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탯줄 찬스와 신앙
김필곤목사 (yeolin) 조회수:1602 추천수:4 220.120.123.244
2020-09-20 14:52:30

탯줄 찬스와 신앙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마음입니다. 자녀 교육하면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떠 올리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역사적 근거는 거의 없다고 하지만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합니다. 누구나 교육 환경이 좋은 강남으로 이사하여 자식을 가르치고 싶어 할 것입니다. 모 대학의 치과대학 명예 교수의 수필을 읽어 보았습니다. 1960년대 무렵 경상도에서 교사였던 어머니의 뒷배경으로 거주지 학구제에 반하여 읍내에서 좋다는 국민학교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 후에도 공무원과 교사였던 부모님이 이사 때마다 부모 찬스를 써 주셔서 원하는 학교에 들어갔고, 부모 찬스는 후일 자신이 치과의사가 되는데 한 부분 기여했다고 합니다.

몇 년 전 딸애가 외손녀를 명문으로 소문난 사립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길 원했는데, 그 학교는 가족 전체가 가톨릭 신도인 자녀들만 일정 인원을 뽑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학병원 내 신부님을 찾아가 가족 모두 영세받기를 원한다고 하자 일 년간 매주 교리공부를 받으라고 했답니다. 그해 연말까지 모든 식구가 정규 신도 자격을 따야 손녀 입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속성반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신부님이 “주님은 꼭 다 갖춘 자만 받아들이시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원하는 자는 가까이 오라고 하신다”면서 몇 달간 주말마다 모든 식구가 교리 공부를 받으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리출석도 하며 할배 찬스를 사용하여 그해 크리스마스 날 집안 모두 영세를 받고 외손녀가 원하는 학교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아빠 찬스, 엄마 찬스, 할배 찬스, 형제 찬스... 등과 같은 탯줄 찬스가 공기처럼 흐르는 대한민국에서 부모는 탯줄 찬스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재벌가들은 자신의 위치와 부를 자녀에게 승계시키기 위해 온갖 부모 찬스를 이용합니다. 고위공직자는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과 인맥으로 자녀들의 취업과 출세를 위해 온갖 기괴한 술수를 벌입니다. 의료인은 의료인대로, 법률가는 법률가대로,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연예인은 연예인대로, 언론인은 언론인대로, 재벌은 재벌대로 자신이 닦아놓은 텃밭을 자녀에게 세습시키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사용하는 듯합니다. 법과 교육과 종교가 양심의 최후의 보루라고 하지만 법률가도 예외는 아니고, 교육인들도 자녀들의 상급학교진학을 위해 성적조작을 자행하며, 종교인들마저 자신이 이룩해놓은 교회를 자녀에게 대물림하기 위해 꼼수를 벌리기도 합니다.

힘있는 사람들의 불공정하고 불법한 탯줄 찬스가 필수품이 되어버린 사회 시스템과 도덕성은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대통령의 구호 앞에 가랑이가 찢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려옵니다. 탯줄 찬스는 재산, 교육, 군대 뿐 아니라 직업의 대물림, 죄 짓고 벌 받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널려 있습니다. 힘있는 탯줄은 남을 두들겨 패고도 훈방되고, 음주운전 사고를 내도 가벼운 처벌로 끝나며, 심지어 다량의 마약을 밀수하고도 집행유예를 받습니다. 탯줄의 힘은 강하고 견고해 사람 사는 곳 어디에나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출신 배경보다 근면 성실이 성공의 열쇠라고 믿는다.”라고 로런 리베라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그들만의 채용 리그>라는 책에서 말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현대사회는 시민들의 이 건강한 믿음을 배반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원제가 ‘혈통(pedigree)’으로 고학력 엘리트 학생들이 고임금 엘리트 직장을 독점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책입니다. 비결은 ‘아빠 찬스’라는 것입니다. 부유한 고학력 부모는 자신들이 보유한 물질적 재화와 문화자본을 이용해 자녀들의 우월적 신분을 재생산한다고 합니다. 이 탓에 ‘대대로 엘리트’와 ‘우연한 엘리트’는 같은 대학을 나와도 들어가는 직장이 다르다고 합니다. 지금 세계에서 ‘아빠찬스’를 가장 잘 쓰는 사람은 아마도 이방카 트럼프일 것입니다. 아버지가 미국 대통령이 된 뒤 맏딸 이방카는 모델과 패션사업 스펙만으로 백악관에 책상을 하나 얻어 무급 보좌관이지만 행보는 국가 원수급으로 하고 있습니다.

논어에 “없이 사는 것은 걱정하지 않지만 고르지 못한 것은 걱정한다”는 뜻을 가진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불공정한 특혜를 없애는 공정한 세상은 복잡한 인간사에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자식을 “애느님, 아느님, 딸느님”이라고 칭할 정도로 ‘자식광신도’가 넘치는 시대입니다. ‘내 자식 지상주의’, ‘내 자녀 이기주의’가 문화 현상으로 굳어진 이 시대에 신앙인이 탯줄 찬스를 통해 꼭 혜택을 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신앙계승입니다. 탯줄 찬스 잘못 사용하면 수치를 당합니다. 죽은 후에 영원한 천국이 있고, “먼저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하면 이 모든 것을 더해 주신다”는 말씀을 믿는 신앙인은 부모로서 이 찬스를 잃으면 인생의 가장 실패를 하는 것입니다. 성경은 말씀합니다. “내가 어려서부터 늙기까지 의인이 버림을 당하거나 그의 자손이 걸식함을 보지 못하였도다(시37:25)”

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목사/20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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