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파리의 삶의 양식
대통령 선거철이 왔습니다. 후보들은 저마다 새로운 시대를 약속하며 자신에게 한 표를 던져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적폐 청산' '패권주의 극복' ‘좌파 퇴출’ 등으로 프레임을 짜고 상대를 고립시키기 위한 이미지 전쟁이 뜨거워져 가고 있습니다. 선거철을 맞이하여 여론조사기관 엠알씨케이(MRCK)가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떤 사회가 되길 바라십니까?"라는 질문을 전국 성인남녀 1512명에게 3월30일부터 4월1일까지 던졌습니다. 이 물음에 응답자의 39.4%가 "빈부격차가 적고 사회보장이 잘 돼 있는 사회"를 꼽았습니다. "힘없는 사람들도 공정하게 대우받는 사회"라는 응답도 32.1%였습니다. 2017년 봄의 시대정신은 '공정과 불평등 해소'라고 답한 것입니다. 반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를 바란다는 응답은 18.8%에 그쳤습니다.
지금, 성장을 통한 경제발전도 중요하지만 양극화 해소 및 공정한 분배에 사람들은 더 관심이 많다는 것입니다. 더 나은 복지를 위해서는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의 표적 부동산 분야 원로학자인 김정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부는 상상을 초월한다”면서 “대부분이 소유자의 직접적인 노력보다는 정부의 공적 행위나 사회경제적 내지는 공간적 변화로 인해 형성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유한 개인이나 대기업에 집중되는 것이 문제”라고 했습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순자산(국부)은 1경 2360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토지 자산이 54.2%, 건물자산이 21.1%로 총 국부의 75.3%가 부동산이라는 것입니다.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은 연 평균 300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를 일부 개인과 기업이 독점한다는 것입니다. 2013년 기준 개인 토지 소유자 상위 10%가 전체 개인 토지의 65%를 점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2007~201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피고용인 보수의 비율은 연 평균 43.6%였답니다. 바꿔말하면 56% 이상이 비근로소득인데, 이 중 절반 정도(약 370조원)가 부동산 매입차액과 임대소득, 즉 불로소득이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상위 10%가 48.05%의 소득 점유율을 보이고, 하위 40%는 2.05%라는 믿을 수 없는 소득 점유율을 보이는 극단의 시대라고 합니다. 비정규직이 600만이 넘었습니다. 대통령 선거도 우파, 좌파, 패거리 정치, 진영논리로 통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정치도 하나의 상품이 되었습니다. 시대정신을 외면하면 이미지 마케팅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21세기 인간의 자화상을 니체는 "최후의 인간"이라고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군중은 메뚜기 떼와 같다는 것입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군중은 메뚜기 떼처럼 조그마한 먹이까지 달려들어 남김없이 싹 긁어먹는다는 것입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이런 인간을 독파리로 비유합니다. 시장은 스스로 감추면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 물건을 사고팔거나 상대방을 속이고 기만하기도 하는 장소라는 것입니다. 차라투스트가 30살에 산으로 들어가 10년간 세계의 이치를 깨닫고 시장으로 내려와 "내가 너희에게 새로운 인간 유형을 보여주겠다. 그것은 다름 아닌 초인이다. 그런데 너희가 지금 살고 있는 모습은 최후의 인간관 같다"라고 말합니다. 니체는 생명의 기원이나 인간의 기원을 신의 계획이나 설계라고 믿지 않았습니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동물의 형상으로 진화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니체는 인간이 유인원을 초극하였듯이 초인(Ubermensch)은 인간을 초극하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신을 죽이고 그 자리에 초인을 앉혔습니다. 그렇게 말하자 시장 사람들은 "차라투스트라여, 초인은 당신이나 되십시오. 우리는 기꺼이 최후의 인간이 되겠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오늘 많은 사람들의 정직한 자기 고백일 것입니다.
과거는 공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더불어 살 수 있는 삶의 양식도 추구했는데 이제는 개인만 중요하고 자기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모의 도리도 무시하고 장애 자녀가 자신의 인생에 방해가 된다고 살해해 버립니다. 자식도 자신의 인생에 불편함을 주면 과감하게 부모를 버려버립니다. 원칙도, 공의도, 양심도 돈과 자기 이익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니체가 말한 독파리의 삶의 양식이 지배하며 천상의 가치가 붕괴되어 버린 시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독파리의 삶의 양식을 확산하는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섬김의 지도자가 필요한 때입니다. '공정과 불평등 해소'를 선거 공약으로만 외치는 자가 아니라 실제 삶을 그렇게 살아가는 지도자가 필요한 때입니다.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처럼 "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나라(막10:45)"라는 정신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목사/20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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