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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백신, 섬김
김필곤목사 (yeolin) 조회수:2239 추천수:4 220.120.123.244
2021-03-07 12:35:08

마음의 백신, 섬김

 

닭은 서열 의식이 강한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투스 B. 드뢰셔가 쓴 <휴머니즘의 동물학>을 보면 야생닭은 서열 질서가 강하지 않지만, 좁은 공간에서 두 마리의 닭이 동시에 한 알의 알곡을 먹으려고 할 때는 서열의식이 강하게 발동한다고 합니다. 대형 닭장이라고 해도 갇혀 사는 닭들은 서열 질서가 강하여, 만날 때마다 억압과 굴종을 강요한다고 합니다.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최형선 저)>라는 책에 의하면 닭만 서열의식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부 원숭이들은 유아 살해를 한다고 합니다. 짖는 원숭이의 경우, 유아 사망의 40 퍼센트 이상이 수컷의 유아 살해 때문이라고 합니다. 암컷이 새끼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새끼들도 죽지 않으려고 어미에게 바짝 붙어 발버둥을 치지만 힘센 우두머리 수컷에 죽임을 당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권력을 쟁취한 새 우두머리 수컷은 이전 우두머리 수컷의 새끼들을 모두 죽임으로써 수유 중인 암컷들을 임신 가능 상태로 유도해 제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런 우두머리 원숭이의 폭력 앞에 권력에 밀린 수컷이나 힘에 밀린 암컷은 우두머리의 처분에 어쩔 수 없이 순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힘에 밀린 수컷들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우두머리 수컷이 늙어 힘이 빠지면 권력을 잡고, 자신도 선배 우두머리처럼 똑같이 유아 살해를 되풀이한다고 합니다.

원숭이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하이에나도, 사자도, 성충이 되어 하루 이틀 사는 하루살이도, 사회성이 발달한 벌도, 개미도 치열한 권력다툼을 합니다. 인간은 서열의식이 강합니다. 대한민국의 연장자 숭배문화는 절대적입니다. 출생 시기로 강고한 위계질서, 서열문화가 생깁니다. 신분의 서열문화도 대단합니다. 대학도 서열을 매기고, 직장도, 심지어는 교회도 성당도 절도 서열을 매깁니다. 국립묘지에 가면 죽어서도 서열이 있습니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 하며 나이, 짬밥, 학번, 인사년도, 시험기수, 근무년수, 직급 등에 따른 서열문화가 인간관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연봉으로 서열화하고, 학벌로 서열화하고, 미모로 서열화하고, 심지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서열화하고, 학력도 출신 대학, 출신 고등학교, 출신 대학원, 학위도 국내 학위, 해외 학위로 구분하여 서열화합니다.

직원들이 식당에서 회식하러 가면 각자 머릿속에서는 서열 컴퓨터가 작동하여 자신이 앉을 자리를 추출해내 차질 없이 앉습니다. 사무실의 책상이나 의자 구조도 서열을 반영합니다. 일반 사무원은 서랍 둘 있는 책상, 대리는 오른쪽에 서랍 두어 개가 더 붙고, 과장은 ㄱ자형, 부장은 ㄷ자형, 이사는 ㅌ자형이어야 합니다. 의자도 서열화 되어야 모양새가 납니다. 이런 서열의식은 권력욕에 기반하는 것입니다.

니체는 일찍이 인간 존재의 본질을 "권력에의 의지"라고 규정하였습니다. 미국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는 "남자든 여자든, 젊은이든 늙은이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부자든 가난뱅이든, 상류층이든 하류층이든 모든 인간의 삶의 모든 단계, 즉 요람에서 무덤에 이르기까지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인간의 본성은 바로 우월함에 대한 열망이다."라고 했습니다. 이 권력욕이 지나치면 권력 중독자가 됩니다. 데이비드 L. 와이너는 그의 책 <권력 중독자>에서 권력 중독자는 "외면적으로는 순진하고 따뜻한 성품"을 보일 수도 있지만, 그를 보통 사람과 구분시켜주는 특성은 "좀 더 높은 수준의 지배력과 지위를 얻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종종 도덕이나 윤리, 예의, 상식마저 무시한 채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라고 하였습니다. 지배력이 강한 권력 중독자는 "자신의 가치에 대한 과대 망상적 신념"을 가지고 있고 "역지사지"나 "다른 사람에 대한 감정이입" 등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어떤 잘못에 대해서든지 그 책임을 다른 이에게 뒤집어씌울 방도를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라고 합니다. 권력 중독자는 독특한 견해 내지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이 도전받거나 침범당할 경우 현실에 대해 맹목적이고 사나우며 포악한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권력 욕구가 극단적으로 높은 상태의 사람은 강렬한 욕망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심각한 사람들은 으름장을 놓고 무례한 태도를 취하거나 괴로움을 주는 것을 낙으로 삼고 아돌프 히틀러, 스탈린, 밀로셰비치 등처럼 자신의 길을 가로막는 대상은 누구든 무엇이든 무자비하게 제거해버린다고 합니다.

세상을 지옥처럼 만들고 관계를 파괴하며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권력욕에서 해방되려면 마음에 섬김의 백신을 맞아야 합니다. 어떤 경우도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과 시간, 물질 등을 섬김을 위해 사용해야 하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정치의 목적도, 결혼의 목적도, 사업의 목적도, 공부의 목적도... 섬김에 두는 것입니다. 섬김의 백신을 맞아야 권력 바이러스에 쉽게 마음이 병들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10:45)"라는 목표를 가지고 이 땅에 사셨습니다.

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목사/20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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