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열린말씀 열린편지

열린편지

게시글 검색
감옥문은 안에서 열 수 없습니다
김필곤목사 조회수:759 추천수:1 218.147.218.173
2026-03-15 13:39:06

감옥문은 안에서 열 수 없습니다

 

오래전 충북 진천에서 동물을 유난히 사랑했던 17세 소녀는 학교에 쥐를 돌보는 동아리가 있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의 실상은 소녀의 순수한 기대와는 정반대였습니다. 생명을 돌보는 곳이 아니라, 동물원 파충류 등의 먹이로 팔기 위해 쥐를 사육하고 도살하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며 무려 700마리의 쥐를 제 손으로 죽여야 했던 소녀는, 결국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죄책감에 짓눌려 스스로 생의 끈을 놓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죄책감은 스스로 재판관이 되어 자신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가장 혹독한 형벌입니다. 문제는 이 비극이 극단적인 상황에 놓였던 그 소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마음속에 크고 작은 죄책감의 감옥을 짓고 살아갑니다. 특히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완벽'을 요구합니다. SNS 속 빛나는 타인들의 삶과 나를 비교하며 '더 좋은 부모가 되지 못했다'는 자책, '타인에게 무심코 상처를 주었다'는 후회,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수치심이 매일 밤 우리를 찾아와 정죄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죄책감이 관계를 회복하려는 긍정적인 방어기제라고도 말하지만, 성과주의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이는 종종 임계점을 넘어 영혼을 서서히 갉아먹는 맹독으로 변질되곤 합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용서하려 애쓰고, 선행을 통해 마음의 빚을 갚으려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내면의 법정에서 울려 퍼지는 정죄의 목소리를 우리 스스로 완전히 잠재울 수는 없습니다. 내가 나를 기소하고 판결하는 구조 속에서는 영원히 온전한 사면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감옥 안에 갇힌 죄수가 스스로 감옥 문을 열 수 없듯 말입니다.

십자가의 복음은 우리에게 억지로 스스로를 용서하라고 무책임하게 강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밖에서 문을 열어주는 거대한 사랑을 바라보라고 초대합니다. 우리의 모든 흠결과 은밀한 죄악을 아시면서도 십자가에서 그 대가를 대신 치르신 분이 계십니다. 우주의 궁극적인 재판관이신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너는 무죄다"라고 선언하실 때, 우리는 비로소 나를 옭아매던 자기 정죄의 사슬에서 풀려나게 됩니다. 참된 해방은 내 힘으로 죄를 씻어내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열어주신 조건 없는 용서를 온전히 받아들일 때 찾아옵니다. 감옥문은 밖에 열어주어야 열립니다. 스스로를 향한 가혹한 재판을 멈추시기 바랍니다.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8:1-2).

열린편지/열린교회/김필곤목사/2026.3.15.
SNS 공유

댓글[0]

열기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