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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좋은 만남
김필곤목사 (yeolin) 조회수:10082 추천수:3 112.168.96.218
2017-12-31 15:07:24

끝이 좋은 만남

중환자실에 누워계시는 집사님을 심방하였습니다. 아내와 사별하고 출가한 외동딸과 함께 사는 60대 집사님입니다. 흥덕에 있는 아파트 경비를 하시다 우리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습니다. 몸이 안 좋아 경비를 그만 두었지만 멀리 사시면서 주일이면 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렸습니다. 딸은 섬기는 교회가 있어 같이 나오지 못했지만 매년마다 대심방을 하면 꼭 심방을 받았습니다.

전도사 시절 어려운 서울 산동네에서 봄방학이 되면 아이들 집을 심방하였습니다. 사춘기 시절 예민한 아이들 중에는 누추한 집이라 창피하다고 심방을 거절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 쓰러져가는 집이지만 같이 앉아 예배를 드리고 기도하던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산동네는 재개발이 되어 아파트 숲으로 변했고 섬겼던 교회는 번듯하게 종교부지를 받아 교회를 건축하였습니다. 언제가 초청을 받아 그 교회를 방문하였는데 심방을 받으며 예배를 드렸던 아이들이 어느덧 장로가 되어 그 교회를 열심히 섬기고 있었습니다. 그 후 사업을 하시는 장로님은 가끔씩 전화를 하여 안부를 물어보고 자신의 사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럴 때면 옛사람을 잊지 않고 문안해주는 것이 참 고맙고 사람 사는 맛을 느끼곤 합니다.

요즈음은 지극히 개인주의화되고 불편함을 싫어하고 사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라 대심방을 해도 심방받기를 거절하는 교인도 많은데 그 집사님은 꼭 심방을 받았습니다. 어느 때는 딸은 직장에 나가고 손녀와 함께 심방을 받았고, 어느 때는 손녀도 공부하러 가면 홀로 작은 거실에서 심방을 받았습니다. 심방을 받고 나면 꼭 요구르트나 주스를 사다 놓고 대접을 하였습니다. 불편한 다리지만 그래도 열심히 교회에 나오며 신앙으로 버티며 사셨던 집사님이 그만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골절상을 입었습니다.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고 치료를 받았지만 그 후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어 결국은 중환자실에 입원하였습니다. 처음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 심방을 갔는데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퇴원하여 집에 다시 심방을 갔습니다. 딸이 “아버지 누구신지 알아보겠어요?”라고 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그럼 몰라 목사님이지”라고 알아보았습니다. 참 감사했습니다. 별로 해 준 것은 없지만 그래도 치매 가운데서도 목사를 기억하고 알아준다는 것이 참 감사했습니다.

언젠가 치매로 노년을 보내던 권사님을 천국가시기까지 주기적으로 심방을 하였는데 권사님은 만날 때마다 “목사님...”하시며 반겨 주었습니다. 그리고 꼭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잘 있느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아들과 자부가 의사인데 아들도 참 신비하다는 것입니다. 목사님이 오시면 알아보고 반짝 정신이 돈다는 것입니다. 오랜 세월동안 새벽기도에 나올 수 있도록 집에 가서 모시고 와서 새벽 예배를 드리고 모셔다 드렸는데 머리에 깊이 각인된 것 같았습니다. 예배당 지었다고 좋아하시며 교회에 기념으로 나무를 심어 놓으셨는데 그 나무는 교회에 남아 많이 자랐는데 권사님은 넘어져 골절상을 입으시고 그 후 치매가 심해져 교회에 나오지 못하시다 천국에 가셨습니다.

딸이 집에서 모실 수 없어 요양병원에 가셨던 집사님이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고 해서 다시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면회시간에 들어가 집사님을 찾기 위해 이 침대 저 침대를 살펴보았습니다. 중환자실에서 누워계시는 분들이 대부분 노인들이었습니다. 맨 끝에 집사님이 누워 주무시고 있었습니다. 잠을 깨우지 않으려고 잠깐 기도하고 딸이 올 것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 참 만에 딸이 와서 “목사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자 딸의 목소리를 듣고 집사님이 눈을 번쩍 뜨셨습니다. 딸은 눈을 뜨신 아버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아버지, 누군지 알아보시겠어요?” 집사님은 딸을 향해 말했습니다. “너는 너의 어머니 이름을 알아보지 못하냐?” 목사인 저를 알아보았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늘 만나는 것도 아니고 주일 한 번 만나고, 뭐 많은 추억을 남길만한 살 가까운 사이도 아닌데 그저 기도해주고 짧은 시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주는 목사인데 치매 가운데서도 자신의 담임목사를 기억하는 성도님들을 보면 참 감사하고 해어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 잘 섬겨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생은 만남이고 만남이 있으면 언젠가는 의식 속에 기억도 없이 해어질 때가 오게 됩니다. 성도와의 이별이 때로는 죽음 때문에, 질병 때문에, 이사 때문에, 서운함 때문에 등 다양한 이유로 올 수 밖에 없지만 어떤 이별도 아름다운 이별이 될 수가 있습니다. 가끔 보면 오랜 세월동안 같이 신앙생활하고 많은 경험들을 함께 나누었는데도 일방적으로 원수처럼 끝을 맺고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을 봅니다. 시작도 좋아야 하지만 끝이 좋아야 합니다. 끝이 좋아야 시작도 빛이 납니다. 끝이 좋아야 과정도 교훈이 됩니다. 끝이 좋아야 공로도 인정이 됩니다. 좋은 영화, 좋은 소설은 결말이 아름답습니다. 좋은 물건은 끝마무리가 깔끔하고, 좋은 회사는 끝까지 책임지며, 좋은 경기는 끝이 좋습니다. 좋은 사랑은 끝까지 아름답고, 끝이 좋아야 명품, 명인, 명가가 됩니다. 만남도 끝이 좋아야 합니다.

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목사/2017.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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