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하지 않은 늙음
나이가 들면 은퇴 후의 삶을 고민합니다. 경제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사람은 은퇴 후 삶에 대하여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준비된 사람도 쇠약해지는 기력,침침해지는 눈,떨리는 손 마디, 약해진 청력, 관절병, 건망증, 외로움, 암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평안을 누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에게 늙음은 날이 갈수록 무거워지는 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라하지 않게 늙는 사람도 있고, 두려움 없이 기대를 가지고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의 나이에는 4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자연 나이, 건강 나이, 정신 나이, 영혼 나이입니다. 영국의 노인 심리학자 브롬리가 '인생의 4분의 1은 성장하면서 보내고, 나머지 4분의 3은 늙어가면서 보낸다.'라고 했듯이 늙음은 긴 기간으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과정입니다.
젊은이는 늙음이 찾아올 것 같지 않지만, 나이는 에누리 없이 찾아오고 나이가 들면서 4대 고통이 나타납니다. 질병, 고독감, 경제적 빈곤, 역할상실입니다. 이런 것이 어느날 찾아오면 육신이 쇠한 만큼 의욕도 상실되고, 건강은 나빠진 만큼 마음도 병이 듭니다. 무슨 일을 해도 심드렁하고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세상 다 산 것 같은 얼굴에는 권태가 가득해 옆에 있는 사람까지 권태로 물들입니다. 함께 있으면 기분이 가라앉고, 대화를 나누면 활력을 상실하게 만듭니다. 노년을 초라하지 않고 우아하게 보내는 비결은 경제적 부요, 건강한 몸, 함께하는 친구, 사랑, 여유, 용서, 아량, 부드러움, 신앙 등과 같은 정신적 가치 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까지 붙들어야 할 열정입니다. 부가 없다하여도, 건강을 잃은다하여도, 홀로 있다하여도 붙들어야 할 열정입니다. 시성(誇聖)이라 칭함받는 밀턴은 만년의 20년 동안 두 눈의 실명이라는 역경 속에서도 그 숭고한 시문(誇文)을 수많이 엮어냈습니다. 악성(樂聖)이라 칭함받는 베토벤은 만년의 15년 동안 전혀 듣지 못한 귀머거리였지만 죽을 때까지 작곡의 길에 정진하였습니다. 밀턴이나 베토벤의 열정이 노년에 <실락원>과 <제9 교향곡>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소포클레스가 <클로노스의 에디푸스>을 쓴 것은 여든 살 때였고, 괴테가 <파우스트>을 완성한 것도 여든이 넘어서였습니다.
다니엘 드 포우는 쉰 아흡 살이 되어서야 <로빈슨 크루소>을 썼고, 칸트는 쉰 일곱 살 때 <순수이성비판>을 발표했고, 미켈란젤로는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전의 돔을 일흔 살 때 완성했습니다. 그는 89세로 세상을 마칠 때까지 조각하는 칼을 들고 그의 작품에 손을 댔습니다. 베르디, 하이든, 헨델 등도 고희(古稀)의 나이를 넘어 불후(不朽)의 명곡을 작곡했습니다. 렘브란트나 모네의 그림, 예이츠의 문학에서 걸작으로 손꼽히는 것들도 그들의 생애의 만년에 가서 완성되었습니다. 프랑스와 모리악은 <지난 날의 청년>을 여든 세 살 때 출판하여 베스트셀러가 되게 하였고, 글래드스턴은 여든 넷이라는 고령에 수상을 하였습니다. 아데나우너는 1949년 63세 때 독일의 수상으로 선출되어 14년 동안 현대사에 혁혁한 발자취를 남긴 대정치가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탈리아의 가곡 작곡가 쥬제페 베르디는 그의 불후의 명작 <아베마리아>를 85세에 작곡했고, 랄프 보간 윌리엄즈는 80대에 그의 교향곡 8번과 9번을 작곡했으며, 그랜드마 모제스는 77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99세에 생을 마칠 때까지 기묘하고 호감을 주는 좋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썬샤인 잡지에 의하면 세계 역사상 최대 업적의 35%는 60세부터 70세 노인들에 의하여 이루어졌고, 23%는 70-80세 노인, 그리고 6%는 80대에 의하여 성취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역사적 업적의 약 64%가 60세 이상의 사람들에 의하여 성취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나이 들면서 초라하지 않게 살려면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방향이 바른 열정입니다. 죽으면 산화될 늙어가는 피부를 붙들고 열정을 부리는 것보다 죽음 후에 세계를 바라보는 열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불은 좋은 것이지만 가스레인지 안에 있을 때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가스레인지를 벗어나 벽에 붙으면 불은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바닷물을 좋은 것이지만 그 바닷물이 육지로 뛰어오르면 안 됩니다. 아브라함 노년에도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고 열정적으로 살았습니다. 모세는 80에도 하나님께서 주신 민족 해방이라는 소명을 붙들고 새출발하였습니다. 갈렙은 85세에도 저 산지를 달라고 열정을 가졌습니다. 노년기에도 열정을 가지면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습니다. 평생 열정적으로 살았던 바울은 죽음을 앞에 놓고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딤후4:7-8)”라고 고백했습니다. 나이 들면서 바른 방향의 열정을 가지고 살면 늙음은 결코 초라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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