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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에 울려 퍼진 할렐루야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1813 추천수:18 112.168.96.71
2014-11-25 13:35:27
1997년 12월 30일과 31일 양일에 걸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메둔사 병원에서는 열 아홉 시간째 수술이 계속되고 있었다. 벤 카슨 박사와 동료들은 탈진 상태에서도 머리가 붙어서 태어난 잠비아의 샴 쌍둥이 조셉과 루카 반다를 분리하는 수술을 계속했다. 벤 박사가 들려준 그날의 상황이다. 수술실 옆의 회의실 의자에 쓰러지듯 앉으며 나는 수술에 당장 필요하지 않은 인력들을 모두 집합시켰다. 수술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모두들 절망에 가득 찬 얼굴이었다. "이쯤에서 수술을 중단할 것을 고려해야겠습니다." 내가 말문을 열었다.

수술 부위를 일단 봉합하고 쌍둥이와 의료 팀이 수술을 계속할 힘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지 큰 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다들 중단하지 말고 수술을 계속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부분적으로 분리한 상태에서는 두 아이를 다 살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현재로서는 수술을 계속하는 것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사실 그 외의 다른 선택은 두 아이 모두의 죽음을 의미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수술하는 것만이 현재로서는 최상의 선택이었다. '이제는 하늘에 맡기고 가는 수밖에 없어.' 수술실로 다시 가면서 나의 이런 생각은 곧 간절한 기도로 바뀌었다. 하나님이 수술을 주도하셔서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을 나를 통해 이루시기를 기도했다.

그 순간 바로 전날 밤에 읽은 성경 구절이 떠올랐다. 예수님은 자신을 따르는 무리에게 엄청난 약속을 하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나를 믿는 자는 나의 하는 일을 저도 할 것이요 또한 이보다 큰 것도 하리니 이는 내가 아버지께로 감이니라 너희가 내 이름으로 무엇을 구하든지 내가 시행하리니 이는 아버지로 하여금 아들을 인하여 영광을 얻으시게 하려 함이라"(요한복음 14:12~13). 수술실로 들어간 우리 팀은 쌍둥이 주위에 다시 섰다. 나는 하나님이 수술을 집도해 주시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했다.

예수님이 샴 쌍둥이를 분리하는 수술을 하셨다는 기록은 성경에 없으니 이 수술을 "분명히 이보다 큰일을 하리라"고 약속하신 말씀에 해당된다고 생각했다.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울혈된 혈관 구조부터 시작했다. 내가 근무하는 미국 병원에는 수술용 현미경과 가지런히 정돈된 정밀 도구와 팔과 손을 받쳐 주고 고정시켜 주는 플랫폼이 부착된 수술용 의자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수술실에서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수술용 메스 하나였다. 그 메스를 들고 투명해서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얇은 혈관벽을 하나씩 자르고 조심스럽게 분리해야 했다.

온몸이 마비될 정도로 나는 지쳐 있었지만 놀라운 힘이 내 손을 받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은 아주 평온해서 움직이고 있는 내 손을 내가 제 삼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 같기도 했다. 마치 누군가가 수술을 대신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외과 의사로서의 수술 경력을 쌓아 오는 동안 특별히 힘든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때마다, 대기실에서 만나는 환자 가족들이 나를 위해 기도했다는 말을 셀 수 없이 많이 들었다. 그때마다 수술하는 동안 정말로 기도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정직하게 대답하곤 했다. 이렇게 기도의 능력을 나는 계속 체험해 왔다.

하지만 그날 메둔사 병원의 수술실 같은 경험은 처음이었다. 하나씩 하나씩 서로 붙어 있던 백 개가 넘는 혈관이 분리되며 절단되었고 새로이 연결되었다. 조셉과 루카를 연결하고 있던 마지막 혈관이 분리되는 순간 오디오에서 헨델의 <메시아> 중 "할렐루야" 합창이 울려 퍼졌다. 그 수술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온 몸에 전율을 느끼며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는 것을 느꼈으리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 기적을 이룬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니었다. 장장 스물 다섯 시간에 걸친 수술이 끝났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에는 아직 일렀다. 우리는 즉시 두 팀으로 나눠 쌍둥이를 맡았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었고 피로는 점점 몰려왔지만 신경 외과 의사들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두 아이의 뇌는 심각한 부종 증세도 보이지 않았고 출혈도 심하지 않았다. 수술 시간 전체를 통틀어 수혈도 네 병밖에 하지 않았다. 더 기쁜 소식은 혈관의 울혈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두 아이의 뇌의 혈액 순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조셉과 루카의 수술이 대성공일 뿐 아니라 두 아이 모두 정상인으로 살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수술 부위를 꿰매고 보호막으로 소의 심낭을 덧대면서 우리는 정말 신이 났다. 신경 외과 수술 팀이 다시 한 번 회의실에 모였을 때는 정형 외과 팀이 두개골을 붙이기 시작했을 때였고 의자에 앉자마자 우리는 모두 잠에 곯아떨어졌다. 정형 외과 팀의 작업이 끝나고 우리는 다시 수술실로 돌아갔는데 쌍둥이 중 한 명이 벌써 눈을 뜨고 양손으로 내시경을 잡아당기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쌍둥이들이 중환자실에 당도했을 때는 또 한 녀석이 똑같이 내시경을 잡아당겼다. 스물 여덟 시간의 수술 후에 보는 그 광경은 생명의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우리 수술 팀을 이끄신 가장 위대하신 의사인 그분께는 놀랄 일이 아니었으리라고 믿는다.

-벤 카슨/사랑하는 가족에게 읽어 주고 싶은 이야기-두란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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