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 않는 모방
샤오미(小米)가 소비자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돼지도 태풍을 만나면 날 수 있다.'라는 철학을 가진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Xiaomi)의 회장 레이쥔( Lei Jun)은 아이폰만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스티브 잡스 개인까지도 모방합니다. 모방의 귀재 샤오미는 ‘애플 따라하기’ 전략으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모방은 썩 유쾌한 단어가 아닙니다. 창의성이 존중받는 시대에 모방은 “짝퉁”이라는 이미지로 푸대접을 받고 있고 “컨닝, 훔치기”라는 이름으로 꺼리는 단어입니다. 그러나 목적성을 가지고 따라 배운다는 의미로 “벤치마킹(benchmarking)”은 권장되는 용어입니다.
인간은 탁월한 모방능력이 있습니다. 1989년 워싱턴 대학의 심리학자들인 멜초프와 무어는 같은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지 이틀 미만인 신생아 4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답니다. 실험자는 아기의 얼굴 가까이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20초를 주기로 아기에게 혀를 내밀기와 고개를 흔들며 도리질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이 실험은 8분 동안 진행되었답니다. 이 행동들에 대한 아기들의 반응을 관찰하기 위해 비디오 촬영도 했답니다. 그 결과 멜초프와 무어는 어른이 혀를 내밀 때보다는 도리질을 할 때 아기들 역시 도리질을 더 많이 하고, 어른이 도리질을 할 때보다는 혀를 내밀 때 아기들도 더 많이 혀를 내민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아기는 어른의 행동을 자신의 행동을 위한 모델로 이용합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어른이 행동을 멈추고 난 뒤에도 아기의 모방 행동이 지속되는 것입니다. 세르주 시코티 "심리실험 100"에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의 행동에 자극받아 그와 유사한 행동을 하려는 모방본능이 있습니다. 모방을 죄악시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교의 자코모 리촐라티가 말한 것처럼 인간은 거울신경세포가 있어 타고난 모방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타르드(G.Tarde)가 "모방이 없이는 사회는 성립 될 수도 존재할 수도 없다"고 했듯이 인간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모방하며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는 모방하면서 인간 사회의 구성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기업이나 예술품이나, 창조물 등은 대부분 모방의 산물입니다. 오데드 센카(Oded Shenkar)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피셔칼리지 교수 연구팀이 혁신적 경영학 모델을 비롯해 과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연구한 결과, 조사 대상 혁신 사례 중 97.8%가 모방에서 나온 것이었으며, 48개의 혁신적 물건과 34개의 경영 사례(혹은 발명품)가 모방에 그 뿌리를 두고 있었답니다. 문화예술 분야도 대부분 모방으로 시작하여 창의로 매듭을 짓습니다.
피카소는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피카소의 유명한 작품인 “시녀들”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그린 것입니다. 76세에 그는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모방해 56점이나 그렸다고 합니다. “예술은 모방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된다.(오스카 와일드)”라는 말처럼 훌륭한 예술도 모방에서 시작됩니다. <최초가 아니라 최고가 되어라>의 저자 마크 얼스에 의하면 “원조는 돈이 안 된다”라고 말합니다. 원조는 통상 제품의 평생 수명을 통틀어 시장 가치의 7% 이하를 가져간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연구에 따르면 진정한 의미의 창의적 원조가 모방자만큼 수익을 내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패스트푸드 체인의 창시자인 화이트 캐슬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지만, 원조의 아이디어와 제도, 철학을 모방한 맥도날드는 누구나 안다는 것입니다.
지적 재산권 전문 변호사들이 뭐라고 떠들든 애플의 소위 '혁신'적 제품(MP3 플레이어, 아이콘 기반의 인터페이스, 터치스크린, 태블릿 등)도 진짜 '발명'인 경우는 드물다는 것입니다. 월마트 창립자 샘 월튼(Sam Walton, 1918~1992)은 1962년 첫 번째 매장을 열기 전 미국 최초 할인점 코벳을 포함, 페드마트· 케이마트 등을 모방했다고 합니다. 모방 자체를 죄악시하지 말고 누구를, 무엇을, 어떻게 모방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학습방법 중에는 '모델링(Modeling)에 의한 학습'이 있습니다. 반뒬러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모델링의 실험을 실시했다고 합니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비디오를 보여 주었답니다. 비디오에 등장하는 인물은 사람의 실물크기와 비슷하게 비닐로 만들어져 있었으며, 아이들이 이 인형을 발로 차거나 때리고, 욕설을 퍼부으면서 공격을 가하는 내용이었답니다. 비디오를 다 보여 준 후 이 아이들을 화면에 등장한 것과 같은 비닐 인형이 준비되어 있는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갔답니다. 그랬더니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일제히 인형 쪽으로 달려가 공격행위를 하였다고 합니다. 자신과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데도 비디오만 보고 모방행동을 한 것입니다.
사람은 늘 바라보는 사람을 닮아갑니다. 물은 담긴 그릇에 의해 모양이 결정됩니다. 모방을 죄악시 하지 말고 좋은 것을 적극적으로 모방해야 합니다. 바울은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 된 것같이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 되라(고전11:1)"라고 말씀합니다.
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 목사/20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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