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는 죽음
호주의 유명한 식물학자인 구달 박사가 2018년 104살로 안락사를 선택하여 언론에 화제가 된 일이 있었습니다. 그는 초고령의 나이에도 컴퓨터를 직접 다루고, 98살까지 논문을 발표할 정도로 집념을 보였답니다. 하지만 그 후 점점 건강이 악화해 혼자 힘으로 생활하기가 어렵다고 느껴왔답니다. 그는 품위 있게 죽기 원했고 “질병은 없지만 건강이 나빠지면 지금보다 더 불행해질 것 같다"며 “104세라는 나이에 이르게 된 것을 매우 후회하고 있다"고 하였답니다. 그는 넘어져 병원에 입원했을 때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고 결국 2만 달러를 들여 안락사가 허용된 스위스에 가서 더는 삶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며 품위 있는 죽음으로 안락사를 선택했습니다. 그는 마지막을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 합창곡인 ‘환희의 송가’를 들으려 눈을 감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환자 자신이나 가족이 자유 의지로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죽기 전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최소화하고 편안한 상태로 여생을 보내다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품위 있는 죽음이라고 말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좋은 죽음이란 환자와 가족, 보호자가 피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고, 소망을 존중받으며, 임상적·문화적·윤리적 기준에 부합하는 죽음으로 정의 내렸습니다. 사고를 당하거나 뇌졸중·심근경색 등 갑작스러운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전체 사망자의 약 2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앓고 있던 병의 악화로 긴 고통의 과정을 거치며 죽음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기대 수명은 83.6세이지만 건강 수명은 73.1세에 불과해 노년의 고통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간 사망자 30만 명 가운데 80% 이상은 병원이나 기타 복지시설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거나 질병이 고통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다고 합니다. 이중 매년 8만 명이 암으로 숨지는데 호스피스 병상은 1,500개도 되지 않고 호스피스 이용률은 23% 정도에 불과하답니다.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는데 존엄성을 지키며 생을 마감할 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환자 본인은 물론 지켜보는 가족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죽음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안락사나 의사 조력자살을 법제화하자는 의견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살이나 타살로 생명의 존엄을 합리화하거나 미화할 수 없습니다.
자연수명을 다 누리고 편안하고 안락하게 자신과 주변 모두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삶을 마무리하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소원이지만 마지막까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마감을 하는 것은 마음대로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자연 수명을 넘는 단지 생명 연장을 목적으로 하는 연명 의료행위에서 벗어나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만약을 대비하여 자신이 임종 과정에 이르게 되는 경우에는 연명의료를 하지말거나, 시행의 경우에는 중단하라는 자신의 의견을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작성하여 등록기관으로 지정된 의료기관에 등록하여두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둘째는 무엇보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부활 신앙을 가지고 마지막까지 품위 있게 사는 것입니다. 죽음의 공포의 노예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신앙인에게 있어서 죽음은 천국에 들어가는 문입니다. 죽음에 대하여 초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셋째 마지막까지 사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4대 고통이 나타납니다. 질병, 고독감, 경제적 빈곤, 역할상실입니다. 노년을 초라하지 않고 우아하게 보내는 비결은 경제적 부요, 건강한 몸, 함께하는 친구, 사랑, 여유, 용서, 아량, 부드러움, 신앙 등과 같은 정신적 가치 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까지 붙들어야 할 사명입니다. 부가 없다하여도, 건강을 잃은다 하여도, 홀로 있다하여도 붙들어야 할 사명입니다. 시성(誇聖)이라 칭함받는 밀턴은 말년의 20년 동안 두 눈의 실명이라는 역경 속에서도 초라하게 죽음을 맞이한 것이 아니라 사명을 붙들고 그 숭고한 시문(誇文)을 수많이 엮어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전의 돔을 일흔 살 때 완성했습니다. 그는 89세로 세상을 마칠 때까지 조각하는 칼을 들고 그의 작품에 손을 댔습니다. 베르디, 하이든, 헨델 등도 고희(古稀)의 나이를 넘어 불후(不朽)의 명곡을 작곡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품위 있는 죽음의 길을 걸어가신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다 이루었다”하시고 마지막을 맞이했습니다.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한 바울은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딤후4:7-8)"라고 고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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