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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날의 가치
김필곤목사 (yeolin) 조회수:1209 추천수:1 218.147.218.173
2025-12-28 14:32:57

남은 날의 가치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어느 토요일 오후, 미국의 한 라디오 방송에 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기묘한 습관 하나를 소개했습니다. 그는 "사람이 평균 75세를 산다고 가정하면, 일생 동안 맞이하는 토요일은 약 3,900번입니다"라고 운을 떼었습니다. 그는 당시 55세였고, 계산해 보니 자신에게 남은 토요일은 대략 1,000번 정도였습니다. 그 길로 그는 장난감 가게로 달려가 구슬 1,000개를 샀습니다. 그리고 투명한 플라스틱 통에 그 구슬들을 채워 넣은 뒤 침실에 두었습니다. 매주 토요일이 지날 때마다 구슬 하나를 꺼내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고백은 많은 청취자의 가슴을 울렸습니다"투명한 통 속의 구슬이 줄어드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것보다 인생의 우선순위를 확실하게 알려주는 것은 없었습니다. 구슬이 절반쯤 줄어들었을 때, 저는 승진보다 아내와의 산책이 중요함을 알았고, 야근보다 아이들과의 저녁 식사가 더 급한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오늘 아침, 저는 마지막 구슬을 꺼냈습니다. 이제 저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은 ''입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 배터리가 20%만 남아도 불안해하며 충전기를 찾으면서, 정작 내 '생명의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는 잊고 삽니다. 뇌과학에서는 이를 '정상성 편향(Normalcy Bias)'이라 부릅니다. 어제와 별다를 것 없는 오늘이 내일도 무한히 반복될 것이라는 뇌의 달콤한 거짓말입니다. 심리학자 폴 자네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을 수식으로 설명했습니다. 지금 내가 느끼는 1년의 길이는, 내가 살아온 전체 인생의 길이에 비례해서 짧아진다는 것입니다. , 나이가 들수록 내 인생이라는 전체 그릇이 커지기 때문에, 그 안에 담기는 '1'이라는 물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진다는 원리입니다. 5살 어린이에게 인생은 아이가 살아온 총 5년입니다. 이때 1년은 전체 인생의 1/5 20%에 해당합니다. 인생의 5분의 1이나 되는 엄청나게 긴 시간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내년 크리스마스는 까마득하게 멀리 있는 미래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50세 어른에게 1년은 전체 인생의 1/50, 2%에 불과합니다. 지나온 50년이라는 거대한 시간의 벽돌들 사이에 끼어 있는 얇은 벽돌 한 장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벌써 1년이 지났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체감 속도는 가속도가 붙습니다. 이 무서운 속도감 속에서 종종 '가장 중요한 것''가장 급한 것'에게 양보하며 살아갑니다. 호주의 호스피스 간호사 브로니 웨어는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한 후회로 "그렇게 열심히 일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를 꼽았습니다. 죽음이라는 거대한 문 앞에서는 평생 모은 통장의 잔고나 사회적 지위가 안개처럼 흩어집니다. 남는 것은 오직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지 못한 눈 맞춤, 건네지 못한 따뜻한 말 한마디뿐입니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말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허비하는 시간이 많은 것이다." 경제학의 원리처럼 희소성이 가치를 만듭니다. 다이아몬드가 돌멩이보다 귀한 이유는 드물기 때문이듯, 우리의 삶이 찬란한 이유는 그것이 '유한'하기 때문입니다. 벚꽃이 그토록 아름다운 이유는 곧 지기 때문이며, 우리 인생도 언젠가 저문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삶을 눈부시게 만듭니다.

이미 3,500년 전, 노년의 모세를 통해 이 비밀을 간파했습니다. 시편 90편에서 모세는 인생을 "신속히 날아가는 것"이라 탄식하며, 하나님께 단 한 가지 지혜를 구합니다. 부귀영화도, 불로장생도 아니었습니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計數)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시편 90:12). 여기서 '계수하다'라는 히브리어는 단순히 숫자를 세는 행위를 넘어, '무게를 달다', '가치를 매기다'라는 깊은 뜻을 품고 있습니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헤아리는 사람은 삶의 군더더기를 과감히 덜어냅니다. 미움과 시기에 쏟을 에너지를 아껴 사랑과 용서에 쏟습니다. 단순히 흘러가는 물리적 시간인 '크로노스(Chronos)', 하나님이 개입하시어 의미가 부여된 시간인 '카이로스(Kairos)'로 바꾸어 냅니다. 2025년을 갈무리하는 이 시점, 마음속의 '인생 구슬 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떨는지요. 짤그랑거리는 구슬이 몇 개나 남았습니까? 줄어든 구슬을 보며 두려워하거나 허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은 구슬의 개수가 아니라, 남은 구슬 하나하나를 얼마나 정성스럽게 닦아 빛나게 사용하느냐입니다. 죽음을 기억하는 사람(Memento Mori)만이 삶을 제대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Amor Fati). 마지막 주님 앞에 인생 결산을 할 남은 날을 셈할 줄 아는 지혜가 있을 때, 다가오는 2026년은 그저 달력이 바뀌는 또 다른 한 해가 아니라, 하나님이 허락하신 기적 같은 ''이자 선물이 될 것입니다. 남은 날을 계수하는 지혜는 오늘날도 유효합니다.

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목사/202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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