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섬김
폭군은 시대마다 존재했습니다. 때로는 '신의 대변자'로, 때로는 '개혁의 주체'로, 때로는 '정의의 집행자'로 자처하며 폭정을 행했습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는 중국 고대사의 대표적인 폭군으로 하(夏)나라 걸왕과 은(殷)나라 주왕을 꼽는다고 합니다. 둘의 공통점은 주색에 빠져 충신들의 간언(諫言)을 짓밟았다는 점입니다. 걸왕은 매희, 주왕은 달기라는 미희에 빠져 술로 연못을 만들고 고기로 숲을 이루는 '주지육림(酒池肉林)'의 나날을 보냈다고 합니다. 소크라테스는 폭군이 되는 과정에서 과도한 성적 욕망이 자신의 성향 속 폭군의 기질을 일깨우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폭군은 자신의 모든 역량을 이기심을 충족하는 데 집중합니다. 다니엘 마이어슨은 그의 책 <폭군들>에서 네로와 러시아를 40년간 지배한 미치광이 차르 이반 4세, 거리의 부랑자에서 최고의 선동가로 올라선 히틀러, 성직자가 되기를 희망했다가 비겁한 겁쟁이로 전락한 스타린, 과대 망상증 환자 후세인을 대표적인 폭군으로 뽑았습니다. 이 중 가장 악랄한 폭군은 네로라고 말하는 데 주저하는 사람이 드물 것입니다.
네로는 16살에 황제가 되어 처음에는 정치를 잘하였습니다. 그러나 권력을 장악하자 폭군이 되었습니다.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 준 모후를 난도질하여 죽이고, 연극무대에서 어머니 역을 맡아 연기하였습니다. 동생을 죽이고, 신하의 아내를 간통하고, 아내를 누명을 씌워서 증기찜으로 죽였습니다. 자신의 아들 왕자를 바닷물 속에 쳐 넣어 죽여 버렸습니다.
66년에는 오늘의 올림픽 같은 국제경기대회를 로마에서 열어 자신이 네 개의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억지로 하프 연주와 비극 연기를 올림픽 종목에 넣어 자기가 금메달을 받았습니다. 수레경기에 참여했다가 그의 수레가 굴러 넘어졌습니다. 그 때 다른 선수들이 경기를 멈추고 황제의 수레를 일으켜 앞세운 후에 뒤따랐기 때문에 역시 일등을 했습니다. 네로는 자기 자랑에 도취된 사람이었습니다. 똑똑한 왕비 폼페어가 경기대회가 황제 개인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고 용감하게 충고하자 임신한 왕비를 발로 차 죽여버렸답니다. 아내의 목을 잘라 정부에게 선물하기도 하고 또한 이를 후회하여 아내와 닮은 미소년을 거세시켜 결혼까지 한 희대의 폭군입니다. 로마에서 가장 존경받았던 자신의 스승 세네카도 죽였고, 부하 200여 명도 몰살시켜 버렸습니다.
로마 시내를 불을 지르고 그것을 보며 아름답다고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 미치광이였습니다. 로마의 대화재로 시민의 분노가 폭발하자 당황한 네로는 범인을 기독교인들이라고 뒤집어씌워 수많은 기독교인을 잡아다가 콜로세움(원형 경기장)에서 처형하였습니다. 로마 시내 전체 면적의 1/3에 해당하는 건평 24만여 평의 초호화 궁전, 황금 궁전을 건축하면서 기독교인을 상상을 초월한 잔인한 방법으로 처형하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십자가에 처형하였고 어떤 사람은 굶주린 사자를 풀어놓아 잡아먹게 하였고 어떤 사람은 머리에 불을 붙여 촛불 대신으로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권력은 바르게 쓰여야 합니다.
동물에 대하여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최형선 저)>라는 책에 의하면 일부 원숭이들은 유아살해를 한다고 합니다. 짖는 원숭이의 경우, 유아 사망의 40퍼센트 이상이 수컷의 유아살해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유는 권력을 쟁취한 새 우두머리 수컷은 이전 우두머리 수컷의 새끼들을 모두 죽임으로써 수유 중인 암컷들을 임신 가능 상태로 유도해 제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런 우두머리 원숭이의 폭력 앞에 권력에 밀린 수컷이나힘에 밀린 암컷은 우두머리의 처분에 어쩔 수 없이 순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힘에 밀린 수컷들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우두머리 수컷이 늙어 힘이 빠지면 권력을 잡고, 자신도 선배 우두머리처럼 또다시 유아살해를 되풀이 한다고 합니다.
권력 중독에 빠지면 폭군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데이비드 L. 와이너는 그의 책 <권력중독자>에서 권력중독자는 "외면적으로는 순진하고 따뜻한 성품"을 보일 수도 있지만, 그를 보통사람과 구분시켜주는 특성은 "좀 더 높은 수준의 지배력과 지위를 얻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종종 도덕이나 윤리, 예의, 상식마저 무시한 채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지배력이 강한 권력중독자는 "자신의 가치에 대한 과대 망상적 신념"을 가지고 있고 "역지사지"나 "다른 사람에 대한 감정이입" 등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어떤 잘못에 대해서든지 그 책임을 다른 이에게 뒤집어씌울 방도를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고 합니다. 권력중독자는 독특한 견해 내지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이 도전받거나 침범당할 경우 현실에 대해 맹목적이고 사나우며 포악한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예수님은 "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 10:45)"라고 말씀했습니다. 인간의 권력은 섬김의 도구가 될 때 세상은 아름답고 권력은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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