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열린마을 열린이야기

열린이야기

게시글 검색
한 번에 한 집씩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3311 추천수:22 112.168.96.71
2014-11-25 17:00:44
한 번에 한 집씩

셸리 브래디
20년 전 남편 존과 내게 첫아이가 생겼을 때, 내가 집에서 아기를 돌보기로 우리 부부는 뜻을 모았다. 그 말은 곧 우리가 한 사람의 수입만으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우리는 대출금과 학자금을 갚기 위해 아끼고 저축했다. 저녁 식사는 거의 마카로니와 치즈로 해결했으며, 더 이상 영화를 보러 가지도 않았다. 나는 가난하게 자랐던 탓에, 나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 줄 현실적인 목표를 일찍이 세워 왔다. 내게 있어 신앙은 더 나은 삶을 희망하게 하는 이유라기보다는, 더 나빠지는 것을 막는 안전망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걸려 온 한 통의 전화로 내 상황은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 ?셸리 맞소? 나는 빌 포터요.?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나는 고등학생 때 방문판매원 빌을 위해 상품 배달을 했었다. ?일주일에 이틀 정도 나와서 주문받는 일을 다시 좀 해 줄 수 있겠소?? 나는 남편과 상의한 후에 빌이 제안한 일을 하게 되었다. 빌을 보면 처음 눈에 띄는 것이 그의 특이한 외모이다. 그는 귀가 매우 크다. 구부정한 자세로 걷는다기보다는 차라리 발을 질질 끄는 듯이 보인다. 그의 오른손은 주먹을 쥔 것처럼 오그라져 있다. 또한 그가 한 번 말을 꺼내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다발성 경화증이나 그 비슷한 병에 걸리신 거예요?? 내가 물었다. ?뇌성마비요.? “내가 태어날 적에 의사가 핀셋을 잘못 써서 내 뇌를 상하게 했다는군. 내 상태는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거요. 더 나아지지도 않을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내가 하기로 마음먹은 것들을 성취하는 데 걸림돌이 되진 않소.?
빌의 낙관적인 태도는, 나의 비관적인 경향과는 판이하게 달랐기에 나를 더욱 놀라게 했다. 그는 그것을 모두 자신에게 굳건한 신앙심을 길러 준 부모님 덕분으로 돌렸다. 그의 부모님은 거의 싸우다시피 해서 빌을 공립학교에 다니게 했고, 졸업 후 그의 아버지는 빌에게 ?직장을 얻어라.?고 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가혹하지는 않았다. 단지 그의 부모님은 빌을 절대로 응석받이로 키우려 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빌이 마음먹은 것이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그가 포기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늘 강조하곤 했다. 빌은 왓킨스 사에서 입사 면접시험을 보게 되었다. 그 회사의 판매원들은 집집마다 다니면서 약품과 향신료를 판매했다. 빌은 면접관에게 말했다. ?영업은 제 적성에 딱 맞습니다. 제가 믿는 한 그 제품이 무엇이냐는 거의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게 기회를 주시면 보여 드리겠습니다.?그는 시험 삼아 빌에게 일자리를 주었다. 빌은 집집마다 노크를 했고 연달아 거절만 당했다. 그러다가 물건을 팔기 시작했다. 그는 하루에 8시간 이상 판매 구역을 걸어다녔고, 북서부 전역에서 회사 최고의 영업 사원이 되었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빌의 자명종은 매일 새벽 4시 45분에 울렸다. 그가 타는 시내 행 버스는 오전 7시 20분에 출발했다. 빌은 옷을 서둘러 입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외관이 중요한 거야.? 그는 말했다. 매일 아침 그는 깨끗한 양말을 신고 바지와 새하얀 와이셔츠를 다림질했다. 빌은 현관문을 두드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며 일을 시작했다. ?다음에 만날 고객은 물건을 사겠다고 말할 거야.? 요는, 빌은 모든 사람들이 언젠가는 물건을 사리라는 것을 믿는다는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빌과 함께 일했고, 아이를 몇 명 더 낳은 뒤에도 그 일을 계속했다. 남편의 수입이 더 늘어나긴 했지만 나는 늘 아끼고 저축했다. 사실, 그것은 강박적인 일이 되어버렸다. 나는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내게 있어 신앙은 다가올 삶에 정면으로 맞서는 방법이라기보다는 재난에 대비한 보험증서와도 같았다. 그러나 빌은 매일 믿음에 의지해 늘 최상을 꿈꾸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나도 인생을 저런 식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남편조차도 나를 답답해했다. 어느 겨울 날 포틀랜드에 폭풍이 불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다. 물론 빌에게 그런 날씨는 희소식이었다. ?방문판매원에겐 완벽한 날씨지. 모두 다 집에 있잖아!? 그는 옷을 따뜻하게 입고 할당량을 채울 때까지 순회를 했다. 그 즈음 도로 상황이 나빠져서 버스가 운행을 멈추었다. 빌은 차를 얻어 타고 집에 와야 했는데, 와 보니 그의 집 현관까지 이르는 가파른 길이 얇은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일어서려고 했지만 끊임없이 넘어지기만 했다. 결국 그는 손과 무릎으로 기어서 현관까지 갔다. 그러면서도 그날의 성과에 대해 매우 흡족한 마음이었다. 이제 내가 빌과 함께 일한 지도 어언 20년이 되었다. 가끔은 예전의 낡은 걱정들이 나를 엄습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얼어붙은 집 앞길을 기어 올라가는 내 친구 빌에 대해 생각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디에도 장애물은 없어요, 셸리. 오직 도전만이 있을 뿐이지.? 그를 본보기로 삼아 따를 때면 나는 걱정을 떨치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렇다. 빌 포터는 마침내 나로 하여금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열어 두신 기회들, 한 번에 하나씩 다가오는 기회들에 대해 고대하는 마음을 갖게 해 준 것이다. 요즘은 가족과 함께 영화관에 가면 제값을 내고 영화를 본다. 푸짐한 팝콘도 곁들여서 말이다.
-가이드 포스트 2003년 3월 호 중에서-

댓글[0]

열기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