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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에 두 켤레의 신발을 신을 수 없습니다
김필곤목사 조회수:486 추천수:0 218.147.218.173
2026-04-19 13:49:05

한 발에 두 켤레의 신발을 신을 수 없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바시키르 지방을 달리고 있습니다. 레프 톨스토이의 고전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속 주인공 바홈처럼 말입니다. 해가 지기 전까지 돌아오는 만큼의 땅을 모두 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 앞에, 바홈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달렸습니다. 더 비옥한 땅, 더 넓은 영토를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려다 결국 출발점에 도착한 그는 피를 토하며 쓰러졌습니다. 그가 그토록 갈구했던 대지의 끝에서 얻은 것은 결국 그가 묻힐 1.8미터의 구덩이뿐이었습니다. 이 비극은 19세기의 우화가 아니라, 무한 경쟁의 트랙 위에서 '조금만 더'를 외치며 질주하는 현대인의 서글픈 자화상입니다.

우리는 지금 한 발에 두 켤레의 신발을 신으려 애쓰는 모순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의 욕망은 결코 만족이라는 종착역에 닿을 수 없는 구조를 지닙니다. 이른바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 현상입니다. 새로운 소유가 주는 도파민의 유효기간은 짧고, 우리 뇌는 곧 그 상태를 기본값으로 인식하며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됩니다. SNS 속 타인의 화려한 일상과 자신의 오늘을 비교하며 소유의 크기를 재는 행위는 우리를 영원한 결핍의 감옥에 가두어 둡니다.

신발장에 수백 켤레의 구두를 채우느라 정작 맨발로 서 있는 가족의 눈물을 보지 못한다면, 그 화려한 신발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탐욕은 현재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진실인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마비시키는 정서적 마약과 같습니다. 성경은 이러한 탐욕의 본질을 '우상 숭배'라 단언하며, 그것이 반드시 영혼의 파멸을 초래한다고 경고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내일 먹을 만나까지 욕심내어 거두었을 때, 그 음식은 곧 썩어 악취가 났습니다. 탐욕은 단순히 물욕을 넘어, 창조주가 선물한 생명의 리듬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결핍의 노예로 만드는 영적 질병입니다. 재물을 삶의 주인으로 삼는 순간, 인간은 푸른 잎사귀 같은 생명력을 잃고 욕망의 무게에 짓눌려 고립될 뿐입니다.

내 발에 꼭 맞는 한 켤레의 신발에 감사하며 곁에 선 이의 보폭을 맞출 때, 우리는 비로소 바홈이 도달하지 못했던 진정한 평원의 안식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내일의 영토를 넓히기 위해 오늘을 탐욕의 노예가 되기보다 이미 발밑에 주어진 소중한 대지의 축복을 감사로 만끽하는 삶이 행복입니다. "자족하는 마음이 있으면 경건은 큰 이익이 되느니라 우리가 세상에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딤전6:6-8)

열린편지/열린교회/김필곤 목사/2026.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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