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의 유익
세상 모든 것을 가졌지만, 단 하나를 갖지 못해 평생을 울었던 남자가 있습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전 세계를 열광시킨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돈, 명예,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는 그의 것이었지만, 정작 그의 내면은 텅 빈 무대 뒤편처럼 공허했습니다. 그를 평생 따라다닌 그림자의 이름은 바로 ‘빼앗겨버린 어린 시절’이라는 깊은 결핍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장난감이 아닌 마이크였고, 그의 발이 향한 곳은 놀이터가 아닌 혹독한 연습실이었습니다. 평범한 아이들이 누리는 따스한 유년의 기억 대신, 그의 마음엔 채워지지 않는 거대한 구멍이 생겼습니다. 그는 어른이 되어서도 그 구멍을 메우기 위해 ‘네버랜드’라는 환상의 섬을 짓고 아이들을 초대하며 영원히 소년으로 남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외부의 화려함으로 내면의 어둠을 가리려는 시도는 결국 그를 더 깊은 고립과 비극으로 밀어 넣었을 뿐입니다. 그의 이야기가 유독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쩌면 우리 역시 각자의 ‘네버랜드’를 지으며, 저마다의 결핍을 감추고 채우려 애쓰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물질, 재능, 사랑, 관계의 결핍. 세상은 이 결핍을 부끄러운 흉터처럼 여기고, 더 많은 성공과 소유로 덮어버리라고 속삭입니다. 하지만 정말 결핍은 제거해야만 하는 암적인 존재일까요? 오히려 우리를 더 깊고 단단한 인간으로 벼려내는 ‘성장의 기회’가 될 수는 없을까요?
심리학의 렌즈로 들여다보면, 이 지독한 결핍이 실은 우리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연료가 된다는 역설을 발견하게 됩니다.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안락한 환경에서는 굳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미지의 세계에 도전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목마름과 배고픔이 우리를 뛰게 만듭니다. 입양아라는 정체성의 결핍을 안고 자란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 없던 혁신을 갈망했듯, 가난한 싱글맘이었던 조앤 K. 롤링이 냅킨 위에 마법 세계를 그려나갔던 순간처럼, 결핍은 우리 안에 잠재된 가능성을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강력한 엔진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결핍의 시간은 ‘회복탄력성’이라는 마음의 근육을 가장 효과적으로 키워줍니다. 온실 속 화초는 작은 비바람에도 속절없이 꺾이지만, 거친 들판에서 비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자란 들꽃은 웬만한 시련에도 쓰러지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품게 됩니다. 고통스러운 결핍의 터널을 통과하며 우리는 문제 해결 능력과 위기 대처 능력을 배우고,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단단한 내면을 갖게 됩니다. 결핍은 우리를 더 깊은 사유의 세계로 이끄는 철학적 스승이 되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풍족할 때, 우리는 삶의 의미나 존재의 이유 같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건강, 관계, 재물처럼 당연하게 여겼던 것을 잃어버리는 결핍의 순간과 마주할 때, 우리는 비로소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은 나치의 강제 수용소라는 극한의 결핍 속에서, 모든 것을 빼앗길 수 있어도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만큼은 빼앗을 수 없음을 증명했습니다. 이처럼 결핍은 우리 삶의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걷어내고 가장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도록 이끄는 깊은 우물과 같습니다. 고대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이 역경을 ‘이성을 단련하는 훌륭한 도구’로 여겼듯, 결핍은 우리를 피상적인 존재에서 깊이 있는 존재로 성숙시키는 담금질의 과정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심리학과 철학이 ‘더 강하고 성숙한 나’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성경은 결핍의 목적이 ‘나’를 넘어선 곳에 있다고 말하며 전혀 다른 차원의 문을 엽니다. 기독교 역사에 가장 큰 획을 그은 사도 바울은 자신을 평생 괴롭힌 지독한 결핍, ‘육체의 가시’에 대해 고백합니다. 그는 이것이 떠나가게 해달라고 세 번이나 간절히 기도했지만, 하나님의 대답은 그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 내 능력은 약한 데서 온전해진다.” 이것이 바로 성경이 말하는 결핍의 신비입니다. 나의 결핍은 단순히 나 자신을 강하게 만드는 훈련 도구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나의 힘과 자아가 모두 빠져나간 바로 그 빈자리에, 하나님의 능력과 은혜가 머무는 ‘통로’가 됩니다.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그릇은 자신의 능력만을 드러내지만, 어딘가 깨지고 금이 간 그릇은 그 틈으로 빛을 비출 수 있습니다. 나의 약함과 결핍 때문에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면, 세상은 그 영광이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즉, 나의 결핍이 하나님의 능력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무대가 되는 것입니다.
결핍은 단단했던 ‘나’라는 성벽에 균열을 냅니다. 그 틈으로 비로소 겸손이 스며들고, 내 힘을 의지하던 삶에서 돌이켜 보이지 않는 더 큰 존재를 신뢰하게 만듭니다. 마이클 잭슨의 비극은 자신의 힘으로, 세상의 것으로 그 구멍을 채우려 했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의 결핍을 부끄러워하며 감추지 말고, 오히려 그 깨진 그릇, 그 빈손을 들고 하나님께 나아가라고 말합니다. 당신의 가장 큰 약점이, 그분의 가장 위대한 능력을 만나는 기적의 장소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고린도후서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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