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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알고 가는 인생길
김필곤목사 (yeolin) 조회수:3352 추천수:2 218.147.218.173
2024-10-13 13:53:41

끝을 알고 가는 인생길

가을이 되면 모든 생물은 겨울을 준비합니다. 아름다운 단풍도 겨울을 준비하는 것이고, 풍성한 열매도 결국 겨울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흘러가는 피부를 붙들어 놓고 마지막까지 청춘으로 살고 싶지만 끝으로 가면 갈수록 늦가을 낙엽처럼 초라해지는 것이 인생입니다.

<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의 저자 박승철 교수는 피부과 의사로서 아버지의 피부를 잘 관리해 주었다고 합니다. 아버지 얼굴에 작은 잡티나 검버섯이 보이면 병원으로 모셔 와 레이저로 없애 드렸답니다. 생전에 아버지는 친구분들이 "아들이 피부과 의사여서 그런지 얼굴에 검버섯이나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하다"고 하며 부러워한다는 자랑 아닌 자랑을 하셨답니다. 그러나 마지막 임종을 앞에 두고 병원에서 불편한 장치들을 하고 있을 때 아버지와 자신은 필연적으로 다가올 죽음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지만, 죽음이라는 단어를 대화에 끌어들일 용기는 없었다고 합니다. '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라는 말은 어쩌면 아버지에게 하고 싶었지만 차마 하지 못했던 말, 그리고 미래의 자신을 향한 선언이라고 말합니다. 언젠가는 떠나게 될 '생의 마지막 여행'인 죽음 앞에서 마지막 여행을 떠날 준비를 마쳤을 때 사람은 비로소 "나는 이렇게 죽을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이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의도적으로 죽음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고 죽음을 부정하며 살려고 합니다. 그러나 죽음으로부터 초월하지는 못합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죽음 대한 불안과 두려움, 죽음 앞에서의 상실과 고독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죽음 이후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불가지론자들입니다. 내세에 대하여 어떠한 희망도 기대도 품지 않습니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는 퀴블러 로스가 제시한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인정 단계 앞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고대 로마의 시인 마르쿠스 마닐리우스가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죽기 시작하고, 그 끝은 시작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 것처럼 죽음은 또 다른 시작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은 사후(死後) 세상을 마음에 간직하고 다음 세상을 소중히 여기며 현실을 죽음과 동떨어진 별개의 삶이 아니라 죽음 후의 삶과 연관시켜 살아갑니다.

죽음 이후 또 다른 세계가 있다고 믿고 사는 사람들은 죽음을 기억하고 삽니다. 과거 체육부 장관을 했던 이영호 박사는 미국 예일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모대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장관이 되신 분입니다. 어느 날 그가 모 대학 예배에 초청 강사로 갔답니다. 예배가 시작되자 학생들은 늘 그렇듯이 책을 보는 사람, 보고서를 쓰는 사람, 심지어 강사의 화려한 경력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배짱 좋게 다리를 꼬고 앉아 신문을 펼쳐 보는 사람들도 있었답니다. 그는 강단에 올라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했답니다. "왜 사느냐" 학생들은 '뻔한 소리겠지' 하며 신문을 뒤적이고 책장을 넘겼답니다. 그분은 말했답니다. "여기 여러분 앞에 이야기하는 저는 암환자입니다. 얼마 후면 죽을 사람이지요." 웃으며 태연하게 자신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학생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갔답니다. 처음엔 어떻게 나을 거라고 했지만 이젠 암 덩이가 심장, , 폐 등 온몸으로 번져 병원에서도 포기한 상태였답니다. 그는 죽음을 앞에 놓고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왜 사느냐?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를 심각하게 질문하였답니다. 가는 길의 끝을 알고 가면 평안합니다.

예외 없이 죽음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다가옵니다. 그때가 되면 이제까지 쌓아 놓았던 정기 적금도 건강 보험도, 사랑하는 자녀들도, 이제까지 수십년 동안 연구하며 축적했던 지식과 학문도, 목숨처럼 귀중하게 생각하는 재물도 다 놓고 가야 합니다. 그런데 성경은 죽음은 끝이 아니라고 말씀합니다. "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9:27)", "저희는 영벌에, 의인들은 영생에 들어가리라(25:46)"라고 말씀합니다.

죽음 후에도 영원히 사는 천국이 있다는 사실을 믿고 사는 사람들은 죽음의 노예가 되지 않습니다. 과거 '코미디 전망대' 사회를 보신 코미디계의 대부격인 김경태 장로님 이야기입니다. 그분은 죽음을 앞에 놓고 사연 많은 생을 돌아보면서 "하나님께서는 항상 나를 최선의 길로 인도하셨으니 오늘 내가 죽는 것도 하나님께서 내게 주시는 최선의 사건이다"라고 감사히 받아 들였답니다. 그래서 본인이 장례식 순서를 다 짜고, 옷들을 다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에게 주고, 그중 제일 낡은 옷을 자기한테 입혀달라고, 그것을 입고 가겠다고 했답니다. 부인이 그 건 안 된다고 하니까 장로님은 웃으면서 그러면 나더러 벌거벗고 가라는 말이냐고 했답니다. 그리고 그는 자녀들을 위해서 하나하나 기도하고 마지막으로 목사인 사위를 위해서 기도하다가 숨이 차서는 "하나님께 영광! 하나님께 영광!"이라고 말하면 천국에 갔답니다. 끝을 알고 가면 바르게 가고 평안하게 갈 수 있습니다.

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목사/202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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