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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며 살기(3) 온유
김필곤목사 (yeolin) 조회수:1304 추천수:5 220.120.123.244
2020-11-08 13:34:11

사랑하며 살기(3) 온유

서울 관악구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하모씨 원룸으로 헤어진 지 석 달 된 남자 친구 김모씨가 찾아왔습니다. 김씨는 문 앞에서 이름을 부르며 "문 열어달라"고 소리쳤습니다. 하씨는 "동네 창피하다"며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김씨는 "다시 만나기 싫다"는 하씨를 침대 위로 밀치곤 성폭력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하씨는 헤어진 데 대한 미안함이 남아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하씨는 옛 남자 친구가 집으로 또 찾아올까 봐 불안에 떨다가 결국 이사했습니다. 피해자와 그 가족까지 죽음에 이르게도 하는 데이트 폭력은 평균 하루에 18명씩 노출된다고 합니다. 미혼 남녀 72.3%는 데이트 폭력을 당한 적이 있고, 66.8%는 데이트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유는 남성은 주로 화났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무의식적으로 흥분해서라고 대답했고, 여성은 상대가 잘못해서, 상대가 먼저 욕이나 폭력을 행사해서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사랑과 폭력은 양극단에 있는 단어처럼 보이지만 현실 속에서는 누군가를 끔찍이 사랑하는 스토커나 이성 친구를 사랑한다면서 때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 보아도 폭력인데 배타적 소유욕에 대한 갈망을 사랑으로 포장합니다. 누군가 누굴 만나 무엇을 했는지 물어본다면 너무 끔찍할 터인데 사랑이란 단어로 이런 폭력을 정당화하고 감내합니다. 상대의 마음을 자신의 입장에서 추측하고 판단하여 자신을 배려하지 않은 상대에게 화를 내고, 상처를 주기도 하며, 사납고 거칠게 폭력을 행사하는데도 그것을 사랑으로 받아들입니다.

미국 뉴햄프셔대학교 스트라우스(Murray A. Straus) 박사는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심리적 폭력(언어적인 폭력 포함), 신체적 폭력, 성적 폭력으로 나누며, 모든 폭력의 씨앗은 상대방의 자유와 신뢰를 부정하고, 나에게 상대에 대한 통제의 권리가 있다고 착각하는데 있다고 합니다. 폭력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하고 싶은 열망이 클수록 불안과 두려움도 커질 수밖에 없는데, 평생 내가 어떤 행동을 하든지 나를 떠나지 않을 사람을 찾아 내가 원하는 대로 조종하려는 것은 폭력이지 사랑은 아닙니다.

사랑은 온유한 것입니다. 가짜 사랑은 자신의 감정이 상하면 난폭해집니다. 강퍅해집니다. 괴팍해지고, 고약해집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이런 가짜 사랑은 자신은 물론 상대방까지 처참하게 파괴합니다. 온유한 사랑은 부드럽고, 인자하고, 친절한 행동을 동반하고, 온유한 사랑은 말이 거칠지 않고, 표정이 상냥하고도 겸손하고, 정겨우며, 상대가 대하기에 거북스럽지 않게 합니다. 온유 속에는 불안과 두려움, 집착, 거침, 사나움, 의존 욕구, 조종 욕구, 분노, 폭력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온유함이라는 것은 불친절한 것, 무자비한 것, 딱딱한 것과는 반대됩니다. 능력이 있고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힘의 강약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랑입니다. 온유는 한자로는 따뜻할 온(溫), 부드러울 유(柔)자입니다. 따뜻하고 부드럽다는 말입니다. 부드러울 유자는 창을 뜻하는 모(矛)자 아래 나무 목(木)자를 썼습니다. 창의 날카로움을 감싸고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나무가 되다는 말입니다. 누구나 자기 안에 날카로운 칼이나 창이 있지만 평소에는 따뜻하고 온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통이나 억울함을 당하거나 굴욕을 당할 때, 유(柔)한 마음이 없으면, 말과 행동으로 찌르고 벱니다.

성경은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라고 말씀합니다. 베드로전서 2장 23절에서는 이 온유에 대하여 “욕을 당하시되 맞대어 욕하지 아니하시고 고난을 당하시되 위협하지 아니하시고 오직 공의로 심판하시는 이에게 부탁하시며”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십자가에서 죽기 까지 사랑하신 예수님의 온유한 성품입니다. 온유는 욕을 당해도, 고난을 당해도, 부당한 일을 당해도 복수하지 않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마11:29)”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온유한 사랑의 모델은 예수님이십니다. 죄인들, 부족하고 연약한 사람들, 실수하고 넘어지기 쉬운 이들, 뾰족하고 모난 인간들, 강퍅하고 거친 사람들이 주님의 온유한 사랑 앞에 녹아내렸습니다. 사랑을 하면 유순해지고, 사랑 앞에 고요해지며, 진짜 사랑하면 성격이나 태도가 언제나 안정적이며,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고 한결같은 온유가 배어 나오는 품성을 가지게 됩니다. 가까울수록 깐깐함보다 온유한 사랑이 필요합니다. 자녀를, 아내를, 남편을, 부모를 온유한 사랑으로 대하여야 합니다. 온유한 모습과 태도로 사랑한다면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성급하게 화를 내거나 강요하고 폭력을 행하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완고하고 모진 사람들 때문에 온유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세상 같지만 온유한 사랑을 가지고 살면 삶의 지경이 결국 넓어집니다. 예수님께서 산상보훈에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마5:5)"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목사/20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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