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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독에는 물이 담기지 않습니다
김필곤목사 조회수:397 추천수:0 218.147.218.173
2026-04-12 13:52:16

밑 빠진 독에는 물이 담기지 않습니다

 

1969720,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달의 고요한 표면에 발을 내디딘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 그는 무사히 지구로 귀환하며 전 인류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습니다. 인간이 감히 꿈꿀 수 있는 최고의 정상, 그야말로 완벽한 인생의 정점에 선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찬란한 영광의 이면은 참혹했습니다. 귀환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심각한 알코올 중독과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정신병동에 입원하고 맙니다. 훗날 그는 자서전에서 자신의 붕괴를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달에 다녀온 후, 내 인생에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다음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참으로 낯선 역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보통 인생의 겨울, 즉 철저한 실패와 상실의 한가운데서 절망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올드린이 겪은 현상을 '성취 후 우울증'이라 부릅니다. 목표를 향해 숨 가쁘게 달려갈 때는 미처 알지 못하다가, 모든 것을 다 이루고 마침내 완벽해졌다고 믿는 순간 영혼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허무함입니다. 내가 땀 흘려 쌓아 올린 성공과 부, 사회적 명성이 내 삶을 구원해 줄 것이라는 '완벽함의 환상'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 찾아오는 실존적 공허입니다빅터 프랭클이 지적했듯, 이 텅 빈 공간은 세상의 그 어떤 화려한 물질로도 결코 채워지지 않습니다.

2천 년 전 예루살렘에도 이 환상 속에서 길을 잃은 한 지성인이 있었습니다. 국가 최고 의회의 의원이자 막대한 재력, 도덕적 결백함까지 모두 갖춘 유대인의 지도자 '니고데모'입니다. 모든 것이 만개한 인생의 화창한 봄날을 살던 그는, 역설적이게도 캄캄한 ''에 예수를 찾아왔습니다. 타인의 시선이라는 완벽한 사회적 가면을 벗고 홀로 남겨진 밤, 그는 뼈저리게 직감했을 것입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바벨탑으로는 영혼 깊은 곳에서 불어닥치는 찬 바람을 영원히 막아낼 수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는 자신의 훌륭한 인생 건축물에 젊은 랍비의 지혜를 더해 약간의 '리모델링'만 거치면 삶이 더 완벽해질 거라 기대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예수의 대답은 인간 이성의 교만을 무너뜨리는 단호한 선언이었습니다. 거듭난다는 것은 조금 고쳐 쓰는 수리의 개념이 아닙니다. 인생은 아래로부터 쌓아 올리는 나의 치열한 노력과 스펙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위로부터 임하는 창조주의 은혜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뜻입니다. 생명이 우리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주어지는 선물이듯, 영혼의 안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합니다.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3:3)

열린편지/열린교회/김필곤목사/2026.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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