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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전쟁과 타감작용(他感作用)
김필곤목사 (yeolin) 조회수:8720 추천수:6 112.168.96.71
2015-10-25 16:33:15

역사 전쟁과 타감작용(他感作用)

국사교과서 국정화로 정국이 시끄럽고 국론이 분열되어 있습니다. 국정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현행 검·인정 교과서는 좌편향된 '반한·친북 교과서'이므로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으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려는 시도로 규정짓고 있습니다. 이런 힘의 대결은 정당성이나 타협보다는 결국 유불리의 계산에 능숙한 힘있는 자의 승리로 끝나게 되어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동물 세계에서 치열합니다. 동물들은 먹이와 공간을 더 차지해 많은 먹이를 얻고, 여러 짝과 짝짓기를 해 많은 자손과 더 좋은 씨를 받고자 죽기 살기로 으르렁댑니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세계에서 약한 것은 먹이가 되고, 강한 것이 먹어치우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원리가 지배하게 됩니다. 이런 치열한 생존경쟁은 나무나 풀과 같은 식물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물 세계의 먹이전쟁은 식물세계에서는 화학전쟁으로 나타납니다. 인간의 역사 전쟁은 명분을 앞세워 으르렁대지만 동물은 직접 으르렁대고 식물은 보이지 않게 으르렁대며 뿌리나 잎줄기에서 생존을 위한 화학물질을 분비하여 자신의 영역을 지킵니다. 이 화학물질은 이웃해 있는 다른 식물의 생장이나 발아, 번식을 억제합니다. 이런 현상을 타감작용(他感作用) 이라고 합니다. 타감작용은 알레로파시(Allelopathy)라는 말의 번역인데 1937년에 독일의 식물학자 모릿슈(Molisch)가 그리스어의 알레로(allelo=상호의)와 파세이아(patheia=피해)라는 단어를 이어 만든 과학용어로 식물 사이에서의 '상호적 유해작용'이란 의미입니다. 소나무 숲 아래에 풀이 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소나무 잎에 타감물질인 타닌(tannin)이 포함되어서 다른 식물의 생장을 억제하고 소나무 뿌리가 갈로탄닌(gallotannin)이라는 타감물질을 분비하여 거목 아래에 제 새끼 애솔은 물론이고 다른 식물도 거의 살지 못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화려한 가을 단풍도 보기엔 아름답지만 알고 보면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타감물질인 안토시아닌을 낙엽으로 떨어뜨려 이듬해 봄 어린 단풍 묘목들 외에는 자라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 생육하는 호두의 일종인 흑호두의 가까이에 토마토를 심으면 토마토가 시드는데 이것 역시 흑호두의 타감물질인 주글론(juglone) 때문이라고 합니다. 잔디밭 한구석의 토끼풀이 잔디와 끈질기게 싸우면서 삶터를 넓혀가는 클로버도, 하천부지나 철도변 공터에 하얗게 꽃을 피우는 개망초가 대군락을 이루는 것도 그것들이 다른 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타감물질을 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타감물질은 생존을 위한 도구로 분비하지 않는 식물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타감물질이 꼭 상대를 제거하는 데만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코알라가 좋아하는 식물로 알려진 유칼리나무는 어느 정도 자라게 되면 더 이상 뿌리가 자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자신의 무한 증대를 조절하기 위해 스스로 발아나 발근을 저해하는 물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기 억제 기능이 있는 것입니다. 권력은 무한한 것도 아니고 인간은 이 땅에서 영원히 사는 것도 아닙니다. 스스로 절제가 필요합니다. 성경은 “이기기를 다투는 자마다 모든 일에 절제하나니 저희는 썩을 면류관을 얻고자 하되 우리는 썩지 아니할 것을 얻고자 하노라(고전9:25)”라고 말씀합니다. 뿐만 아니라 “마땅히 생각할 그 이상의 생각을 품지 말고(롬12:3)”라고 말씀합니다. 세포의 무한 증식은 암덩이가 되어 결국 자신의 몸뚱이를 죽이고 맙니다. 푸른곰팡이가 분비하는 타감물질 페니실린은 인류 건강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키우는 ‘허브’의 냄새는 침입자를 쫓는 타감물질이지만 사람에게 상쾌함을 주고 제 몸을 보호하는 마늘의 타감물질인 알리신(allicin)은 항균성(抗菌性) 물질로 사람에게 유익을 줍니다.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고추의 캡사이신(capsaicine)이나 후추의 피페린(piperine)은 맛을 내고 부패를 예방하게 해 줍니다. 유칼리(Eucalyptus)의 타감물질은 항염·항암·항산화작용을 하여 사람에게 유익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이기심을 숨기고 자기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편을 갈라 악담과 저주를 퍼붓는 타감물질만 배출하여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성경은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눅10:27)”라고 말씀합니다. 자신을 보호한다고 상대를 죽이는 타감물질만 낼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는 타감물질이 적을 쫓아내지만 수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타감물질을 내는 소나무도 무조건 다른 식물을 배격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 대립하며 땅속의 영양분을 보다 빨리, 보다 많이 흡수하기 위해 보이지 않게 으르렁거리며 전쟁을 하지만 철쭉이나 참나무, 상수리나무 등과 함께 동거합니다.

 

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 목사/2015.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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