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의 용서와 화해
1986년에 시작하여 25년 동안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오프라 윈프리 쇼’의 주인공 오프라 윈프리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부모가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난 ‘원치 않은 아이’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할머니 밑에서 자라게 됩니다. 어머니는 집을 자주 비우며 오프라에게 거의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초기에는 연락이 거의 없었고, 오프라가 14세쯤 되었을 때부터 관계가 형성됩니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오프라가 9세부터 14세까지 가족 및 친척들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입니다. 오프라 본인은 훗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이 쓰레기처럼 느껴졌어요. 나를 지켜줄 어른이 없었어요." 이 시기의 경험은 그녀에게 깊은 수치심, 자기혐오, 신뢰 상실을 남겼고, 한때 약물 남용과 가출, 그리고 십 대 임신 후 유산까지 겪습니다. 오프라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세상과 나누기로 결단합니다.
1986년, 토크쇼 초창기에 그녀는 “성적 학대를 당한 사람들을 위한 특별편”을 마련했고, 이 자리에서 자신이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공개합니다. 이는 미국 사회 전체에 충격을 주었고, 동시에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후 그녀는 부모를 비난하기보다, 이해하려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와 대화를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상처와 오해, 외로움을 함께 나누며 조금씩 관계를 회복해 갑니다. 오프라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부모님을 용서했어요. 그들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밖에 몰랐던 거죠. 그리고 저 자신도 용서했어요.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그 시절의 나를." 오프라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주기적인 방문과 대화를 계속했고, 어머니의 말년을 사적으로 돌보며 평안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아버지와는 그 후로도 신뢰와 존중의 관계를 유지했으며, 2022년에는 오프라가 직접 아버지의 생애를 기리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상처를 준 부모님을 용서하고 화해하였습니다.
용서와 화해는 자주 함께 언급되지만, 본질, 대상, 조건, 목적에서 중요한 차이를 가집니다. 용서는 상처 준 사람에 대한 분노·보복의 권리를 내려놓는 내적 결단이지만 화해는 깨어진 관계를 서로 받아들이고 다시 연결하는 행위입니다. 용서는 피해를 당한 한 사람만으로도 가능하지만 화해는 피해자 가해자 양쪽 모두의 참여해야 합니다. 용서는 상대방의 회개가 필요하지 않아도 되지만 화해는 상대방의 회개·책임 인식이 필수적입니다. 용서가 자신이 과거의 상처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면 화해는 관계를 다시 세우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족 안에서 용서와 화해가 어려운 이유는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부분이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은 우리 정체성과 자존감, 애착, 기대가 형성되는 삶의 첫 번째 터전이기 때문에, 그 안의 갈등은 훨씬 더 복합적이고 깊은 상처로 남게 됩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커 실망은 곧 배신감으로 이어지고, 그 감정은 용서를 가로막습니다. 가족 관계는 단발성이 아니라 평생 연결되는 관계입니다. 한 번의 상처가 아니라, 10년, 20년 동안 누적된 실망, 비난, 침묵이 마음속에 응고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과 한 마디, 용서 한 번으로 회복되기 어렵게 느껴집니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타인에게 받은 상처보다 훨씬 깊게 새겨집니다. 그래서 가족에게 받은 상처는 오래가고, 회복되기 어려우며, 어떤 경우에는 트라우마로 남기도 합니다.
루이스 스미디스는 <용서의 미학>이라는 책에서 용서의 출발점은 고통을 정직하게 인정하는데 있다고 말하며 비난하거나 정죄하지 말라고 합니다. 보복의 권리를 내려놓고 하나님께 맡기라고 합니다. 용서는 감정이 아닌 의지적 행위이기 때문에 감정이 따라오지 않아도 먼저 결단하고 상처가 다시 떠오를 때마다 한 번 더 반복적으로 용서하라고 말합니다. 그는 “모든 화해는 용서를 필요로 하지만, 모든 용서가 화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용서에서 머물지 말고 화해하라고 합니다. 화해에는 상호성, 진실성, 지속성 이 세 가지 원칙이 필요합니다. 두 사람이 함께 참여할 때만 화해는 진짜 시작되고, 억지 화해는 오히려 관계를 망칩니다. 진실 없는 용서는 회피이며 화해는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입니다. 그는 화해의 방법으로 상대와 안전한 방식으로 대화하고, 진정성을 가진 사과와 응답을 나누며, 신뢰를 다시 쌓고, 화해한다고 모든 것을 억지로 되돌리지 말고 지혜로운 경계를 두라고 합니다. 용서는 은혜로 시작하고 화해는 지혜로 완성되며 둘 다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잠깐 같이 사는 가족인데 하나님은 가족 간에 용서와 화해를 누리며 살기를 원합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너희가 서로 용납하고 피차 용서하기를 주께서 너희를 용서하신 것 같이 하라”(골3:13) “너희 쪽에서 할 수 있는 대로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롬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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