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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모든 말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3007 추천수:22 112.168.96.71
2014-11-26 10:14:35
우리의 모든 말
- Phyllis Hobe -

우체국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나는 몸이 아픈 친구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입에서 불쑥 몇 마디 말이 튀어나왔다. 앞에 서 있던 노신사가 껄껄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나도 가끔 그런다오.” “예?” 내가 물었다. “혼잣말이오.” 그 신사가 답했다. 나는 혼잣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아주 오랜 전 증조할머니에게서 배운 것을 하던 것이었다. 부모님은 두 분 다 직장에 다녔기 때문에 나는 낮 시간을 증조 할머니 댁에서 보냈다. 푸른 눈에 자그마한 체구의 할머니는 흰머리를 아주 단정히 말아 올리고 있었다. 기운이 없으셔서 나와 놀아 줄 수는 없었지만, 책을 읽어 주거나 아일랜드에서 보냈던 할머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할머니는 내게 도미노 게임도 가르쳐 주었고, 신문지를 접어 다양한 모양으로 변하게 자르는 방법도 알려 주었다. 낮잠 잘 시간에는 나를 방안에 재우고 문을 닫았다. 그래도 나는 할머니가 집안 일을 하면서도 뭔가 계속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뭐라고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마침내 나는 누구한테 얘기하는 거냐고 할머니에게 물었다. “하나님이지.” 할머니는 그저 담담하게 답했다. “하나님은 저 위에 계시는 거 아니에요?” 내가 천장을 가리키며 물었다. “하나님은 어디든지 계신단다. 아가야.” 할머니가 말했다. “또 무슨 말이든지 다 들으시지.” 내가 다섯 살 때, 왼쪽 다리에 감염이 된 적이 있었다. 염증 부위가 부어 오르면서 형형 색색으로 변했고, 고열에 시달렸다. 그 당시로는 냉찜질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의사인 워드 선생님이 왕진을 오고 모두가 속삭이듯 말하는 것을 볼 때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엄마와 새 아빠가 내 간호를 잠시 쉬는 동안, 할머니가 들어왔다. 할머니는 바로 내 옆에 있는 푹신한 큰 의자에 앉았다. 열에 시달리면서도 나는 할머니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지는 그 소리를... 어느날 밤 잠이 깼는데, 할머니가 냉찜질용 수건을 바꾸고 있었다. 다리는 여전히 불덩이에, 원래보다 세 배나 부어 있었다. 할머니는 다시 의자에 앉고는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최대한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하나님, 여기 이 어린아이가 끔찍한 감염으로 앓고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건 아닌지 염려하고 있습니다. 약도 없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고치실 수 있습니다. 주님, 그렇기에 제가 기도하는 것입니다.“ 할머니의 기도 내용을 들으면서 겁에 질렸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도 부드럽고, 편안해서 나는 다시금 잠이 들 정도였다. 이튿날 아침, 의사 선생님이 내 곁에 있었다. ”안녕, 필리스.“ 선생님이 무겁게 말했다. 선생님이 체온계를 내 혀 밑에 넣었다. 그리고는 이불을 젖히고 다리를 살펴 보았다. ”엘리! 레이!“ 선생님이 부모님을 불렀다. ”와서 이것 좀 보세요.“ 나도 목을 쭉 빼고 아래를 보았다. 울긋불긋하던 것도 사라졌고, 열도 전혀 나지 않았다. ”이젠 괜찮아진 것 같이 보이죠?“ 선생님이 말했다. ”열도 떨어졌어요.“ 그날 밤, 나는 엄마에게 할머니의 기도에 대해 말했다. ”이번엔 엄마, 뭐라고 그러시는지 다 들을 수 있었어요.“ 엄마가 내 손을 당겨 잡았다. ”하나님께서도 할머니의 말을 다 들으셨구나.“ 하나님은 할머니가 하는 모든 말을 다 들으셨던 것이다. 드러내어 말하지 않은 것도 할머니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말까지도 모두. 세월이 지나는 동안 할머니가 했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곤 했다. 그럴 때면 하나님은 어디에나 계신다는 사실이 다시금 떠오른다. 내가 지금 줄을 서 있는 이 우체국에도 함께 계신다는 것이.

-가이드 포스트 2005년 1월 호 중에서-


<하나뿐인 도시락>

우리 부부는 새벽같이 일을 하러 나갑니다. “근영아, 엄마 아빠 갔다올게.” “예” 경제 한파에 힘없이 무너져 많은 것을 잃고 겨우 마련한 단칸방에서 힘들게 살아가던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서느라 아침 준비며 도시락 싸는 일을 중학교 일학년 짜리 딸애한테 맡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어쩌다 보니 반찬도 밥도 모자라 도시락을 하나밖에 못싸게 됐던 모양입니다. 당시 운동선수였던 큰애는 성장에 문제가 생겨 당분간 선수생활을 접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먹이고 챙겨야 했습니다. 그런 저런 사정을 다 아는 둘째는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을 하나만 쌌습니다. 그리고는 서둘러 집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기다리는 오빠에게 다가갔습니다. “오빠 도시락 여기 있어.” “너는?” “나는 오늘 일찍 끝나.” “그래? 얼른 타.” 큰애는 평소처럼 동생을 자전거 뒤에 태웠습니다. “이 도시락 들어줄래? 자전거 탈 때 불편하거든......” 집에서 학교까지는 먼 길이었습니다. 학교에 도착해 동생을 먼저 내려준 뒤 동생이 도시락을 건네려는 순간 큰 애는 쏜살같이 자전거를 타고 가며 소리쳤습니다. “근영아! 점심 잘 먹어.”

-TV동화 행복한 세상 5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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