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그릇에 몸을 맞추기에 장수합니다
이제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미국 증시가 재채기를 하면 한국 증시는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있듯이 서로 닮아가는 것을 ‘동조화(coupling)’ 현상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미국의 주가가 떨어지는데도 한국의 주가는 오르는 것처럼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을디커플링(decoupling) 즉, ‘탈(脫)동조화’라고 말합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탈레스 S. 테이셰이라가 <디커플링>이라는 책을 내 놓았습니다. 노키아와 모토롤라 같은 글로벌 회사들은 모바일 통신기술(IT)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꾸준히 신제품을 개발했고, 서비스 개편을 위해서도 노력했지만 그들의 혁신은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넷플릭스, 아마존, 에어비앤비, 우버가 세상을 장악하는 동안 역사가 긴 GM, 베스트바이, 월마트, 질레트는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이런 '시장 파괴(market disruption)' 현상의 주원인으로 '신기술'이라고 지목하고 파괴된 시장에서 살아남을 대책 역시 신기술이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존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기술 혁신에만 매달려 왔지만 8년 동안 광범위한 글로벌 신생기업들을 분석한 저자는 "시장 파괴의 주범은 소비자"라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시장 파괴’ 현상을 야기한 신생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고객의 소비활동 과정에 존재하는 연결고리(제품 탐색, 평가, 구매, 사용) 가운데 약한 고리를 떼어내어(디커플링) 강력한 사업모델로 키워냈다는 것입니다.
성공한 신생기업이 기존 회사들을 와해시킬 수 있었던 것은 기술(technology)이 아니라 고객의 가치 사슬에서 비동조화(decoupling) 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사업 모델의 한 부분을 골라, 기존 업체가 하는 방식을 따라 하지 않고 그 영역에서 고객이 가장 불편을 느끼는 것을 찾아 기존 업체들보다 월등히 높은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고객이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거나, 금전적인 비용을 절감시켜주어 경쟁사의 고객들을 데려왔다는 것입니다. 아마존은 TV를 구입하려는 고객의 ‘검색→구입→사용’ 활동에서 ‘구입’ 단계만 분리했다는 것입니다. 우버는 ‘검색→구입→유지→사용→폐기’ 활동에서 차를 고르고 구입하고 유지하고 폐기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사용’ 단계만을 서비스해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고객 관점에서 가치 사슬의 불편한 고리 하나에 주력해 경쟁사와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게 관건이라는 것입니다.
고객의 변화하는 욕구에 맞추어야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눅6:31)”라는 말씀은 시장에서도 통합니다.
열린편지/열린교회/김필곤목사/219.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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