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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
김필곤목사 (yeolin) 조회수:2823 추천수:2 112.168.96.218
2017-11-26 09:40:27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

북한 병사가 사선(死線) 넘어 귀순했습니다. 최근 의식을 회복해 첫마디로 “여기가 남쪽이 맞습네까”라고 물었답니다. 남한에 왔다는 사실을 확인받은 뒤에는 “남한 노래가 듣고 싶습네다”라며 노래를 틀어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심각한 총상으로 생명이 위독했는데 그를 살린 의사를 칭찬할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칭찬하기 보다는 한 국회의원이 치료를 담당한 교수가 북한 병사의 기생충 감염 사실을 외부에 알린 것에 대하여 "기생충, 분변, 위장 내 옥수수까지 공개돼 북한 병사의 인격에 테러를 가했다"면서, 의료법 위반까지 거론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수술을 담당한 교수는 수술을 위해 환자 배를 열었을 때 오염물이 의료진에게 튀고 B형 간염 상태인 줄도 모르고 피를 묻히며 처치했는데, 인권을 침해한 의사라는 말을 들으니 억울하다고 했답니다. 그 기사 밑에는 험한 댓글들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쌓아 논 분노의 탈출구를 찾았다는 듯이 마녀사냥 식으로 입에 담기 험한 독 달린 댓글을 쏘아 올렸습니다. 대대장 등 3명이 포복하여 귀순자를 옮긴 것에 대하여서도 “거짓말이다. 직무 유기다. 대응미숙이다.” 등 비난의 글을 올렸습니다.

문제만 일어나면 사건의 진실을 살펴보지도 않고 단정하고 무조건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온갖 비난, 욕설,험담, 허위사실 등을 거침없이 유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사이버 블링이란 인터넷에서 특정인을 괴롭히는 행동 또는 그러한 현상을 일컫습니다. 스마트폰 보급과 인터넷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이메일, 휴대전화, SNS 등 디지털 서비스를 활용하여 악성댓글이나 굴욕스러운 사진을 올림으로써 이루어지는 개인에 대한 괴롭힘 현상입니다. 사이버 불링은 익명성, 상시성, 신속성, 확산성, 시각적 충격 등의 특징을 가지고 희생양을 만듭니다. 희생양을 찾아 마녀사냥 하듯 ‘망신주기’를 합니다. 언론은 선정적으로 보도하여 클릭을 유도합니다. 클릭 수가 돈이 되는 망신주기 산업이 한풀이하듯 파괴적인 언어를 먹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사이버 불링은 타인의 인격을 파괴하고, 기업과 정부의 공신력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사회적 신뢰 상실로 이어져 공동체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부산 동아대 손모 교수(당시 34세)가 지난해 6월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한 달 전 교내에 붙은 ‘거짓 대자보’가 발단이 되었습니다. “교수 중 누군가가 여제자의 속옷과 엉덩이를 더듬었다”고 한 여학생이 손 교수를 가해자로 지목하였고 그는 사이버 불링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몇 달 뒤 ‘진범’은 드러났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학생은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이미 손 교수는 더 이상 세상에 없었습니다. 시인 박진성 씨는 미성년자 상습 성추행범으로 몰렸습니다. 그에 대한 트위터 게시물은 무차별 확산되었습니다. 기자는 본인에게 확인도 하지 않고 이미 기정사실처럼 보도했습니다. 기사는 피해자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채워졌고 ‘죽어라’ ‘역겹다’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답니다. 18년간 알고 지내온 주민들은 ‘무서워서 못살겠다’ ‘더러운 놈’이라는 피켓을 들었습니다. 친척들의 연락이 끊겼고 경조사에 초대받지 못했답니다. 시집 출판이 중단되었고, 시 쓰기 교육을 받던 수강생도 떠났으며, 가까이 지내던 문인들도 전염병 환자 대하듯 꺼렸다고 합니다. 그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분노조절장애’의 진단을 받고 우울증 약을 한 번에 털어 넣어 여러 번 자살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검찰은 “근거가 전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여성들은 처벌을 받았지만 이미 사이버 불링으로 시인은 깊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조사에 의하면 언어폭력이나 명예훼손, 스토킹, 신상정보 유출 등 사이버 불링을 경험한 성인은 전체의 33%, 초중고등학생도 30%에 이른다고 합니다. 사이버 불링의 가해자들은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며 그냥 '재미 삼아' 다른 사람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죽이고 있는 것입니다. 말은 칼보다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온라인도 또 다른 세상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오프라인보다 더 사람들이 머무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온라인 세상도 온정이 넘치는 좋은 삶을 사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좀 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하고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은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따뜻한 법집행을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신앙인들이 선교적 사명으로 온라인에서 온정 넘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선플을 달고 복음적 언어를 확장시켜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라는 책을 냈습니다. 비난의 말보다는 격려의 말을, 정죄의 말보다는 용서의 말을, 싸움의 말보다는 화해의 말을, 증오의 말보다는 사랑의 말을, 불평과 원망의 말보다는 감사의 말을, 비하의 말보다는 존경의 말을 퍼뜨려야 합니다. 성경은 “혀는 곧 불이요 불의의 세계라 혀는 우리 지체 중에서 온 몸을 더럽히고 삶의 수레바퀴를 불사르나니 그 사르는 것이 지옥 불에서 나느니라(약3:6)”

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목사/2017.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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