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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며 살기(10) 악심을 품지 않기
김필곤목사 (yeolin) 조회수:1469 추천수:5 220.120.123.244
2020-12-27 13:17:03

사랑하며 살기(10) 악심을 품지 않기

 

지금은 고인이 되신 함석헌 선생님의 일화입니다. 함 선생님이 일본의 동경사범학교를 나와 모교인 오산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을 때였답니다. 하루는 학생들이 떼를 지어 교무실로 몰려왔답니다. 당시에는 학생들이 선생님보다 나이 많은 분들도 있었는데 학생들이 문제가 있는 한 교사를 손보아 주겠다고 교무실로 몰려왔답니다. 선생님들은 몽둥이를 들고 들어온 학생들을 보고 다 도망갔답니다. 그런데 함석헌 선생님만 고개를 푹 숙이고 기도하는 자세로 앉아 있었답니다. 흥분한 학생들은 함석헌 선생님을 문제의 교사로 생각하고 마구 때렸답니다. 학생들은 엉뚱한 사람을 때린 것을 알고 찾아와 용서를 빌며 왜 자신들에게 몰매를 맞을 때 고개를 숙이고 있었느냐고 물었답니다. 그때 함석헌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답니다. "내가 눈을 뜨고 맞았다면 내 사랑하는 제자들 중 누가 나를 때렸는지 알 것이 아닌가, 또 자네들도 알 것이고 그러면 내가 어떻게 강단에 서겠으며 또 자네들도 어떻게 나를 보겠는가?" 이 말에 학생들이 크게 감동을 받고 함석헌 선생님께 엎드려 용서를 구했다고 합니다. 함석헌 선생님은 악한 것을 기억하지 않는 것이 참 사랑인 것을 알고 실천하신 분입니다.

성경은 사랑은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고전13:5)”는 것이라고 말씀해 주고 있습니다. 진짜 사랑은 앙심이나 원한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오뉴월에 서릿발 내리는 한을 품지 않습니다. 남이 행한 악들과 피해들, 악담과 자존심 상한 일, 섭섭함과 나쁜 기억들을 마음속에 쌓아 놓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었을 때 그것을 세밀하게 마음에 적어 놓았다가 당한 만큼 갚아야 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악한 계획을 하지 않고, 시기, 질투, 미움, 원한, 분노, 음란 등과 같은 악한 것에 마음의 뿌리를 내리지 않습니다. 원한이나 앙심을 풀 수 있는 방법을 복수가 아니라 사랑을 택합니다. 사랑의 내포적 의미에는 오뉴월 서릿발 치는 한이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은혜는 물에 새기고 원수는 돌에 새긴다는 말처럼 인간은 누구나 원한이나 앙심, 악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인간은 하루에 5-6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그 중 75%는 부정적인 생각, 25%는 긍정적인 생각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의도적으로 생각을 단속하지 않으면 인생은 악한 생각이 활개 치는 무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생을 악한 생각의 놀이터로 방치하면 결국 인생은 악한 생각의 쓰레기장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인간은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평생 악한 생각과 마음속에서 전쟁을 치르며 삽니다. 선과 악의 싸움에서 승패가 좌우되는 곳이 생각의 영역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런데 마음속에 강하게 새겨진 악한 생각의 연상과 죄짓는 은밀한 상상의 세계와 싸움에서 승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질투, 시기, 원한, 불신이, 어떤 사람에게는 성적 상상, 증오, 미움, 복수 등이 지겨울 정도로 꽁무니를 물고 쫓아다닙니다. 물론 의도적으로 악한 생각을 즐기거나 방치하는 것과 악한 생각과 싸우는 것은 차원이 다르지만 악한 생각을 안 하려고 하면 할수록 자신의 악한 본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인간입니다. 의지는 유혹에 맞서 악한 상상과 욕망을 억제하려고 하지만, 에밀 큐가 "의지와 상상이 싸울 경우 예외 없이 의지가 패배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악한 생각을 의지로 승리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처럼 의지로 “내가 원하는 바 선은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하지 아니하는 바 악을 행하는도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롬7:19,24)”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새들이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머리 위에 둥지를 틀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마틴 루터가 말한 것처럼 악한 생각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지만 그 악한 생각이 둥지를 틀지 못하도록 몸부림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싸움에서 인생은 악한 생각에 농락당하기 일쑤입니다. 그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거해야 합니다. 어떤 원한도 앙심도, 복수도, 악함도 없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사랑 안에 거할 때 마음 속에 기승을 부리는 악한 생각과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악한 생각을 이기는 십자가의 사랑을 깨달은 바울은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 환난이나 곤고나 박해나 기근이나 적신이나 위험이나 칼이랴 기록된 바 우리가 종일 주를 위하여 죽임을 당하게 되며 도살당할 양 같이 여김을 받았나이다 함과 같으니라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롬8:35-39)”라고 고백합니다. 사랑하면 악심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악한 것을 생각치 않습니다.

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목사/2020.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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