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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된 늙음
김필곤목사 (yeolin) 조회수:1097 추천수:3 220.120.123.244
2021-11-07 12:56:11

복된 늙음

 

사람은 늙기를 싫어하지만 늙음은 공평합니다. 권력이나 부이나 미모나, 명예나 지식의 정도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그러나 어떻게 늙느냐는 차이가 납니다. “추하게 늙느냐 아름답게 늙느냐? 행복되게 늙느냐 불행하게 늙느냐? 기쁘게 늙느냐 슬프게 늙느냐?”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샘터>에서 필라테스 학원을 차린 한 원장의 글을 읽어 보았습니다. 어느 날, 왼쪽다리가 좀 불편해 보이시는 할머니가 학원을 찾아오셨답니다. 할머니는 “다리가 부드러워져야 하니 꼭 좀 가르쳐주세요.”하고 간절히 부탁했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기본동작도 힘들어하셔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답니다. 답답한 마음에 원장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 쉬면, 할머니는 “늙은이 가르치기가 힘들죠? 미안해요. 내가 더 열심히 할게요.”라면서 오히려 그를 격려해주었답니다. 3개월 동안 돈독한 정을 나눈 할머니와의 마지막 수업 날, 할머니가 청첩장을 내밀면서 말씀하셨답니다. “실은 손녀가 결혼하는데, 내가 손잡고 들어가요. 손녀가 어렸을 때, 사고로 아들 내외가 하늘로 떠나서 나밖에 없거든. 와서 밥이라도 먹고 가요.” 그제야 꼭 다리가 나아야 한다던 사정이 이해가 갔답니다. 사랑하는 손녀를 행복한 미래로 이끄는 길을, 조금 더 힘차게 걷고 싶으셨을 할머니의 마음, 그동안 더 열심히 가르쳐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답니다. 결혼식장에서 손녀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으시던 할머니의 얼굴은 참으로 행복해보였답니다.

행복한 늙음, 아름다운 늙음, 기쁜 늙음이 되려면 무엇보다 몸의 건강이 필요합니다. 병으로 고통 가운데 있다면 마음 속에 행복도, 기쁨도 살아질 것이고 아름다운 늙음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몸은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낡아지게 되어 있고 아무리 건강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세월이 쌓여갈수록 늙음은 점점 기세등등해집니다. 나이 들수록 몸은 쇠하고 사그라져 가고 나이만큼 질병은 쌓여가고 상실은 많아지고 그만큼 망가져 가는 몸을 보며 소외감도 커지고 우울해집니다. 대놓고 떠들진 않지만 늙어 가는데도 낡은 몸뚱이 안의 젊음은 그래도 있다고 우기며 늙음을 질병으로 단정하고 몸부림치지만 주름살은 누구도 멈추게 할 수 없습니다. 늙음이 낡음, 쓸모없음, 폐기가 되지 않으려면 적당한 영양과 운동을 늙었다고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입이 늙어도 복된 늙음을 위해 알맞게, 골고루, 제 때에 먹으며 숨쉬기 운동으로 만족하지 말고 적당한 운동을 해야 합니다. 사용하지 않은 근육은 쉽게 그 기능을 망각합니다. 근육을 사용해야 퇴화가 늦어집니다.

무엇보다 복된 늙음을 위해서는 정신이 중요합니다. 죽음 후 영원한 천국이 있다는 사실을 믿고 죽음을 미리 준비하며 노년을 황홀한 삶의 마무리 기간으로 삼는 것입니다. 유언장과 유서, 그리고 사전 연명의료의향서, 장기 기증서까지 미리 작성하며 죽음은 진지한 삶의 표현이며 가장 경건한 삶의 완성이라는 것을 배워나가는 것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잘 보낸 하루가 편안한 침상을 준비하듯, 잘 보낸 인생은 행복한 죽음을 준비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천상병 시인은 “귀천”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손짓 하면은/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라고 읊었습니다. 늙음을 마지막 천국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생각한다면 늙음 속에 낡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대와 새로움이 있습니다. 허무와 절망과 후회가 아니라 몸은 늙어도 마음과 인격은 날로 날로 새로워져 가을 단풍처럼 곱게 늙어 여름날 드러나지 않았던 인생의 마지막 아름다움을 보는 사람들에게 선물할 수 있습니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인생으로 마치 해질녘의 저녁노을처럼 황홀한 노년의 끝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사명을 붙들고 사는 것입니다. 그 마지막 사명은 첫째 주님께서 유언적으로 말씀하신 복음을 전하는 사명입니다. 둘째는 예수님께서 최고의 계명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씀했는데 사랑의 사명입니다. 셋째는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해 놓으시고 말씀하신 문화사명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해 이루어야 할 일을 끝까지 하는 사명입니다. 복음을 전해야 할 사람도, 사랑해야 할 사람도, 해야할 일도 없다면 그 때는 이 땅의 사명이 다 끝난 때이고 천국 가서 영원한 안식을 누려야할 때입니다. 이 사명이 다 끝나면 이 땅을 떠나 천국에 가는 것입니다.

천국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복된 노년을 살았던 바울은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딤후4:7-8)”라고 고백했습니다.

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목사/20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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