을 뭉쳐 얼굴에 바르는 아이들도 있고 소나무에 쌓인 눈을 흔들어 온통 온몸을 눈으로 덮이게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런 자리에서는 조장 선생님의 권위는 아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조장선생님이 가장 쉬운 표적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일도 오래 가지는 못합니다. 갈 길이 바쁘기 때문입니다. 날이 밝아지기 전에 담당한 모든 성도의 가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돌아야합니다. 아무 의미도 알지 못하는 개들의 합창을 뒤로 남기고 한집한집 믿음의 식구를 찾아다니며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는 천사들의 합창을 부르고 교회에 도착하면 어둠이 서서히 거치는 시간이 됩니다. 그러면 각 대원들은 교회당에 들어가 지금까지 돌아온 가정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함께 모여 출발하기 전과 같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찬양을 드립니다. 목사님의 기도로 새벽 순례는 마쳤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집에 가지 않습니다. 가져온 과자를 빼내어 끼리끼리 모여 먹으며 놉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는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의 설렘은 경제 위기에 묻혀버렸습니다. 지금 보다 훨씬 더 불편한 그 옛날, 흙담집에서 보리밥을 먹으면서도 크리스마스는 기쁨과 환희였습니다. 깡통 나무 난로에서 새어나오는 연기를 마시면서도 기대와 감격을 가지고 크리스마스를 준비하였습니다. 주님의 오심은 불황의 늪 속에 갇힐 수 없습니다. 성탄은 인류의 희망이며 모든 속박과 결핍으로부터 해방의 빛입니다.

섬기는 언어/김필곤목사/200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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