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며 살기(4) 시기 질투하지 아니하며
질투는 낭만적인 연인 관계에서 꽤 흔히 발생하는 감정입니다. 사랑 없는 질투도, 질투 없는 사랑도 없다고 말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거부할 수 없는 '망가짐'이 바로 질투라고 말합니다. 이런 질투는 소설이나 멜로 드라마나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주제입니다. 셰익스피어의 걸작 <오셀로>에 나오는 주인공 오셀로는 흑인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베니스의 장군이 되었습니다. 베니스 공화국의 원로 브라반쇼의 딸 데스데모나는 오셀로를 사랑하게 되어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와 결혼하였습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오셀로의 결혼을 시기했고, 오셀로의 신임을 받던 기수 이아고는 본인이 갈망하던 부관의 자리를 캐시오에게 빼앗기자 캐시오와 데스데모나가 밀통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흘립니다. 오셀로에게 아내의 불륜을 믿게 만들기 위해 오셀로가 처음으로 선물한 손수건을 훔쳐 캐시오가 소지하도록 가짜 증거를 만들고, 오셀로는 부하 이아고의 계략에 걸려들어 아내 데스데모나의 불륜을 의심합니다. 이 의심은 갈수록 커졌고, 질투에 눈멀어 아름답고 순결한 아내 데스데모나를 살해했습니다. 이후 모든 진실이 이아고의 아내에 의해 밝혀지자 오셀로는 자책하지만 자신의 질투가 오직 사랑에서 나왔다고 주장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러나 과연 오셀로의 사랑이 진짜 사랑일까요? 후대의 심리학자들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하지 않고 “오셀로 증후군(Othello Syndrome)”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부정망상”, “의처증, 의부증”으로 부인 또는 남편이 상대방의 정조(貞操)를 의심하는 망상성 장애의 하나입니다. 질투와 사랑은 서로 관계가 있고 뿌리가 하나입니다. 헬라어 “젤로우”는 시기하다(jealousy)는 뜻도 있지만 열정적(zeal)이다는 뜻도 있습니다. 어떤 대상을 향해 뜨겁게 사랑하는 것과 질투와 시기는 한 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 닮아 강력하며 한 번 눈이 멀면 다른 것을 잘 보지 못하고 불타오르게 됩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사랑과 질투는 생존경쟁과 적자생존의 매카니즘이 작동하는 진화의 산물로 파악합니다. 자신의 유전자를 보존하고 퍼트리려는 욕망이 사랑과 질투의 본질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이런 에로스적 사랑을 중세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그 본성을 ‘탐욕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진화심리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사랑은 짝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으로써 우선 성적 욕구로 나타나지만 곧바로 더 내면적인 것까지 소유하려는 욕망으로 연결된다고 합니다. 먼저 육체를 소유한 다음에 마음과 영혼까지도 빼앗아 가지려는 집요한 탐욕이 사랑이고 이런 소유욕의 바탕에는 짝이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이 자리하고 있는데, 바로 여기에서 질투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진화심리학자들은 질투를 ‘짝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또는 짝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었거나 맺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나타나는 불편한 감정’이라고 정의합니다. 질투는 상대를 완전하고 철저하게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서 생기는 감정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신의학자 에리히 프롬은 그의 책 <소유냐 존재냐>에서 사랑하는 사람마저 “너는 내거야”라는 식으로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어떤 대상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 대상을 구속하고 지배한다는 의미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소유물로 간주하는 것은 그를 구속하고 지배하려는 일종의 병적 증상이라는 것입니다. 프롬은 진정한 사랑은 ‘소유양식’으로서의 사랑이 아닌 ‘존재양식’으로서의 사랑이며, ‘갖는 사랑’이 아니고 ‘하는 사랑’이며, ‘받는 사랑’이 아니고 ‘주는 사랑’이며, ‘이기적 사랑’이 아닌 ‘이타적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오셀로는 본인은 사랑이라고 느꼈을지 모르지만 데스데모나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단지 병적인 소유욕에 집착했을 뿐입니다.
성경은 진짜 사랑인 아가페의 사랑을 “사랑은 시기하지 아니하며(고전13:4)”라고 말씀합니다. 질투는 자신이 소유한 것을 남에게 잃을까 두려워하는데 초점을 두고 시기는 남이 소유한 것을 내가 갖고 싶어하는데 초점을 둡니다. 시기는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소유한 사람에 대해 느끼는 탐욕, 악의, 나쁜 감정 등을 포함하고, 질투는 자신이 이미 가진 소중한 것을 경쟁자에게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포함합니다. “미운 며느리 발뒤꿈치까지 밉다”는 아들의 사랑을 빼앗아 가는 며느리에 대한 시어머니의 질투의 표현이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재산을 늘리는 사촌에 대한 시기의 표현입니다. 시기와 질투는 다 소유욕과 관계가 있습니다. 오셀로가 부인의 사랑을 부관인 캐씨오에게 빼앗길까 두려워하여 질투하는 것이나 이아고가 마땅히 자기 차례라고 생각한 지위를 캐씨오가 차지한데 대해 시기하는 것은 다 소유에 대한 집착일 뿐이지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사랑은 자식이 잘 되는 것을 질투하거나 시기하지 않습니다. 아가페 사랑은 시기나 질투의 늪에 갇히지 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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