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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디 선생님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2111 추천수:19 112.168.96.71
2014-11-25 13:51:56
나는 학습지진아로서 인생을 시작했다. 나에게는 '난독증'이라고 불리는 시신경 장애가 있었다. 난독증에 걸린 아이들은 종종 단어들을 빨리 습득하지만,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단어를 배운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단어들이 글자의 조합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1학년 담임 선생은 나에게 학습 지진아라는 딱지를 붙였다. 여교사였던 그 담임 선생은 자신의 판단을 생활기록부에 적어 2학년 담임에게 넘겼다.

그래서 내가 일교시 수업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2학년 담임 선생은 나에 대한 결정적인 편견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제 나는 완전히 학교 수업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 결과 차츰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자신있게 말을 하지도 못하고, 쉬운 숫자 계산도 하지 못할 뿐더러 , 글자까지도 엉터리로 나열하니까 한 마디로 나는 완전히 구제불능인 아이였다. 3학년 담임 선생은 나를 만나기도 전에 내가 말을 할 줄도, 글을 쓰거나 읽을 줄도, 또 숫자 계산을 할 줄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나에 대한 희망이나 낙관론 같은 것은 일찌감치 포기해 버렸다. 나는 수업을 빼먹기 위한 기본 수단으로 꾀병을 부리는 전략을 썼다. 이 전략은 나로 하여금 담임 선생보다 양호교사와 더많은 시간을 갖게 했다. 나는 결석이나 조퇴를 할 그럴 듯한 이유들을 생각해 내느라 시간을 보냈다.

그것이 3학년과 4학년에서 내가 써먹은 주된 방법이었다. 5학년에 올라갈 무렵 나는 이미 지능적인 면에서 거의 죽은 아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때 하나님께서 내게 위대한 여교사 하디 선생님을 보내 주셨다. 하디 선생님은 걸어서 로키 산맥을 횡단한 경력이 있는, 가장 뛰어난 초등학교 교사로 미국 서부 지역에선 유명한 인물이었다. 키가 180센티미터에 이르는 이 불가사의한 여성이 내 앞에 큰 탑처럼 우뚝 서더니 양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하는 것이었다. "이 아인 학습 지진아가 아녜요. 이 아인 다만 보통 아이들과 좀 다를 뿐이죠." 학습 지진아라는 말에 비하면 보통 아이들과 좀 다를 뿐이라는 말은 얼마나 희망적으로 들리는가! 하디 선생님은 거기서 그 치지 않았다.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내가 네 엄마와 얘길 해봤다. 네 엄마가 너에게 단어를 읽어주면 넌 그것을 거의 사진과 같이 기억한다고 하더구나. 넌 다만 단어와 글자들을 순서대로 써 보라고 하면 그것을 잘 못하는 것 일 뿐이다. 그리고 소리내어 읽는 데도 문제를 느끼는 듯하다 따라서 내가 너에게 책읽기를 시킬 때는 하루 전날 미리 네게 말 해 주겠다 넌 기억력이 뛰어나니까 집에 가서 전부 암기해 와라.

그러면 우린 다른 아이들 앞에서 멋지게 연극을 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네 엄마는 네가 어떤 걸 한번 보면 대단히 깊은 이해력을 갖고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있다고 하더구나. 앞으로는 내가 다른 아이들에게 읽기와 쓰기 문제를 내면 넌 그걸 집으로 가져 가서 편안한 마음으로 하거라. 그렇게 하면 심리적인 압박을 덜 받으니까 훨씬 잘 할 수 있을 거야. 그래서 다음 날 내게 가져오면 된다. " 하디 선생님은 또 말씀하셨다. "너도 할 수 있을 거다. 데모스테네스는 혀가 자기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병에 걸렸었지. 그래서 그는 혀를 뜻대로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입안에 돌멩이를 물고 다녔다. 마침내 그는 최고의 웅변가가 될 수 있었어 내가 여기 구슬 몇 개를 가져왔다. 이 구슬은 커서 네가 목구멍 너머로 삼킬 수도 없을 것이다. 내가 깨끗이 씻어 왔다. 이제부터 내가 네 이름을 부르면 넌 먼저 구슬을 입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가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을 하거라 " 나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이해심에 자극을 받은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마침내 내 혀를 다스릴 수 있게 되었으며, 머지않아 자유롭게 내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듬해 나는 6학년에 올라갔다. 너무도 기쁘게, 하디 선생님이 또다시 6학년 담임이 되셨다. 그래서 나는 그분의 지도 아래만 2년을 보내는 벅찬 기회를 가졌다. 지난 이삼십 년 동안 나는 하디 선생님과 계속 소식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몇 해 전 선생님이 말기 암에 걸리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 명밖에 없는 당신의 특별한 제자와 1천 마일이나 떨어져서 병상에 누워 계시니 얼마나 외로우실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는 당장에 비행기표를 사들고 그 먼 거리를 달려갔다 그런 내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것이었나를 나는 곧 깨달아야 했다. 대충 세어 봐도 7백 명 정도가 넘는 선생님의 특별한 제자들 이 병실 앞에 줄을 서 있었다. 그 동안 계속해서 선생님과 소식을 주고받고, 선생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말동무가 되어 주려고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온 사람들이 그 정도로 많았던 것이다. 이들 7백 여명은 흥미로울 만치 다양한 사람들로 이뤄져 있었다.

미국 상원의원 3명, 주 의회의원 12명, 그리고 기업체와 회사 간부 및 대표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더욱 흥미 있는 사실은 우리들 중 4분의 3이 5학년 때까지 수업 진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학습 지진아나 저능아, 무의미한 인간, 운명에 맡겨진 아이로 스스로를 믿고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하디 선생님을 만남으로써 우리가 능력이 있고, 중요한 인간이며, 만일 우리 자신이 노력한다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뛰어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믿게 되었던 것이다.

하디 선생님/H. 스티븐 글렌/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2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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