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과 안전기지(secure base)
1965년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집권하였습니다. 그는 강력한 출산 장려 정책을 펼치며 피임과 낙태를 금지시키고, 가임 여성은 무조건 4명 이상 아이를 낳도록 했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내야 해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는 태어난 아이를 보육원에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답니다. 보육원 교사 한 명이 수십 명의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아이를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명분 아래 아이들을 안아주지 않는 정책들도 시행했답니다. 보육원 아이들은 나중에 다양한 국가, 다양한 가정 환경으로 입양을 가게 되었고, 입양 후 성장한 환경은 다양했지만, 대다수 아이는 낮은 지능, 사회적 역량 부족, 폭력적 성향 등 공통적 특징이 발견되었답니다. 특히 만 3세 이후에 입양을 간 아이들의 경우는 그 상황이 더욱 심각하였답니다.
정신의학자 스피츠는 제 2차 세계대전 중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아동이 고아원에서 충분한 음식과 안전한 분위기를 제공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체적. 발달적 지체를 보이며, 특히 5명 중 2명 정도가 입양되기도 전에 사망했다는 결과를 보고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을 부모와 애착의 문제로 접근하여 애착 이론을 처음으로 주창한 심리학자 볼비는 4세 전에 부모와 떨어져 결핵 요양소에서 약 5개월에서 2년 정도 지낸 7~12세의 아이들을 분석하고 추적· 관찰했습니다. 이들은 정상적으로 자라난 아이들에 비해서 훨씬 거칠고 주도성이 떨어지거나 과도하게 흥분할 때가 많았습니다. 볼비는 아이가 엄마를 향해 애착을 형성하고 싶은 신념이 있는데, 제대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엄마가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 ‘부분적 박탈’이나 ‘완전한 박탈’을 경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완전한 박탈은 안절부절못하는 초조함이나 어떤 상황에도 반응하지 않는 것 등입니다. 엄마가 적절히 반응해 주지 않는 경우 처음에는 저항하다가 이어서 절망하고, 결국 이탈하게 되는 과정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애착(attachment)은 영아와 어머니 간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심리적 경험으로서, 개인의 성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개인 성격 형성, 모든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영아는 애착 대상과 가까이 있기를 원하고, 안전한 피난처로 위안이나 확신을 얻기 위해 의지하며, 세상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활동하는 기반이 되는 안전기지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분리, 장기간의 이별을 경험할 때 애착 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생애 초기, 최적의 시기(3년 전), 민감한 시기에 애착 결핍이 생기면 성인기의 여러 가지 정신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 3세 이전의 시기에 안정적 애착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상황이 생기면 아이의 발달에 영구적 손상이 생길 위험이 발생하고 이 손상으로 인한 결핍은 이후에 어떤 보상을 한다고 해도 만회되기 어려워서 성인기에도 성격적 결함이 발생하거나 정신병리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성인기로 넘어가면 애착 결핍으로 인해 피상적 대인관계, 감각 추구, 집중력의 결함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애착 형성에 중요한 것은 아이가 돌보는 이에게 얼마나 편하게 도달할 수 있는가와 돌보는 이가 얼마나 일관되게 반응성을 유지하는지가 핵심적이라고 합니다. 양육자가 안전기지가 되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는 오리는 처음 본 움직이는 물체에 강한 유대감을 느끼는 ‘각인(imprinting)’이라는 현상이 있음을 주장했습니다. 볼비는 로렌츠의 개념을 인간에게도 적용해서 생물학적으로 아기와 엄마는 서로에게 애착을 형성하려는 본능적 동기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아기는 무력한 존재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엄마를 옆에 두려는 본능적 욕구가 있고, 엄마는 그런 존재에게 애착을 느끼도록 세팅되어 있으므로 엄마에게도 돌봄 행동이 본능적이라는 것입니다. 엄마는 아이의 ‘정서적 안전기지(secure base)’가 된다는 것입니다. 마치 빌딩을 지을 때 기초공사로 땅을 깊이 파서 철심을 박고 콘크리트를 충분한 양을 부어 넣어야만 높이 올려도 무너지지 않는 튼튼한 건물이 될 수 있듯이, 애착 형성은 엄마가 아이의 마음에 기초 공사를 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에베레스트산을 오를 때 베이스캠프와 같은 것이 안전기지입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인간은 하나님을 안전기지로 삼고 살도록 만들었습니다. 어떤 어려움과 장애가 있어도 안전기지가 있는 사람은 쉽게 회복되고 재기할 수 있습니다. 팔십 평생 수많은 어려움과 대인관계의 상처 속에서도 평생 하나님을 안전기지로 삼고 살았던 다윗은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요새시요 나를 건지시는 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요 내가 그 안에 피할 나의 바위시요 나의 방패시요 나의 구원의 뿔이시요 나의 산성이시로다(시편 18:2)”라고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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