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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이 있어 넘어지지 않고 오래 걷습니다
김필곤목사 조회수:876 추천수:1 218.147.218.173
2026-02-01 16:46:36

두 발이 있어 넘어지지 않고 오래 걷습니다

 

어느 낯선 고산 지대의 부족 사이에는 '신발 한 짝의 전설'이라 불리는 기묘한 성인식 이야기가 전해온답니다. 청년이 되어 먼 길을 떠나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신발을 딱 한 짝만 지어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나머지 한 짝은 네가 길 위에서 만날 동행의 발에 끼워져 있을 것이다. 그를 찾지 못하면 너는 평생 한 발로만 절뚝이며 걷게 될 게다." 처음엔 황당해하던 청년도 길을 걷다 발이 부르트고 나서야 깨닫습니다. 내가 가진 왼쪽 신발과 상대가 가진 오른쪽 신발이 만날 때, 비로소 '걷는다는 행위'가 완성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두 발은 결코 동시에 움직이지 않습니다. 한쪽 발이 앞서나가면 다른 쪽 발은 묵묵히 뒤에서 지지대를 만들어줍니다. 걷기는 고도의 협응 능력입니다.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완벽한 단독자'가 되라고 주문합니다. 남에게 신세 지지 않는 삶, 홀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독고다이'식 삶이 유능함의 척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뇌과학자 매튜 리버먼은 그의 저서 사회적 뇌에서 인간의 뇌가 휴식 상태일 때조차 타인의 마음을 읽고 연결을 시도하는 디폴트 네트워크를 가동한다고 설명합니다.

인간에게 타인과의 연결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본능적 설계라는 것입니다. 완벽한 독립은 곧 완벽한 고립일 뿐입니다. 시인 존 던이 "어떤 사람도 그 자체로 온전한 섬은 아니다"라고 노래했듯, 우리의 결핍은 부끄러운 약점이 아니라 서로를 연결하는 '고리'가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늘의 영광을 뒤로하고, 이 땅에 내려와 우리의 '부르튼 맨발' 곁에 서셨습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완벽해져서 오라고 명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절뚝거릴 때 주님의 어깨를 내어주셨고, 우리가 걸음을 멈출 때 곁에 앉아 기다려 주셨습니다.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이 절망에 빠져 한 발자국도 희망 쪽으로 내딛지 못할 때, 주님은 그들의 '오른쪽 신발'이 되어 그들의 비틀거리는 생을 지탱해 주셨습니다. 동행의 아름다움은 속도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보폭의 공유'에 있습니다. 내 발걸음이 빠르다고 앞서나가는 것이 아니라, 곁에 있는 이의 거친 숨소리에 내 걸음을 늦추는 인내입니다. 두 발이 서로를 앞지르려 싸우지 않고 교차하며 몸을 지탱하듯, 우리도 주님과 함께, 그리고 곁에 있는 이웃과 함께 걸어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인생은 '고역'이 아닌 '여행'이 됩니다.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그들이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 혹시 그들이 넘어지면 하나가 그 동무를 붙들어 일으키려니와 홀로 있어 넘어지고 붙들어 일으킬 자가 없는 자에게는 화가 있으리라"(4:9-10).

열린편지/열린교회/김필곤목사/20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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