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열린말씀 섬기는 언어

섬기는 언어

게시글 검색
무례함의 비용
김필곤목사 (yeolin) 조회수:4231 추천수:1 112.168.96.218
2018-06-17 17:33:18

무례함의 비용

 

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결과는 보수를 표방하는 당의 참패였습니다. 패배의 원인을 대통령 탄핵 후폭풍, 선거전략의 부재, 현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 보수당의 정치쇄신의 실패, 리더십 부재, 인재의 빈곤 등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패의 원인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막말일 것입니다. 유권자에 대한 무례한 서비스입니다. 선거가 끝난 후 대표가 그 직을 사임하면서 ‘나라가 통째로 넘어갔다’고 말했습니다. 그 의도가 어떻든 유권자인 국민에 대한 도리와 예를 갖춘 품위 있는 말은 아닙니다. 그분은 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에서 손 팻말 시위를 하는 이들을 보고 “창원에는 원래 빨갱이가 많다”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당내 싸움을 할 때는 “연탄가스 같은 일부 중진”이라는 험한 말을 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남북합작 위장평화쇼’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당 대변인은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 간다)라는 말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정치적 의도로 어떤 당을 폄하하고, 개인을 비난하기 위해서 나열한 사례는 아닙니다. 공인의 말은 적어도 유권자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을 정도의 예의를 갖춘 품위 있는 말을 사용해야 합니다. 품격 없는 막말을 하면 당사자가 아닐지라도 듣는 사람은 상한 마음을 닫고 말한 사람은 그만큼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무례함의 비용>이라는 책을 쓴 크라스틴 포래스는 무례함의 판단 기준은 상대로부터 몰상식한 대우나 존중받지 못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상대방이 무례함을 겪었다고 느껴지는가의 여부라고 합니다. 의식 있는 유권자라면 그런 말을 들으면 무례함을 느끼게 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상사의 무례함,직장 내 괴롭힘 등 차별적인 문화가 확산되는 것을 방치할 경우, 조직은 큰 손실을 보고, 비즈니스에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고 합니다. 마야 안젤루는 “내가 깨닫기로, 사람들은 당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잊을 것이고, 당신이 어떻게 행동했는지도 잊을 것이나, 당신이 안겨준 느낌만큼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저자는 조직 차원에서 보면, 무례함이 초래하는 부작용은 아무리 순화시켜 이야기해도 실로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초래한다고 합니다. 미국심리학회는 무례함으로 직장 내 스트레스가 미국 경제에 입히는 피해액이 연간 5,000억 달러(약 542조 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답니다. 크리스틴 피어슨 교수와 저자가 17개 국가의 중간관리자와 평직원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무례함을 당하는 쪽에 해당하는 노동자들 가운데 48%가 노동력 투입량을 고의로 줄였답니다. 38%가 성과의 품질을 고의로 저하시켰고, 63%가 가해자를 회피하느라 노동 시간을 허비했으며, 78%가 조직에 대한 헌신성이 저하되었답니다. <포춘> 1,000대 기업의 중간관리자와 최고관리자들은 직원들 사이의 불화를 해결하고 무례함의 후유증을 해결하는 데 근무 시간의 13%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고객들은 무례한 기업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로 실험을 해보았다고 합니다. 은행에서 졸업생 신용카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말하며 실험대상자 절반은 은행 직원의 무례한 언행을 목격하게 했다고 합니다. 한 직원이 제때 신용카드 시안들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참가자들 앞에서 다른 직원을 심하게 질책하게 한 것입니다.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에게는 무례한 언행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직원의 무례한 언행을 목격하지 않은 참가자들 중 거의 80%에 가까운 참가자가 해당 기업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응답했지만 무례한 태도를 목격한 참가자들의 경우는 고작 20%만 이용하겠다고 답했답니다.

정치에 있어서 유권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례한 태도를 혐오하고, 무례한 말로 심리적 안정감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립니다. 무례한 사람은 존중을 받지 못하고, 무례한 사람들이 있으면 팀워크도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저자가 한 생명공학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중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은 무례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 비해 리더로 간주될 가능성이 2배나 높았고, 실적 또한 13% 높았다고 합니다. 세계 각국의 7만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존경받는 리더의 여러 특성 가운데 배려심과 협동심,공정성 같은 요소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답니다. 전 세계 2만 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리더가 직원들의 헌신과 협력을 획득하기 위해 가장 중요시해야 할 덕목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라는 사실을 발견했답니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전직 대통령과 당대표의 유권자에 대한 무례함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무례한 당, 무례한 회사, 무례한 병원, 무례한 가정, 무례한 교회에 사람들은 머물길 싫어합니다. 성경은 “형제를 사랑하여 서로 우애하고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 하며(롬12:10)”라고 말씀합니다. 예의가 밥먹여주냐고 무례하게 행하면 결국 아내도 밥을 안 해 줍니다. 예의가 밥 먹여줍니다. 인사만 잘 해도 잘 삽니다.

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목사/2018.6.17.

 

댓글[0]

열기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