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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과 성취
김필곤목사 (yeolin) 조회수:8149 추천수:1 220.120.123.244
2019-12-08 10:44:08

늙음과 성취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노부부가 자가용을 몰고 여행을 가다가 국도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왔답니다. 할아버지가 한참을 가는데 할머니가 무릎을 '탁' 치더니 말했답니다. "아차! 식당에 안경을 두고 나왔구먼! 다시 돌아갑시다!" 할아버지는 투덜거리며 차를 돌렸답니다. 식당에 도착해 할머니가 차에서 내리려 하자 할아버지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답니다. "할멈~ 내 모자도 같이 가져와!"

노년이 되면 노화로 인해 기억력도, 회복력도, 적응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감각도 무디어지고, 사고력이나 학습 능력, 창의력, 문제 해결 능력도 저하됩니다. 사회적 지위도 없어지고, 역할도 단절되어 버립니다.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지고, 의존성이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노년이 되면 으레 찾아오는 질병, 고독감, 경제적 빈곤, 역할 상실 늪에 갇혀 무기력하게 보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노년도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80대 중반의 나이에 노벨 화학상을 받은 존 펜은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처음으로 교편을 잡은 때가 서른다섯 살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15년 후 예일 대학교로 자리를 옮긴 후, 계속 연구를 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도 내지 못한 채 70 정년이 다가오기 3년 앞서 이미 예일대학교에서 은퇴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답니다. 연구실과 연구를 보조할 기술자들도 없었던 그는 ‘전자분무 이온화’라는 새로운 기법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답니다. 물방울을 고속선에 떨어뜨려 신속하고 정확하게 거대 분자와 단백질의 질량을 측정하는 기법이었답니다. 그는 늙은 나이에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교로 이적하여 새 연구실을 열고 연구를 이어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리보솜과 바이러스를 측정할 방법을 과학자들에게 제시했고 80대 중반의 나이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그의 애제자인 캐롤 로빈슨은 스승에 대하여 “그는 과학이란 무엇보다도 재미있어야 하고 더 이상 재미없다면 포기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펜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계속했으며,세상을 떠나기 몇 주 전까지도 거의 날마다 학과 연구실로 출근했다. 전자분무의 메커니즘에 대한 그의 마지막 논문은 구순에 발표되었다.”라고 말했답니다.

스물여섯이라는 약관의 나이에 상대성 이론을 발견한 아인슈타인은 “서른 살이 될 때까지 과학에 중요한 기여를 못 하면 죽을 때까지 기여하지 못한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심리학자 딘 키스 사이먼턴은 고대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다빈치, 뉴턴, 에디슨을 망라하는 2,000명의 과학자와 발명가들의 이력을 분석했는데, 대부분이 서른아홉 살에 역사에 족적을 남길 만한 업적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사이먼턴은 예술가와 작가들의 이력도 살펴봤는데, 그들 또한 젊은 시절에 절정기를 구가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그의 연구가 일반인에게도 적용 될 것인가를 연구하기 위해 <성공의 공식, 포뮬러>의 저자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는 수만 명의 학자들의 경력, 생애를 정확히 재구축하고 대략 4,000만 편에 이르는 논문의 저자가 누군지 파악했답니다. 2년에 걸친 연구 결과 일관성 있는 패턴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학자들은 성공적인 연구 성과를 비교적 이른 시기, 즉 해당 분야에 입문하고 20년 내에 해냈답니다. 정확히 말하면 경력 3년 차 과학자가 최고 영향을 미칠 연구를 발표할 확률은 대략 13%였고, 그다음 3년 동안에도 확률이 똑같았답니다. 20년 동안 매년 확률은 비슷했지만 20년이 지나면 뭔가 변화가 생겼고, 경력 25년 차에 가장 인용 횟수가 많은 논문을 발표할 확률은 겨우 5%였답니다. 그리고 이후 확률은 계속 곤두박질쳤답니다. 창의성이 보이는 패턴은 천재나 일반인이나 경력 초기에 절정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나이보다는 바로 생산성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생산성이 폭발하는 시기는 경력 생애의 첫 20년 동안인데 그 시기에 많은 논문을 썼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지 나이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남이 알아주지 않거나 실패해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시도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대부분 30대에 파격적인 논문을 쓰고,수많은 화가들이 대부분 20대에 걸작을 생산하고,작곡가와 영화감독과 혁신가들과 패션 디자이너들은 신참내기일 때 대박을 터뜨린다는 것입니다. 늙어서도 부단히 노력하면 성공은 언제든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다니엘 드 포우는 쉰 아흡 살이 되어서야 <로빈슨 크루소>을 썼고, 칸트는 쉰 일곱 살 때 <순수이성비판>을 발표했고, 미켈란젤로는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전의 돔을 일흔 살 때 완성했습니다. 그는 89세로 세상을 마칠 때까지 조각하는 칼을 들고 그의 작품에 손을 댔습니다. 베르디, 하이든, 헨델 등도 고희(古稀)의 나이를 넘어 불후(不朽)의 명곡을 작곡했습니다. 렘브란트나 모네의 그림, 예이츠의 문학에서 걸작으로 손꼽히는 것들도 그들의 생애의 만년에 가서 완성되었습니다. 노력하면 늙어서도 자신의 분야에 성공적인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목사//2019.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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