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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호랑이와 맥도날드 씨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1897 추천수:14 112.168.96.71
2014-11-21 17:48:38
한국의 최강자 왕 호랑이가 태백산에 살고 있다는 소문이 미국에까지 퍼졌어요. 그래서 미국의 사냥꾼들이 몰려왔지요.
"천하 제일의 사냥꾼인 내가 가서 왕 호랑이를 잡겠소." 첫 번째 사냥꾼이 떵떵거렸어요. 그는 총을 세 개나 둘러메고 후라이팬과 맛소금까지 챙겨 태백산에 오르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위에서 커다란 바위가 굴러 내리는 거예요. 사냥꾼은 바위를 피해 밑으로 달아나기 바빴고, 미국까지 달아나서야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요.

두 번째 사냥꾼이 태백산을 올라갔어요, 그런데 그는 곧 헐레벌떡 내려오더니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했어요."세상에! 허공에 낙엽이 흩날리는가 싶었소. 그런데 왕 호랑이가 뛰어 올라 그 낙엽 하나 하나를 밟으며 춤을 추는 게 아니겠소? 너무 놀라서..." 사람들은 왕 호랑이의 신비스러움에 깜짝 놀랐어요. 그러자 세 번째 사냥꾼은 곧 미국으로 가 대포를 가지고 왔어요."내가 확실히 잡겠노라." 그는 태백산 정상에 대포를 설치하고 왕 호랑이를 기다렸어요. 드디어 왕 호랑이를 발견하자 대포를 쏘았지요. 그러나 왕 호랑이는 슬쩍 피했고, 오히려 그 대포알이 지구를 뚫고 들어가 미국에 있는 그 사냥꾼의 집을 박살낸 거예요.

그로부터 세월이 흐른 후, 이번에는 미국의 유명한 장사꾼 맥도날드씨가 한국에 찾아왔어요."나에겐 총 같은 거 필요 없어! " 맥도날드 씨는 능글맞게 웃으며 햄버거를 만들었고, 태백산으로 갔어요 그리고 숲 속에 햄버거를 몇 개 놓아두었지요. 다음 날 아침, 왕 호랑이는 아주 이상한 고기 냄새를 맡게 됐어요. 그 냄새는 이제껏 자기가 맛보지 못한 묘한 냄새였어요. 조금 썩은 듯 싶었지만 코를 자꾸 간지럽혔지요. 왕호랑이는 주위를 경계하다가 슬쩍 그 햄버거 맛을 보았어요. '허, 맛이 너무 좋아, 침이 꼴깍 하네!'그 덕택으로 왕 호랑이는 그 날 사냥을 하지 않아도 됐어요.

다음 날 맥도날드 씨는 자기가 놓아 둔 햄버거가 없어진 것을 알고 참으로 좋아했어요.그리고 다른 맛을 가진 햄버거를 거기에 또 던져 놓았지요. 이번에도 왕호랑이는 햄버거를 발견하고 먹었어요'정말 맛있어. 어제 것보다 더 맛이 좋은 걸.'햄버거 맛에 길들여진 왕호랑이는 사냥을 한다는 게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제부터는 뛰어가는 법, 사냥하는 법, 동물들을 다스리는 법 따위를 아예 하질 않았어요. 오직 숲속에서 주운 햄버거로 배를 채우며 하루종일 낮잠을 즐겼지요

'내가 왕 호랑이 이야기 때문에 다른 짐승들이 맛있는 음식을 갖다 바치는 걸 거야, 기특한 녀석들이지.'세월이 흐르면서 차츰 왕 호랑이의 빛나던 이빨은 흔들렸고, 날카롭던 발톱은 솜방망이처럼 부드러워졌어요. 드디어 맥도날드 씨는 빈 몸으로 태백산에 올라갔어요 "이 녀석, 이리 오너라." 그는 손가락으로 왕 호랑이를 불렀지요. 그러자 왕 호랑이는 침을 질질 흘리며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거예요."주인님, 나 이뻐? 제발 햄버거 좀 주세요.""그래. 내 강아지야."

어느 날, 왕 호랑이는 자기가 대공원 철장에 갇혀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는 이제 어린 아이들의 장난감이 된 거지요. 어떤 아이가 과자를 주면 부끄러운 듯 받아먹었고, 막대기로 쿡쿡 지르면 슬금슬금 피했지요. "자. 내 오줌 받아 먹으라."일곱 살배기 아이가 오줌을 누자 히쭉 웃으며 그것을 받아 먹는, 우리들의 보잘 것 없는 왕호랑이, 자신이 한때 세계적인 명성을 가졌던 태백산 왕 호랑이라는 사실을 기억조차 하지 못했어요. 이제 그는 늙고 불쌍한 노예가 되어 있으니까요.

왕 호랑이와 맥도날드 씨/김문기(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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